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구례군이 지난해 8월 사상 최악의 물난리로 인해 발생한 재난폐기물과 생활폐기물 처리량을 조작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구례군이 관리하는 생활폐기물 적환장 계근(計斤) 리스트에 애초 반입되지 않았던 재난폐기물량이 사후에 추가되는 등 석연찮은 부분이 곳곳에서 포착되면서다. 군청 안팎에선 "특정 재난폐기물 처리업체 밀어주기 아니냐"는 뒷말까지 흘러나와 파장이 적지 않다.
21일 구례군 등에 따르면 구례군은 생활폐기물 적환장에 반입된 생활폐기물을 전남 순천시 자원순환센터로 반출, 위탁 처리를 하고 있다. 구례군 소속 청소차량 6대가 종량제 봉투에 담긴 생활폐기물과 대형 생활폐기물을 수거해 적환장에서 무게를 잰 뒤 퍼내면 25톤짜리 암롤차량이 이를 밀폐된 초록색 철제 박스에 담아 운반하는 방식이다. 구례군은 적환장을 들고나는 청소차량의 입·출고 시간과 적재 물량 등을 엑셀 파일에 담아 저장하고, '순차별 계량 리스트'도 따로 작성해 관리하고 있다.
그러나 생활폐기물 적환장의 입·출고관리시스템은 주먹구구 그 자체다. 청소차량에 실린 생활폐기물 무게를 측정하는 계근 업무 담당자가 생활폐기물 입·출고에 대한 개념 없이 입·출고를 기록한 데다, 재난폐기물 처리 실적도 사후에 끼워 넣어진 흔적까지 드러나 신뢰성에 의문이 커지고 있다.
실제 올해 1월 6일 퇴근 직전(오후 5시 54분) 출력된 당일 계량 리스트 내역엔 청소차량 10대와 재난폐기물 처리업체 차량 17대가 생활폐기물 18.5톤과 재난폐기물 291.6톤을 각각 '출고'한 것으로 기록돼 있다. 하지만 나흘 뒤 다시 출력된 1월 6일자 계량 리스트 내역엔 재난폐기물을 위탁 처리하는 A업체 차량 3대(처리량 63.6톤)와 음식물 처리업체 차량 2대의 출고 기록이 추가돼 있다. 이를 두고 구례군이 A업체와 결탁해 처리량을 부풀리고 2,100여 만원에 달하는 국고보조금(1톤당 33만 원)을 빼먹은 것 아니냐는 의구심이 나온다.
'청소차량이 생활폐기물을 출고했다'는 기록도 어처구니가 없다. 적환장 내 생활폐기물 반출엔 청소차량(수거용)이 아닌 운반용 암롤차량이 이용되기 때문이다. 이에 구례군은 "담당 직원이 청소차량의 입고를 출고로 잘못 입력한 것 같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계량 리스트에 청소차량 출고 시간이 오후 3~4시대로 기록된 게 수루룩해 이 말을 믿기 어렵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한 청소노동자는 "청소노동자들은 특별한 일이 아니고선 낮 12시 무렵에 당일 수거한 생활폐기물을 적환장에 푸고 청소차량과 함께 퇴근한다"며 "구례군 주장대로 계근 리스트상 청소차량 출고가 실제론 입고를 뜻한다면 오후 3~4시대 출고 기록은 결국 그 시간에 쓰레기를 싣고 적환장에 들어왔다는 얘긴데 이는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꼬집었다.
계근 리스트의 엉터리 '집계'는 이뿐만이 아니다. 청소차량 1대가 동일 시간에 두 번이나 각각 다른 생활폐기물량을 입고시키거나, 10분 간격으로 생활폐기물을 싣고 들어왔다는 기록도 곳곳에 눈에 띈다. 이 같은 모순의 원인이 직원들의 단순한 착오일 수도 있다. 그러나 단순 실수로 보기엔 오류의 기록들이 너무 구체적이고 작위적이다. 구례군은 이에 대해 "계량 리스트 서식과 집계 시스템을 손보던지 하겠다"고 밝혔지만 처리량 조작 의혹에 대해선 이렇다할 입장을 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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