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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육비 떼먹은 도망자 잡으려 해도 감치 전담 직원은 딱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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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육비 떼먹은 도망자 잡으려 해도 감치 전담 직원은 딱 1명"

입력
2021.07.21 09:30
수정
2021.07.21 14:29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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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육비를 주지 않는 부모를 압박하기 위해 그들의 신상을 공개해 온 배드파더스 사이트. 배드파더스 캡처

양육비를 주지 않는 부모를 압박하기 위해 그들의 신상을 공개해 온 배드파더스 사이트. 배드파더스 캡처

"예산이 없어서 소송 지원은 1년에 두 번만 해줄 수 있고, 어차피 이런 절차만 밟는데 1년 이상 걸린다고, 돈을 받아내기도 힘들고, 길게 봐서는 실익이 없을 수도 있다고 하더라고요. 상담을 받고 위안을 얻는 게 아니라 저를 귀찮아하는 듯한 느낌까지 들었어요.".

21일 안모(28)씨는 지난해 말 '양육비이행관리원'(이하 이행원)을 찾았던 경험이 되레 상처였다고 고백했다. 안씨는 공장 일을 하며 5세, 4세 연년생 아이들을 키운다. 2019년 이혼 뒤 그간 밀린 양육비 1,700만 원이 반드시 필요하다. 한 푼이 아쉬운 안씨에게 변호사 살 돈이 있을 리 없다. 그러다 누군가 이행원을 통하면 된다는 얘길 해줬다. 기쁜 마음에 찾아갔으나 돌아온 건 맥 빠진 대답뿐이었다.

안씨는 직접 숨은 남편을 찾아나섰다. 주소만 어머니 집에 옮겨두고 따로 생활한다는 걸 알아냈지만, 그 뒤론 방법이 없었다. 집에 가도 회사에 가도 "그런 사람 없다"는 대답이 전부였다. 전 남편이 멀쩡히 직장생활을 하는 모습을 영상으로 찍어놔도, 그가 차를 바꾸고 몇백만 원을 들여 튜닝한 사진이 인스타그램에 버젓이 올라와 있어도 그랬다.

숨어다니면 제재는 그림의 떡

여성가족부는 양육비를 떼먹는 부모에게 출국 금지·실명 공개·운전먼허 정지 등 불이익을 주는 조치를 마련, 지난 13일부터 시행했다. 하지만 피해자들은 갈 길이 아직도 멀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양육비 지급명령→미이행→감치신청→감치명령까지 가서야 겨우 제재 조치를 내릴 수 있어서다.

문제는 감치명령을 받아내는데만도 2, 3년씩 시간이 걸린다는 점이다. 생계가 급한 피해자들은 나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 감치는 구인이 필수라 안씨 사례처럼 남편이 잠적하거나 위장전입을 하면 절차가 진행조차 되지 않는다. 여가부도 이 점을 알기에 이행원 직원으로 구성된 '현장지원반'을 만들었다. 실 거주지를 파악하고 경찰의 감치 집행을 지원하기 위한 것이다.

예산은 빠듯하고, 대기자는 많고…

양육비이행관리원에 소개된 지원 업무들. 양육비이행관리원 홈페이지 캡처

양육비이행관리원에 소개된 지원 업무들. 양육비이행관리원 홈페이지 캡처

하지만 이행원에서 상담원을 제외한 실무 직원은 55명이다. 이 가운데 감치 현장지원반 전담은 단 1명이다. 예산은 3년째 30억 원으로 동결이다. 매년 3,000건 정도 몰려드는 신청 지원서만 처리하기에도 인력과 예산이 버거운 상황이다. 조직의 수장인 양육비이행관리원장직은 두 달째 공석이다.

이러다보니 원활한 일처리는 어렵다. 지난해 10월 이행원을 통해 지급명령 통지를 신청했던 최모(43)씨는 "전남편이 등본상 주소에 안 산다고 알려줘도 이행원이 거기로 연락하는 바람에 지급명령 받는데만도 열 달이 걸렸다"고 말했다. 이도윤 양육비해결총연합회(양해연) 부대표는 "이행원 집행권을 강화하는 방안을 모색하지 않으면 이행원의 소극성에 실망하는 사람들이 계속 늘어날 것"이라고 지적했다.

맹하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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