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상 기밀 누설죄 성립 안 된다" 항변
자신이 교수로 근무하는 학과에 재학하는 아들에게 시험 기출문제 등이 든 자료를 건넨 전직 국립대 교수가 항소심에서 해당 자료가 공무상 비밀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그는 올해 1월 1심에서 공무상 비밀누설죄가 인정돼 징역 4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받고 항소했다.
서울북부지법 형사항소2부(부장 신헌석)는 21일 공무상 비밀 누설 및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이모 전 서울과학기술대(서울과기대) 교수에 대한 항소심의 첫 공판기일을 열었다.
이 전 교수는 2014년 아들이 수강하는 수업을 담당하는 같은 학과 A 교수에게 "외부 강의에 사용하겠다"며 2년치 강의 포트폴리오를 넘겨받아 아들에게 전달한 혐의를 받는다. 포트폴리오에는 중간·기말고사 기출문제, 예시 답안지, 수강생 실명이 담긴 채점표 등이 포함된 것으로 조사됐다. 실제 이 전 교수 아들이 네 차례 치른 중간·기말고사는 시험별로 문제의 50~72%가 기출문제와 유사했고, 아들은 높은 학점을 받은 걸로 알려졌다.
이 전 교수 측은 이날 공판에서 해당 포트폴리오가 공무상 비밀이 아니라는 입장을 밝혔다. 변호인은 "포트폴리오가 공무상 비밀에 해당하는지를 2심에서 다툴 것"이라며 "(1심) 양형도 부당하다"고 항소 이유를 설명했다.
앞서 1심 재판부는 "강의 포트폴리오에 포함된 예시 답안지 등은 일반 학생에게 공개되지 않는 사실"이라며 이 전 교수의 공무상 비밀 누설 혐의를 인정했다. 다만 '이 전 교수에게 속아 자료를 건넸다'는 A 교수의 진술에는 의문을 표시하면서 공무집행방해 혐의는 성립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이와 관련해 검찰은 A 교수 진술의 신빙성을 확인하겠다면서 항소심 재판부에 A 교수를 증인으로 신청했다.
이 사건은 2018년 10월 국정감사에서 김현아 당시 자유한국당 의원이 '서울과기대에 편입한 이 전 교수 아들이 아버지가 담당한 과목 8개를 듣고 모두 A+ 학점을 받았다'는 의혹을 제기하면서 불거졌다. 검찰은 이 전 교수가 아들에게 문제를 유출한 정황이 발견되지 않았다며 무혐의 처분하는 대신, 이 전 교수가 동료 교수의 강의록과 시험 문제를 아들에게 유출한 정황을 포착해 2019년 재판에 넘겼다. 이 전 교수는 올해 3월 학교에서 해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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