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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감 33.4도에도 마스크 필수"... 열돔 '직격탄' 맞은 건설노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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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감 33.4도에도 마스크 필수"... 열돔 '직격탄' 맞은 건설노동자

입력
2021.07.21 11:45
수정
2021.07.21 19:40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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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곳곳에 폭염 특보가 내려진 20일 인천 중구 운남동 SK에코플랜트 아파트 건설 현장에서 현장 근로자들이 구슬땀을 흘리며 일하고 있다. 연합뉴스

전국 곳곳에 폭염 특보가 내려진 20일 인천 중구 운남동 SK에코플랜트 아파트 건설 현장에서 현장 근로자들이 구슬땀을 흘리며 일하고 있다. 연합뉴스

열돔 현상으로 인한 폭염 소식이 요란했던 지난 20일 낮 12시 15분. 이미 32도다. 기상청이 안내한 체감온도는 33.4도였다. 오전 10시에 이미 폭염위기경보는 주의에서 경계로 격상됐고, 전국 대부분 지역에 폭염경보가 내려졌다. 이 무더위 속에서도 경기 부천시 범안동의 한 건설현장에서 일하는 김모(32)씨의 두 팔은 긴소매였고, 얼굴은 마스크로 다 가려져 있었다.

건축 자재를 들고 내릴 때마다 김씨의 더운 숨결은 비말 마스크에 가로막혀 얼굴을 데웠다. 김씨는 "철근에 긁혀 다치지 않기 위해 긴팔 또는 팔토시를 입고 코로나19 때문에 마스크도 필수"라며 "퇴근할 때면 마스크가 땀으로 흠뻑 젖어 있다. 답답하지만 별수 없다"고 말했다.

김씨처럼 건축현장 등 그늘 한 점 찾기 어려운 실외 작업장에서 일하는 종사자에게 폭염은 '죽을 수도 있는 더위'다. 모두가 알고 있지만, 그래서 내년 시행 예정이지만 누더기가 됐다고 핀잔을 듣는 중대재해처벌법조차 열사병을 중대재해로 분류하고 있지만, 정작 매년 무더위 속에서 일하다 숨지는 사람이 나오는 게 현실이다.

건축현장에서 속출하는 열사병

21일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2016년부터 지난해까지 최근 5년간 여름철(6~8월) 폭염으로 인한 열사병 등 온열질환 재해자는 156명에 이른다. 이 가운데 26명이 숨졌다. 온열질환 재해자 대부분이 실외 작업 빈도가 높은 건설업(76명·48.7%) 종사자들이었고, 환경미화 등 야외 서비스업(42명·26.9%) 종사자들이 뒤를 이었다.

올해도 이미 폭염이 시작되기도 전인 지난 16일 열사병 사망자가 나왔다. 폭염주의보가 발효된 경기 양주시의 한 건설현장에서 일하던 60대 남성이 작업 중 의식을 잃고 병원으로 이송됐으나 끝내 숨지고 말았다.

"휴식 권고? 76%가 안 지킨다"

지금도 법이 없는 건 아니다. 산업안전보건법에 따르면 실외 작업장의 경우 폭염이 쏟아질 때는 휴식 시간, 식수, 휴식 장소 등을 제공해야 한다. 긴급한 작업 중지는 권고사항에 그친다.

이마저도 현장에선 제대로 지켜지는 경우가 없다. 민주노총 건설노조 관계자는 21일 "적당한 휴식 장소가 없다보니 현장 노동자들 중 에어컨이 돌아가는 인근 편의점을 찾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또 건설노조가 조합원 1,452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해봤더니 응답자 76.1%가 폭염이 쏟아져도 하던 일을 계속했다고 응답했다. 공사 일정이 미뤄지면 대금 지급도 미뤄지다보니 폭염에도 강행시키는 경우가 잦은 탓이다.

민주노총 "폭염 시 공기 연장해야"

이런 문제점 때문에 국가인권위원회는 지난해 10월 "폭염으로 작업이 멈출 경우 공사 기간 연장에 따른 임금 전부 또는 일부를 지원할 제도를 마련하라"고 권고했다. 하지만 고용부는 이 권고안을 사실상 거부했다. 고용부 관계자는 "근로기준법상 사업자 귀책 사유가 있으면 휴업 수당을 제공할 수 있지만, 폭염 등 천재지변은 귀책 사유로 보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며 "장기 실태 조사 등을 통해 검토해야 할 문제"라 말했다.

민주노총 건설노조는 이날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고용부는 인권위 권고를 즉각 수용해 근본적인 폭염 대책을 수립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전재희 건설노조 교선국장은 "빨리 공사할수록 이윤이 많이 남는 건설현장 특성을 감안하면 작업 중지는 사실상 어렵다"며 "근본적으로 폭염이 있을 경우 공사 기간 연장을 보장하는 근본적인 대책 마련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이정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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