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진평 감독∙김성호 교수 "소·돼지 불쌍하니 개에게도 잘해주지 말자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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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진평 감독∙김성호 교수 "소·돼지 불쌍하니 개에게도 잘해주지 말자고요?"

입력
2021.07.21 15:00
수정
2021.07.21 1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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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릴레이 인터뷰-개식용 논란에 답하다] 
다큐 '고기가 되지 않을 자유' 감독∙기획자


개농장에서 길러지다 구조돼 반려견으로 살아가고 있는 '벤틀리'. 고기가 되지 않을 자유 유튜브 캡처.

올해도 복날을 맞아 개식용을 둘러싼 해묵은 논쟁이 이어지고 있다. 1988년 서울올림픽을 계기로 본격 논의된 지 30년이 넘었지만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지난해 법원이 전기봉으로 개를 도살하는 행위를 동물학대로 처벌하면서 수사기관이 개 도살장을 단속할 근거가 마련됐지만 지금도 개는 식용으로 길러지고 도살된다.

개를 먹는 사람은 줄고 있는 추세지만 그럼에도 개식용을 인정하자는 목소리가 있다. 이들은 개식용 금지 반대의 근거로 "소와 돼지는 안 불쌍하냐", "나는 안 먹지만 다른 사람 먹는 것에 상관하지 말라", "합법화하면 해결된다"라고 주장한다. 이러한 주장에 답하기 위해 만든 다큐멘터리가 있다. 임진평 감독이 연출하고 김성호 한국성서대 사회복지학과 교수가 기획한 '고기가 되지 않을 자유'다.

임진평(왼쪽) 감독과 김성호 한국성서대 교수가 한국일보와 화상회의로 인터뷰를 하고 있다. 줌 캡처

'우리 만난 적 있나요' 등 상업영화를 연출하고 시나리오를 써왔던 임 감독과 사회소외계층을 위해 목소리를 높여 온 김 교수가 손잡고 동물 다큐를 만든 건 지난해 서울 노원구 중계동 '백사마을'의 떠돌이개와 동네고양이의 이야기를 담은 '개와 고양이를 위한 시간'에 이어 두 번째다.

임 감독과 김 교수는 지난해 10월 카라동물영화제에 처음 선보였던 '고기가 되지 않을 자유'를 복날을 앞둔 지난달 21일 유튜브를 통해 무료로 공개했다. 공개한 지 한 달, 조회수는 3,000여 회를 넘어서며 반려인들 사이 잔잔한 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임 감독과 김 교수는 중복을 하루 앞둔 20일 한국일보와 가진 화상 인터뷰에서 "개식용 기사나 영상에 달린 악성 댓글을 보면 무지에서 비롯된 것들이 많다"라며 "먼저 개식용 산업에 대해 정확히 알려야겠다는 생각에 다큐를 제작하게 됐다"고 밝혔다.

"잔인한 장면 대신 논리와 이성을 담았다"

다큐 속 개농장 뜬장 강아지들이 음식쓰레기를 먹고 있는 장면. 개농장이 등장하는 장면은 많지 않다. 고기가 되지 않을 자유 유튜브 캡처.

다큐에는 열악한 개농장 실태나 개 도살과정 등 잔인한 장면이 등장하지 않는다. 동물이 등장하는 장면은 개농장에서 구조된 도사견 '벤틀리'가 여느 반려견과 다름없이 행복하게 지내는 모습 정도다. 개농장 장면은 철창 밖을 애처롭게 쳐다보는 개의 눈빛과 철창 속 사람이 다가가자 꼬리를 흔드는 강아지들이 전부다. 이 외에는 동물보호법을 발의한 국회의원, 동물보호법 전문 변호사, 동물단체 활동가, 개농장 개 입양자의 인터뷰로 구성되어 있다.

