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 속 단수' 이란… 물 부족 해결 촉구
이라크선 新정부에 탄압 세력 처벌 요구
중동의 시아파 이슬람 국가인 이란과 이라크에서 대(對)정부 시위가 격화하고 있다. 이란은 최악의 가뭄과 살인적 폭염으로 남부에서 물이 끊길 위기다. 이라크의 경우 반정부 활동가 암살범을 처단하고 그 배후를 공개하라는 게 시민들의 요구다.
19일(현지시간) 이란 반관영 파르스통신 등에 따르면, 남부 후제스탄주(州)에서 16일부터 단수(斷水)에 항의하는 시위가 벌어지고 있다. 50도에 달하는 더위 속에 상수도마저 끊기자 분노한 주민들이 거리로 쏟아져 나온 것이다. 시위가 특히 격렬했던 도시 샤데건에서는 18세 남성이 총에 맞아 숨지는 사건도 발생했다. 샤데건 당국은 “흥분한 폭도들이 공중에 총을 쐈고 혼란한 와중에 젊은 남성 한 명이 총에 맞았다”고 밝혔다. 목숨을 잃은 남성은 시위 참가자가 아니며, 일을 마치고 귀가하던 길이었다고 파르스통신은 전했다.
시위를 부른 건 50년 만에 찾아온 최악의 가뭄이다. 올해 상반기 강수량(131㎜)이 최근 30년 평균 강수량(226㎜)의 58%에 불과하다는 게 이란 기상청 이야기다.
시위대의 불만은 후제스탄에 큰 댐이 있는데도 정부가 안일하게 수자원을 관리하는 바람에 물 부족 사태가 초래됐다는 것이다. 2019년 반정부 시위의 진원지인 후제스탄은 시아파 무슬림이 주류인 이란에서 소외된 수니파가 모여 사는 곳이기도 하다.
시위가 거세지자 이란 정부는 이날 후제스탄에 대표단을 파견하고 상수도와 농업용수 공급난의 진상을 조사할 것을 지시했다. 모함마드 바게르 갈리바프 의회 의장도 이날 의회에서 “남부 지역의 심각한 물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법안 마련 방안을 모색 중”이라고 밝혔다.
18일 이라크 수도 바그다드 광장에 모인 젊은 시위대 수백 명이 외친 구호는 ‘면죄부는 없다’였다. 이들은 그간 반정부 시위에서 활동해 온 인사들을 암살한 일당을 처단하고 배후를 공개할 것을 정부에 요구했다고 AFP통신 등이 보도했다.
이들이 거리로 나선 건 지난해 7월 저명한 언론인이자 학자였던 히샴 알하시미를 암살한 용의자가 약 1년 만에 체포됐다는 사실을 16일 무스타파 알카드히미 총리가 발표했기 때문이다. 용의자 체포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으며, 암살 지시 배후 세력의 규명이 필요하다는 게 시위대의 요구다.
반정부 시위를 이기지 못하고 전 총리가 물러난 뒤 2020년 5월 새로 취임한 알카드히미 총리의 공약은 반정부 활동가 암살범들을 처단하겠다는 것이었지만, 실제 그가 반정부 시위대 탄압 세력을 처벌할 수 있는 능력과 그러려는 의지가 있는지 시위대는 의심하고 있다.
여기에 폭염으로 인한 이란의 전기 부족 사태가 전기 공급량의 3분의 1을 이란에 의존하는 이라크에도 영향을 미치면서 이달 초부터 정전에 항의하는 시위도 이라크에서 이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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