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금 많고 집값 떨어지면, 소비·고용 -4%?
금리 인상 시사 후 자산시장 과열 등 연일 경고
가계부채가 폭증한 상황에서 집값 상승세가 꺾일 경우 소비와 고용 등 실물경제가 직격탄을 맞을 수 있다는 한국은행의 경고가 나왔다. 초저금리 힘으로 치솟은 집값이 조정을 받게 되면,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과 '빚투(빚내서 투자)'로 무리하게 내 집 마련에 뛰어든 가계 경제가 휘청일 수 있다는 것이다.
연내 기준금리 인상을 예고한 한은이 연일 물가 인상과 자산시장 과열 등을 경고하며 '긴축을 더는 늦출 수 없다'는 메시지를 시장에 반복해 내놓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한은은 지난 15일 금융통화위원회에서 연내 금리 인상을 강하게 시사한 후, 19일엔 '국내 물가상승 압력이 심상치 않다'고 경고한 바 있다.
집값 20% 빠진다면... "소비부터 제약"
한은은 20일 '주택가격 변동이 실물·물가에 미치는 영향 비대칭성 분석'이 보고서를 통해 이 같은 분석을 내놨다. 집값 등락이 가계 씀씀이나 물가 등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확인하기 위한 연구였다. 조사 결과 가계부채 수준이 높은 경우 집값이 올라도 소비가 늘어나는 이른바 '부의 효과'는 제한적이었다.
하지만 집값이 떨어질 경우엔 달랐다. 가계대출이 많을수록 주택 가격이 하락할 경우 소비는 뚜렷하게 감소했다. 대출금은 많은데 집값이 떨어지면, 가계로선 주택이란 자산가치 대비 대출금의 비율(담보인정비율)을 낮추기 위해 씀씀이를 줄이는 선택을 한다는 것이다.
한은은 이런 소비 감소 효과를 명확하게 파악하기 위해 국내 주택 가격 및 가계부채 데이터를 활용해 실증 분석을 해봤다. 향후 2년에 걸쳐 집값이 20%까지 빠지는 '최악'의 상황을 살펴보기 위해 전년 동기 대비 집값이 17.7%까지 떨어졌던 1998년 2분기 데이터를 활용했다. 여기에 가계부채 수준이 높은(주택담보대출비율·LTV 75%) 경우와 낮은(40%) 경우를 가정해 비교 분석했다.
그 결과 LTV 75%의 경우(집값은 -20%) 소비는 해당 기간 4%까지 감소했다. 고용 역시 4%가량 떨어지는 것으로 집계됐다. 그러나 LTV를 40%로 가정할 경우엔 소비와 고용 증감 효과는 거의 없었다. 한은은 "가계부채 수준이 높을수록 주택가격 하락이 소비를 크게 위축시켰다"고 설명했다. 한은에 따르면 지난해 말 현재 은행권의 LTV는 평균 약 46% 수준이다. 하지만 LTV가 75%를 넘는 대출도 전체의 2% 정도를 차지했다.
한은 또 경고 "집값 조정 가능성 크다"
한은은 천정부지로 치솟은 주택가격이 오름세를 지속하면 조정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고 진단했다. 지난해부터 이어진 유례없는 수준의 저금리에 힘입어 집값이 이미 너무 올랐다는 것이다.
사실 한은의 이런 경고는 처음이 아니다. 지난달 발표한 금융안정보고서에서도 한은은 "금융불균형이 누증된 상황에서 대내외 충격이 발생하면 집값이 대폭 하락할 가능성이 있다"며 집값 '고평가' 주장을 제기했다.
이는 올해 기준금리 인상을 사실상 못 박은 한은이 금리 인상을 통한 최우선 해결과제로 가계부채 문제를 삼고 있는 점과도 무관치 않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지난 15일 금융통화위원회 직후 "수도권을 중심으로 집값이 고평가됐다"며 "저금리가 계속될 거란 기대가 유지되는 한 가계부채 관리에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날 연구를 진행한 조병수 한은 물가연구팀 과장도 "우리 경제의 지속적인 성장을 위해 경제 주체들의 레버리지(빚)를 안정적인 수준에서 관리하는 등 금융불균형 누적을 막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