임 감독은 "개식용 문제를 감성이 아닌 최대한 논리적으로, 이성적으로 풀자고 김 교수와 의견을 모았다"라며 "개농장 장면도 처음에는 다큐에 넣지 않으려고 했지만 촬영하면서 느꼈던 미안함과 괴로움을 나름대로 최대한 자제해 표현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딱딱한 이야기가 대부분이라 다큐 앞뒤에 벤틀리 얘기를 넣는 방식으로 구성했다"라며 "솥뚜껑 안으로 들어갈 운명이던 생명이 운 좋게 살아남아 산책을 하고 바닷가를 가는 모습이 너무 좋았다"고 덧붙였다.

"개도 잘해주고 다른 가축에게도 잘하자"

다큐 속에는 해외 동물단체가 개고기 합법화를 풍자하기 위해 만든 영상이 나온다. 개식용 합법화가 어려운 이유에 대해 김성호 교수가 설명하고 있다. 고기가 되지 않을 자유 유튜브 캡처.

임 감독과 김 교수는 '개는 먹지 말자며 소와 돼지는 왜 먹냐'는 질문에 대해 "하향평준화하자는 얘기냐"고 반문했다. 임 감독은 "개에게 잘해주자는 생각이 소, 닭, 돼지에게도 잘해주자는 생각으로 이어지는 게 인간다운 것이다"라며 "반대로 개도 잘해주지 말자는 의견에 동의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고기 소비를 줄이고 사육환경을 바꾸는 등 개선의 여지가 있다면 개선하는 게 사회가 진보하는 방향으로 가는 길이다"라고 덧붙였다.

김 교수도 "우리나라 결식아동을 돕자고 하는데 아프리카에는 결식아동이 더 많다고 주장하는 것과 다름없다"라며 "개는 사람과 가장 가까이 살면서 교감해 온 존재로 반려동물의 지위를 인정받았다. 개의 복지에서 나아가 다른 동물의 복지까지 고민해야 한다"고 답했다.

여전히 많은 개들이 전기도살방식으로 죽임을 당한다. 법원은 지난해 전기도살이 잔인한 행위에 해당한다고 판결했다. 동물해방물결 제공

다큐에는 한 외국인이 대형마트에서 '개고기' 코너를 찾아 랩으로 포장된 골든리트리버, 푸들 고기를 집어 드는 장면이 나온다. 해외동물단체가 개고기 합법화 주장을 풍자하기 위해 만든 영상이다. 김 교수는 "대형마트에 개고기 캔, 즉석요리 코너가 생긴다는 게 가능하겠냐"라며 "개를 축산에 포함시키려면 사육, 도살, 유통 전 과정을 철저하게 관리하고 식품의 안전성을 검증해야 하는데 이는 시간, 비용적 측면에서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꼬집었다.

개 식용 금지가 다른 사람이 먹을 자유를 뺏는 것은 아닐까. 임 감독은 "나는 안 먹는데 남 먹는 것보고 뭐라 하지 말라는 게 제일 나쁜 말"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자신이 먹지 않으면 다른 사람도 먹지 말라고 해야 한다"라며 "본인만 갈등에서 빠지고, 사회는 나빠지는 걸 바라는 것 아니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식용개와 반려견이 따로 있다는 의견도 있는데 잘 몰라서 하는 얘기다"라며 "다큐를 보면 생각이 달라질 것이다"라고 자신했다.

"개식용은 합의사항 아냐... 정부가 해결해야"

임 감독은 다큐에서 "개와 사람의 관계를 잘 드러냈다"며 유계영 시인의 '시답고 개다운'을 소개한다. 고기가 되지 않을 자유 유튜브 캡처.

임 감독과 김 교수가 개식용 문제 해결에 있어 가장 필요하다고 꼽은 건 정부의 의지다. 정부가 사회적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이유로 개식용 문제를 방치하고 있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김 교수는 "유성매직 모양의 음료수 등 이른바 '펀슈머 식품'도 문제가 제기된 지 몇 달 만에 법안이 제정돼 국회 소위원회를 통과했다"라며 "이를 위해 여론조사를 하고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내지는 않았다. 개식용 역시 합의사항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임 감독도 "개식용을 금지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는 건 이미 결론이 났다고 본다"라며 "합의 문제가 아니다. 정부가 법적, 제도적으로 정리를 해주면 되는 일이다"라고 강조했다.



고은경 애니로그랩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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