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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이재명에게 없는 것

입력
2021.07.19 18:00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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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충재
이충재주필


윤석열, 가족 의혹 사과 않고 남 얘기하듯
무례한 후보 대통령 되면 실패한 정권 돼
이재명 등 다른 주자도 검증 피하지 말아야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17일 오전 광주 북구 민족민주열사묘역(옛 망월묘역)을 참배한 뒤 지지자들을 향해 주먹을 쥐어 의지를 보여주고 있다. 광주=뉴시스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17일 오전 광주 북구 민족민주열사묘역(옛 망월묘역)을 참배한 뒤 지지자들을 향해 주먹을 쥐어 의지를 보여주고 있다. 광주=뉴시스

유력 대선주자들에 대한 도덕성 검증에서 눈여겨본 건 그들의 태도다. 후보 본인과 가족 관련 의혹은 그 자체로 규명돼야 하지만 이에 대응하는 자세와 태도도 그 못지않게 중요하다. 쏟아지는 의혹에 얼마나 솔직하고 진정성 있게 답하는지, 사과나 반성에 진심이 담겨 있는지에서 그의 품성과 기질을 엿볼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가장 많은 의혹을 받고 있는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태도는 실망스럽다. 그는 장모 구속에 “법과 원칙에 예외란 없다”고 했고, 배우자의 논문과 사생활 논란에는 “대학이 해결할 문제”라느니 “집사람은 술을 안 좋아한다”고 말했다. 해명이 아니라 남의 얘기하듯 하거나 본질과 동떨어진 답변으로 일관했다.

상식적이지 않은 반응은 선거 전략으로 추측된다. 허다한 의혹이 제기되는 상황에서 세세한 설명은 검증의 덫에 깊이 빠질 수 있다는 우려를 했을 법하다. 처음부터 선을 분명히 긋거나 원칙적인 수준의 답변이 최선이라고 판단했을 것이다. 어찌 보면 높은 지지율을 유지하는 입장에서는 나무랄 데 없는 전략일 수 있다.

문제는 이런 태도가 선거를 의식해서가 아니라 윤 전 총장의 실제 생각인 경우다. 가족의 의혹은 자신과는 별개이고, 실제 별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인식하고 있을 가능성이다. 그의 오랜 검사 경력을 떠올리면 무리한 추측은 아니다. 항상 선(善)의 입장에서 거악(巨惡)만 상대해온 특수부 검사는 자신의 잘못을 객관적으로 바라보지 못할 수 있다. 다른 영역에는 가혹하면서 스스로에겐 관대한 조직의 생리에 익숙하기 때문이다.

윤 전 총장에게 받게 되는 인상은 사과에 인색한 사람이라는 이미지다. 윤 전 총장은 지난해 국감에서 검사들의 라임펀드 접대 의혹에 “사실이면 사과하겠다”고 약속했지만 이를 지키지 않았다. 이번 가족 의혹에도 “경위야 어쨌든 송구스럽다”고 하는 게 국민적 정서인데 한마디 사과의 말도 없다. 공정과 정의를 집권의 가치로 삼은 것과는 배치된다.

사생활 논란에 휩싸인 이재명 경기지사의 태도도 실망스럽기는 마찬가지다. 가족 문제에 대해서는 여러 번 사과하고 눈물까지 보였지만 ‘여배우 스캔들’ 해명에는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였다. 경선 토론의 수준을 떨어뜨린 ‘바지 발언’은 수준 이하라는 비판을 받았다. 듣기 싫은 질문에도 진실된 말로 유권자들을 납득시키는 게 옳은 태도다.

윤석열, 이재명에게만 국한된 얘기가 아니다. 검증에 대한 진솔한 태도는 모든 대선주자에게 해당된다. 누구도 검증을 피해갈 수 없고, 그들의 답변 내용과 태도를 보고 유권자들은 선택할 것이다.

도덕성 검증에 대한 당당하지 못한 태도는 대통령이 됐을 때 일그러진 모습으로 나타나기 십상이다. 평소 잘못을 인정하는 데 서투른 사람이 국정 수행과정에서 벌어진 과오를 솔직히 받아들이려 할 리 만무하다. 이런 이는 본인보다는 주변과 아랫사람들에게 책임을 돌리려는 성향이 강하다. 국정 운영이 독단과 독선으로 흐르고 기강이 제대로 설 수 없을 것이다.

문재인 정부가 국민의 신뢰를 잃기 시작한 건 “우리에겐 사찰의 DNA가 없다”고 할 때부터였다. 자신들은 이전의 집권세력과 다르다는 순결주의가 화를 불렀다. 강준만 교수는 저서 ‘싸가지 없는 진보’에서 무례함과 도덕적 우월감, 언행 불일치 등을 진보정권 실패의 원인으로 들었지만 태도의 문제는 진보에 국한되지 않는다. 어떤 정치 지도자도 오만한 태도와 책임 회피는 몰락의 길을 걷기 마련이다. 대중에게 호감을 잃은 정치인과 정당이 대선에서 승리한 적은 없다. 비호감은 내용보다 태도에서 만들어진다.

이충재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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