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실련 "고무줄 가산비 허용해 건축비 폭등
분양가상한제 폐지 후 집값 상승 더 부추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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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상정(왼쪽에서 두 번째) 정의당 의원과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 관계자들이 20일 서울 종로구 경실련 강당에서 역대 정부별 법정건축비와 민간건축비 변동 분석 결과를 발표하는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있다. 뉴시스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가 폐지된 2015년 이후 아파트 건축비가 급등하면서 분양가 상승을 견인했다는 시민단체의 분석이 나왔다. 또 건축비 상한 역할을 하는 법정건축비 체제가 노무현 정부 시절 이원화되면서 건축비의 편법 상승을 초래했다는 지적도 나왔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은 20일 서울 종로구 경실련 강당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김대중 정부부터 현 정부까지 역대 정부별 분양 아파트의 건축비 변동 현황을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1998년 6,000만 원 수준이던 99㎡(30평) 아파트 분양 건축비는 2020년 6억1,000만 원으로 10배 이상 올랐고, 이 기간 건축비 상승분 5억5,000만 원 중 4억2,000만 원이 분양가상한제 폐지 이후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별로 보면 노무현 정부 초기인 2003년 30평당 건축비는 1억7,000만 원이었다가 임기 말 2억1,000만 원으로 4,000만 원 상승했다. 이 시기 정부는 2005년 공공택지, 2007년 민간택지(시행은 1년 유예)에 대해 각각 분양가상한제를 적용했다. 민간택지에도 분양가상한제가 시행된 이명박 정부에서 건축비는 임기 초 2억1,000만 원에서 임기 말 1억9,000만 원으로 하락했다.
박근혜 정부의 건축비는 2015년 분양가상한제 폐지 전후로 대별된다. 2013~14년엔 건축비가 임기 초보다 소폭 오른 2억1,000만 원으로 유지됐지만, 임기 말엔 3억6,000만 원으로 임기 초 대비 85%(1억7,000만 원) 상승한 것이다. 문재인 정부에서도 아파트 건축비가 크게 상승해 지난해 말 6억1,000만 원을 기록했다. 임기 초반과 비교하면 2억5,000만 원이 오른 것으로, 역대 정부 중 상승폭이 가장 크다. 문재인 정부는 지난해 7월부터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를 다시 부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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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 법정건축비(표준·기본형)와 분양건축비 변동 현황. 경실련 제공
"가산비 신설로 건축비 천정부지"
경실련은 노무현 정부 때 법정건축비를 '기본형건축비'와 '기본형건축비 가산비'로 이원화하면서 건축비 상승이 두드러졌다고 분석했다. 법정건축비는 정부가 정한 건축비 상한액인데, 2007년 정부는 이를 아파트를 짓는데 드는 기본 비용(기본형건축비)과 부가적 건축비(가산비)로 재정비했다. 이 중 가산비가 크게 부풀려지면서 전체 건축비가 폭등했다는 게 경실련의 분석이다. 가산비는 암석 지반 공사 및 인텔리전트 설비 여부, 공동주택 성능등급 수준, 친환경 주택 건설 여부 등에 따라 책정된다.
경실련은 가산비의 과다 책정으로 분양가상한제가 무력화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예컨대 올해 1월 분양가 승인을 받은 서울 서초구 래미안원베일리 아파트는 3.3㎡(1평)당 가산비가 834만 원으로 기본형건축비(634만 원)보다 200만 원 많다. '배보다 배꼽이 더 큰' 가산비 책정으로 전체 건축비는 평당 1,468만 원에 달한다. 국민주택에 적용되는 법정건축비인 표준건축비(342만 원)의 4.3배다.
가산비가 고무줄식으로 산정되다 보니 똑같이 분양가상한제를 적용받더라도 건축비는 크게 차이 난다. 올해 1월 분양한 경기 의정부시 고산수자인아파트는 공공택지 민간아파트로 전체 건축비가 평당 800만 원에 책정됐고 이 중 가산비는 124만 원이다. 래미안원베일리와 비교하면 건축비는 절반, 가산비는 7분의 1 수준이다.
경실련은 "분양가상한제를 전면 실시하되, 기본형건축비를 폐지해 단일하고 명확한 건축비를 정하는 작업이 병행돼야 한다"고 제언했다. 기자회견에 참석한 심상정 정의당 의원은 "민간 건설사들이 천정부지로 건축비를 올려서 고분양가로 폭리를 취하고 있는데 정부는 규제를 안 하고 있다"고 성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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