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산이 없어서 소송 지원은 1년에 두 번만 해줄 수 있고, 어차피 이런 절차만 밟는데 1년 이상 걸린다고, 돈을 받아내기도 힘들고, 길게 봐서는 실익이 없을 수도 있다고 하더라고요. 상담을 받고 위안을 얻는 게 아니라 저를 귀찮아하는 듯한 느낌까지 들었어요.".
21일 안모(28)씨는 지난해 말 '양육비이행관리원'(이하 이행원)을 찾았던 경험이 되레 상처였다고 고백했다. 안씨는 공장 일을 하며 5세, 4세 연년생 아이들을 키운다. 2019년 이혼 뒤 그간 밀린 양육비 1,700만 원이 반드시 필요하다. 한 푼이 아쉬운 안씨에게 변호사 살 돈이 있을 리 없다. 그러다 누군가 이행원을 통하면 된다는 얘길 해줬다. 기쁜 마음에 찾아갔으나 돌아온 건 맥 빠진 대답뿐이었다.
안씨는 직접 숨은 남편을 찾아나섰다. 주소만 어머니 집에 옮겨두고 따로 생활한다는 걸 알아냈지만, 그 뒤론 방법이 없었다. 집에 가도 회사에 가도 "그런 사람 없다"는 대답이 전부였다. 전 남편이 멀쩡히 직장생활을 하는 모습을 영상으로 찍어놔도, 그가 차를 바꾸고 몇백만 원을 들여 튜닝한 사진이 인스타그램에 버젓이 올라와 있어도 그랬다.
숨어다니면 제재는 그림의 떡
여성가족부는 양육비를 떼먹는 부모에게 출국 금지·실명 공개·운전먼허 정지 등 불이익을 주는 조치를 마련, 지난 13일부터 시행했다. 하지만 피해자들은 갈 길이 아직도 멀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양육비 지급명령→미이행→감치신청→감치명령까지 가서야 겨우 제재 조치를 내릴 수 있어서다.
문제는 감치명령을 받아내는데만도 2, 3년씩 시간이 걸린다는 점이다. 생계가 급한 피해자들은 나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 감치는 구인이 필수라 안씨 사례처럼 남편이 잠적하거나 위장전입을 하면 절차가 진행조차 되지 않는다. 여가부도 이 점을 알기에 이행원 직원으로 구성된 '현장지원반'을 만들었다. 실 거주지를 파악하고 경찰의 감치 집행을 지원하기 위한 것이다.
예산은 빠듯하고, 대기자는 많고…
하지만 이행원에서 상담원을 제외한 실무 직원은 55명이다. 이 가운데 감치 현장지원반 전담은 단 1명이다. 예산은 3년째 30억 원으로 동결이다. 매년 3,000건 정도 몰려드는 신청 지원서만 처리하기에도 인력과 예산이 버거운 상황이다. 조직의 수장인 양육비이행관리원장직은 두 달째 공석이다.
이러다보니 원활한 일처리는 어렵다. 지난해 10월 이행원을 통해 지급명령 통지를 신청했던 최모(43)씨는 "전남편이 등본상 주소에 안 산다고 알려줘도 이행원이 거기로 연락하는 바람에 지급명령 받는데만도 열 달이 걸렸다"고 말했다. 이도윤 양육비해결총연합회(양해연) 부대표는 "이행원 집행권을 강화하는 방안을 모색하지 않으면 이행원의 소극성에 실망하는 사람들이 계속 늘어날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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