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수해 때 재난폐기물 처리 용도 보조금 받아
남은 보조금 반납 않고 생활폐기물 처리비로 전용
'6억 원.' 전남 구례군이 올해 본예산에서 생활폐기물 위탁 처리비로 책정한 액수다. 지난해보다 무려 2억 원을 줄인 것이다. 이 돈이면 단순 계산을 하더라도 얼추 3개월치 생활폐기물 처리비가 넘는다. 구례 인구밀도가 급감한 것도 아니어서 쓰레기 발생량이 확 줄어들 리 없을 텐데, 왜 예산이 줄었을까.
그 이유는 지난해 8월 발생한 사상 최악의 물난리에서 찾을 수 있었다. 구례군이 수해 때 발생한 재난폐기물을 처리하는 데 쓰고 남은 국고보조금을 반납하지 않고 생활폐기물 처리비로 돌려서 쓴 것으로 확인됐다.
'213억7,765만 원.' 정부가 지난해 10월과 12월 두 차례 걸쳐 재난(수해)폐기물 6만1,079톤(추정)을 처리하라고 구례군에 내려보낸 국고보조금이다. 재난폐기물은 주민 안전은 물론 위생상 문제를 낳을 수 있어 가능한 신속하게 처리하는 게 원칙이다. 환경부가 구례군 재난폐기물 처리 사업 기간을 지난해 8월부터 올해 2월까지로 못을 박은 것도 이 때문이다.
그러나 구례군은 사업 종료 시점을 4개월이나 넘긴 지난달 말까지 민간업체를 통해 재난폐기물을 처리했다. 수해 발생 이후 1년 가까이 재난폐기물이 나온 셈이다. 구례군은 이 기간에 재난폐기물 4만6,465톤을 처리하는 데 보조금 146억1,900만 원을 썼다. 이 과정에서 구례군은 환경부로부터 사업 내용 변경 승인도 받지 않고 사업 종료 이후 4개월간 53억2,240여만 원을 재난폐기물 운반·처리비로 집행했다.
특히 구례군은 재난폐기물 처리 목적으로만 써야 할 이 보조금을 생활폐기물 처리에도 사용해 보조금 관리에 관한 법률을 어겼다. 구례군은 "지난해 8월 수해 발생 직후부터 올해 4월 말까지 쓰레기 종량제 봉투에 담아 버리는 생활폐기물을 재난폐기물과 따로 구분하지 않고 모두 재난폐기물로 반출 처리했다"고 인정했다. 구례군으로선 손 안 대고 코 푼 셈이다. 1톤당 재난폐기물 처리비는 30만원, 생활폐기물 처리비는 21만 원이다.
구례군이 이렇게 생활폐기물을 재난폐기물에 뒤섞는 바람에 실제 처리된 생활폐기물의 양이 얼마나 되는지는 알 수 없다. "구례에서 하루 평균 생활폐기물이 10~11톤 정도 나온다"는 구례군의 설명을 통해 추측만 할 뿐이다.
문제는 구례군이 생활폐기물을 재난폐기물로 처리했다지만, 한국일보가 입수한 구례생활폐기물 적환장 계량 리스트 문건엔 버젓이 생활폐기물이 반출 처리된 것으로 기록돼 있다는 점이다. 이 문건에 따르면 구례군 청소차량들이 생활폐기물을 싣고 중량을 잰 시간 등 계량 기록이 지난해 8월 24일부터 11월 18일까지는 없다가 그 이튿날부터 올해 4월 말까지는 존재한다.
또 구례군이 생활폐기물을 위탁 처리해온 전남 순천시 자원순환센터가 화재로 인해 가동이 중단된 기간(지난해 12월 18일~올해 5월 2일)에도 생활폐기물 1,860여 톤이 '출고'된 것으로 돼 있다. 이 기간 구례군은 민간업체에 생활폐기물 위탁 처리 용역을 주지도 않았다. 도대체 이 생활폐기물들이 어디로 반출됐고, 그 처리비(5억6,000만 원)는 어디로 흘러갔는지 의혹이 제기되는 이유다.
구례군은 이에 대해 "사업 내용 변경 승인 없이 사업 종료 후 보조금을 사용한 것은 행정적 실수이고, 적환장 계량 리스트 문건에 생활쓰레기가 출고로 돼 있는 것은 입고를 잘못 기록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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