피닉스에 2패 뒤 4연스?
아데토쿤보, MIP가 챔프 MVP 처음
NBA 각종 기록 갈라치울 태세
'그리스 괴인'은 경기 종료 버저가 울리자 양팔을 번쩍 들어 올리며 환호했고, 가족과 포옹했다. 그리고 벤치로 향하다가 그대로 바닥에 주저 앉아 눈물을 흘렸다. “가족을 돕기 위해 시작한 농구로, 이 위치에 올라설지 몰랐다. 이번 우승이 이 세상에서 무엇이든 해낼 수 있다는 희망을 줬으면 좋겠다. 꿈을 믿으라고 말하고 싶다.”
야니스 아데토쿤보(26)가 진정한 미국프로농구(NBA)의 전설이 됐다. 소속팀 밀워키 벅스에 50년 만의 우승컵을 안기며 정규리그에 이은 챔피언결정전 최우수상(MVP)까지 거머쥐었다. 나이지리아계 그리스 불법 이민자에서 NBA 데뷔 8년 만에 최고 자리에 오른 것이다.
밀워키는 21일 미국 위스콘신주 밀워키 파이서브 포럼에서 열린 피닉스 선스와 2020~21시즌 NBA 챔피언결정전(7전 4승제) 6차전에서 105-98로 승리했다. 2패 뒤 4연승을 한 밀워키는 1970~71시즌 이후 처음으로 챔피언 자리에 올랐다. 반면 1993년 이후 28년 만에 챔프전에 진출한 피닉스는 1, 2차전을 먼저 잡고도 첫 우승이 좌절됐다. 26득점 5어시스트로 분전한 크리스 폴도 생애 첫 우승을 다음으로 미뤘다.
아데토쿤보는 챔프전에서 평균 35.2득점에 13.2리바운드, 5.0어시스트, 야투 성공률 62% 등으로 맹활약했다. 그는 팀이 시리즈 전적 2패로 몰린 상황에서 동료 득점을 살리는 전략으로 3연승을 이끌었다. 최종전인 6차전에선 크리스 미들턴, 즈루 할러데이 등 팀원들의 공격이 풀리지 않자 주득점원으로 나서 팀 득점의 절반가량인 50점을 올렸다. 골 밑뿐만 아니라 리바운드에 이은 속공, 3점슛 등 외곽공격까지 거침없는 득점력을 자랑했다.
여기에 14리바운드를 잡아냈고, 상대팀 에이스 데빈 부커와 디안드레 에이튼 공격을 막아내며 5블록까지 해냈다. 4ㆍ5차전에서 40득점 이상 올린 부커는 이날 아데토쿤보의 블록을 의식해 19득점에 그쳤다. NBA가 블록슛 기록을 집계한 1973~74시즌 이래 챔프전에서 ‘50득점ㆍ10리바운드ㆍ5블록슛’ 이상을 한 선수는 아데토쿤보가 유일하다. 그는 그간 약점으로 꼽힌 자유투마저 19개를 던져 무려 17개를 성공하는 집중력까지 발휘했다.
아데토쿤보는 그리스 거리를 배회하며 노점상에서 선글라스, 시계 등을 팔던 청소년이었다. 탁월한 신체 조건이 눈에 띄어 지역 농구 클럽에 합류했고, 2012년 성인무대인 그리스 2부 리그 데뷔에 이어 청소년 대표로도 선발됐다. NBA 눈에 들어온 아데토쿤보는 2013년 드래프트를 통해 밀워키(1라운드 15순위)에 입단했다.
키 211㎝ㆍ몸무게 110㎏이라는 괴물 같은 신체 조건에, 가드 못지않은 스피드와 볼 핸들링, 그리고 성실함까지 갖춘 아테토쿤보는 금세 팀 리더로 성장했다. 2016~17시즌부터 4시즌 연속 올스타로 뽑혔고, 2시즌(2019ㆍ2020) 연속 정규리그 MVP로 선정됐다. 밀워키는 아데토쿤보를 다른 팀에 내주지 않기 위해 지난해 말 NBA 사상 최대인 5년 연봉 총액 2억2,820만 달러(약 약 2,630억원)에 재계약했다.
26세에 챔프전 우승을 한 아테토쿤보는 NBA 각종 기록을 갈아치울 태세다. 현재 챔프전 MVP, 정규리그 MVP 2회, 올해의 수비수, 올스타 MVP, 기량발전상(MIP) 등을 수상했는데, NBA 역사상 정규리그 MVP(2회), 챔프전 MVP, 올해의 수비수를 수상한 선수는 아데토쿤보와 마이클 조던뿐이다. 또 MIP를 받은 선수가 챔프전 MVP에 오른 것도 아데토쿤보가 처음이다.
아데토쿤보는 “우승까지 전 경기가 힘들었지만 동료 모두가 믿어줬다”며 “밀워키 팬과 동료에게 감사를 전한다. 홈구장에서 우승하고 싶었고, 동료들과 해내고 싶었다. 함께 우승해 행복하다”고 우승 소감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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