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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구마, 국밥, 사이다

입력
2021.07.18 18:00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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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한국일보> 논설위원들이 쓰는 칼럼 '지평선'은 미처 생각지 못했던 문제의식을 던지며 뉴스의 의미를 새롭게 해석하는 코너입니다.

더불어민주당 대권주자인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16일 온라인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이재명 캠프 제공

더불어민주당 대권주자인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16일 온라인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이재명 캠프 제공

더불어민주당 대선 경선에서 지지율 선두를 달리는 이재명 경기지사가 이낙연 전 대표의 맹추격을 받자 대응 방식이 달라지고 있다. 경선 초반에는 본선전을 대비해 소극적 방어에 치중했으나 1위를 낙관할 수 없는 상황이 전개되자 다시 공세 모드로 돌아서 난타전을 벌이는 모습이다. 이 과정에서 나온 고구마, 국밥, 사이다 등의 여러 비유법이 이 지사의 정치적 상황을 우회적으로 드러내 눈길을 끈다.

□ 이 지사의 대표 브랜드가 ‘사이다 정치인’이었다. 2016년 민주당 대선 경선에서 물불 가리지 않는 직설화법으로 주목받으며 생긴 별칭이었다. 하지만 당시 경선 상대였던 문재인 대통령은 “사이다는 금방 목이 마르다. 배가 부른 것도 아니다. 고구마는 배가 부르다”며 이 지사를 견제했다. 자신의 스타일이 답답한 고구마처럼 비치지만, 자극적인 사이다보다 내실이 있다는 뜻이었다.

□ 사이다는 경선 1위 주자에겐 양날의 검이다. 자극적 발언이 효과를 내더라도 지나친 공격은 내부 분열이란 후유증을 남긴다. 2016년 경선과 달리 수성 입장에 선 이 지사가 사이다 대신 국밥론을 들고 나온 배경이었다. 어지간한 공격은 참고 견디면서 본선을 내다보며 당의 통합을 이루겠다는 뜻이었다. 하지만 이 지사의 대응이 무디고 답답하자 ‘김 빠진 사이다’ ‘식은 고구마’ 같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 이낙연 전 대표 지지율이 빠르게 상승하자 이 지사가 '사이다 복귀'를 선언했다. 그는 18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사이다라는 말이 그저 거침없이 말하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면서 “사회 특권층에 할 말 할 수 있냐, 민생을 가로막는 기득권 구조에 대해 피하지 않고 직면할 수 있느냐가 국민께서 판단하시는 사이다의 조건”이라고 적었다. 사이다를 ‘적폐 청산론’과 연결 지으며 세련되게 가다듬은 셈이다. 하지만 이 지사의 사이다가 네거티브 공격과 얼마나 다를지는 두고볼 일이다. 그의 사이다 복귀로 민주당 경선은 진흙탕 싸움이 될 가능성이 커졌다. 누가 승리하든 경선 후유증이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송용창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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