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차례 교섭 끝 도출... 27일 조합원 찬반 투표
장년층-젊은층, 각각 불만족... 부결 가능성도
17차례 교섭 끝에 도출된 현대자동차 노사의 ‘2021년 임금 및 단체협약’ 잠정합의안이 세대 간 갈등을 불러일으킬 조짐이다. 조합원들 가운데 장년층에선 '정년연장' 사수에 실패한 부분을, 젊은 세대에선 부족한 성과 보상에 대한 불만을 각각 표출하고 있어서다. 이에 따라 어렵게 마련된 잠정합의안이 조합원들의 최종 찬반투표에서 거부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21일 현대차에 따르면 노사 양측 지도부는 지난 20일 9시간가량 진행한 17차 임단협 교섭에서 잠정합의안을 도출했다. 잠정합의안엔 △기본급 7만5,000원(호봉승급분 포함) 인상 △성과금 200%+350만 원 △품질향상·재해예방 격려금 230만 원 △미래 경쟁력 확보 특별합의 주식 5주(우리사주) △직원사기진작 및 건전한 여가활동 지원 10만 포인트 △코로나19 고통분담 동참 10만 포인트 △재래시장상품권 10만 원 등이 담겼다. 다만, 노조 측에서 요구한 정년연장이나 해고자 복직 등은 빠졌다.
현대차 노조는 이번 잠정합의안에 대해 이달 27일 조합원 찬반투표를 진행할 예정이다. 이 투표에서 가결되면 올해 현대차 임단협은 마무리되면서 현대차 노사는 3년 연속 무분규 타결을 이어간다. 반면 잠정합의안이 부결될 경우엔 노사 대표단은 임단협 재교섭에 나서야 한다. 때문에 노조 지도부는 ‘중앙쟁대위속보’를 통해 임금, 성과금, 단협 ‘3박자’를 모두 쟁취한 투쟁이라며 조합원들에게 잠정합의안 가결을 촉구하고 있다.
하지만 조합원들의 분위기는 냉랭하다. 특히 정년을 앞둔 50대 이상 장년층에선 이번 합의안에서 제외된 정년연장에 대한 분노를 노골적으로 표출하고 있다. 울산2공장에서 근무하는 A(57세)씨는 “지도부는 올해 임단협에서 정년연장을 사수하겠다고 약속했지만 지키지 않았다”며 “회사도 고숙련 노동자들이 매년 수천 명씩 퇴직하게 되면, 지금까지 쌓아온 ‘품질경영’이 무너질 수 있어 손해다”라고 강조했다. 마지막 교섭에서 사측은 청년실업과 노동 경직성으로 인한 고용불안 심화를 우려, 정년연장은 끝까지 거부했다. 노조 측도 ‘국민정서’를 고려해 양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고용안전'을 명분으로 내세우고 있지만 현대차 노조의 정년연장 주장 이면엔 '조직력 유지'에 대한 노림수도 숨겨진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기준, 현대차 조합원은 4만7,429명으로 2019년(4만9,641명) 대비 4.5%(2,212명) 줄었다. 조합원 감소는 2011년 이후 처음이다. 조합원 감소세는 올해부터 더 가속화될 전망이다. 1961년생 정년퇴직자 2,347명 중 84.7%인 1,989명이 노조의 주축인 생산직이기 때문이다. 현재 직원들의 연령 분포를 감안하면 2025년까지 매년 약 2,000명이 퇴직을 해야 될 처지인데, 이 가운데 대부분은 생산직이다. 정년연장이 수용되지 않을 경우, 현대차 노조 세력은 갈수록 약해질 수밖에 없는 셈이다.
MZ세대(1980년대~2000년대 초반 출생) 등을 포함한 젊은 층에서도 이번 잠정합의안에 대해 부정적이다. 역대 최대 실적이 예상된 올해 성과금이 기대 이하란 지적에서다. 약 7조2,000억 원의 영업이익이 점쳐진 올해 성과금은 적어도 2015년(400%+400만 원) 수준은 넘어서야 된다는 게 MZ세대의 주장이다. 현대차 남양연구소에서 근무 중인 B(31세)씨는 “성과에 걸맞은 보상이 이뤄지지 않으니 젊은 직원들이 회사를 계속해서 떠나는 것”이라며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다른 대기업과 비교에서도 상대적인 박탈감이 크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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