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진국 뛰어가는데 5년 이상 뒤처질 위기 우려”
정부에서 10년 넘게 준비해온 자율주행 필수 인프라 기술인 ‘차세대 지능형교통체계(C-ITS)’ 본사업이 관계부처 간 갈등 탓에 사실상 중단됐다. 차세대 먹거리로 점쳐진 한국의 자율주행 경쟁력이 부처 간 '엇박자'에 뒤처질 양상이다.
19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국토교통부와 한국도로공사는 이달부터 수도권, 경부선 등 전국 1,000㎞ 이상 주요 도로에 320억 원 규모로 구축할 ‘C-ITS 인프라 제조 구매’ 사업 발주를 중지했다. 예산 부서인 기획재정부가 지난달 C-ITS 통신기술별 비교·실증 사업을 우선 진행하고, 결과에 따라 사업 모델 통일과 후속 투자까지 진행하겠다고 밝히면서다. 내년 예산 배정이 불투명해지자, 국토부와 한국도로공사가 올해 예정됐던 사업을 잠정 중단한 셈이다.
C-ITS는 도로, 자동차 등 교통체계에 전자, 정보통신, 제어 등 지능형 기술을 접목한 차세대 교통 시스템이다. 자율주행 시스템에선 정보 교환과 안정성 확보를 위해 필수적이다. C-ITS 통신 방식으로는 근거리전용무선통신(DSRC)과 셀룰러기반차량사물통신(C-V2X)이 이용된다. 국토부는 2007년부터 DSRC 방식의 C-ITS 기술을 개발했고 2014년부턴 시범 사업에 착수했다.
그랬던 국토부의 C-ITS 본사업 진행 과정에 마찰이 빚어진 건 5세대(5G) 통신 상용화가 가시화된 2016년이다. 근거리무선통신(와이파이)만 가능했던 DSRC에 비해 5G까지 이용할 수 있는 C-V2X 채택의 필요성이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의해 제기되면서다. 보다 확실한 기술 검증으로 C-V2X 기반의 C-ITS 구축을 주장한 과기정통부와 이미 DSRC 방식의 C-ITS 서비스를 준비해 온 국토부가 충돌한 것이다. 통신기술을 둘러싼 두 부처 간 마찰은 수년째 이어졌고, 기재부는 결국 검증된 기술 방식에 한해 예산을 배정하겠다고 나섰다.
문제는 시간이다. 기재부에선 다음 달 내에 기술 표준에 대해 국토부와 과기정통부의 합의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예산 책정이 어렵다는 입장이다. 현재 두 부처의 분위기를 감안할 때 합의는 힘든 상황이다. 이 경우엔 결국 기재부에서 제시한 기술 검증에 들어갈 공산이 크다. 기재부에서 제기한 기술 검증에 필요한 시간은 적게는 4년 많게는 10년인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10년 넘게 공들인 자율주행 프로젝트가 최대 10년을 더 기다려야 될 판인 셈이다.
피해도 현실화되고 있다. 정부의 이번 사업 보류 결정으로, 이와 관련된 50여 개 중소기업의 타격은 불가피하다. 한 중소기업 관계자는 "상황에 따라선 회사 문을 닫아야 될지도 모른다"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부처 간 갈등으로 자율주행 사업 경쟁력 약화를 우려하고 있다. 미국과 유럽 등을 포함한 선진국에선 이미 기술 표준 확립과 함께 서비스를 추진하고 있어서다. 만약 부처 간 마찰로 자율주행 교통 시스템 개발이 지연될 경우, 선진국에 비해 최소 5년 이상 뒤처질 것이란 부정적인 전망도 내놓고 있다.
정구민 국민대 전자공학부 교수는 “DSRC 방식을 우선 상용화하면서 C-V2X 방식을 실증하게 되면 C-ITS 산업에서 우리나라가 주도권을 가지면서 미래 기술에 대한 준비를 동시에 할 수 있다”며 “C-ITS 상용화가 늦어지게 되면 결국 자율주행 기술 경쟁력 하락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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