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식과 봄여름가을겨울 '리프리젠트' 공연
31년 만에 홀로그램으로 무대에
"이렇게 도와주는 동생들이 있어서 고마워요." 얼굴에 웃음이 가득한 사내가 묵직한 목소리로 관객들에 밴드 연주자들을 소개한다. 무대에 선 이는 바로 '영원한 가객' 김현식. 1990년 세상을 떠난 그는 31년 만에 홀로그램(3차원 영상 입체 사진)으로 다시 공연장에 돌아온다. 오는 21일 경기아트센터 대극장이 그 무대다. 김현식은 드라마 '응답하라 1988'에 삽입돼 요즘 청년들에게도 친숙한 히트곡 '사랑사랑사랑'도 부를 예정이다. '홀로그램 김현식'과 같이 무대에 설 봄여름가을겨울 멤버 김종진이 미리 들려준 공연 '리프리젠트' 구성이다.
깜짝 손님은 또 있다. "둥 두둥, 둥 두둥~" 봄여름가을겨울 드러머였던 고 전태관이 홀로그램으로 드럼 앞에 앉아 밴드의 대표곡 '어떤 이의 꿈'을 연주한다. 1986년 데뷔한 김현식과 봄여름가을겨울의 부활이다.
하지만, 최근 서울 강남 소재 그의 집 인근에서 만난 김종진은 "처음엔 이 공연 제안이 조심스러웠다"고 말했다. 자칫 감성팔이로 비치지 않을까 하는 걱정에서였다. "다시 생각해보니 굉장한 행운이고 기적 같은 일이 내게 주어진 것 같더군요. 볕이 좋은 날, 밖에 널려진 하얀 이불을 돌아가신 어머니가 탈탈 털고 있고 그걸 보는 아이들한테 '밥은 먹었고?'라고 묻는 연극 같은 장면이 문득 떠올랐어요. 지친 우리에게 따뜻함을 그리고 기운을 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 기쁘게 마음을 돌렸죠." 김종진은 붉어진 눈시울을 훔쳤다.
김종진은 김현식과의 첫 만남을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었다. 1983년, 방배동, 카페 '월화수목금토일'. "잘생긴 형을 처음 보고 '저 형이랑 음악 하면 소원이 없겠다'고 했는데, 제대 후 '형 보러 와라, 동부이촌동으로'라며 부르는 거예요. 갔더니 '음악 할래?' 하더군요. 너무 좋아 몸이 들썩였는데 태관이가 제 허벅지를 잡았어요. 걔가 경영학과 출신이라 저보다 침착하거든요. 현식이형은 동생들 많이 챙겼어요. 한남동에서 연습 끝나면 현대 프레스토 자동차로 저, 태관이, (유)재하, (장)기호 등 밴드 멤버들을 다 집까지 데려다줬거든요." 언더그라운드의 신화가 된 봄여름가을겨울의 시작이었다.
공연을 일주일도 채 남겨두지 않은 김종진의 눈빛엔 긴장이 가득했다. 그는 3월부터 이 공연을 준비하고 있다. 모든 동선과 연주, 노래까지 흐트러짐 없이 기획해 홀로그램으로 구현해야 하다 보니 보름 가까이 밤을 새우다시피 했다. 이적, 거미를 비롯해 JTBC 오디션 프로그램 '싱어게인'에서 연을 맺은 이무진 등 여러 후배와 함께 꾸리는 공연이라 더 많은 시간이 필요했다.
시간에 늘 쫓기는 작업이지만, 함께 참여하는 후배들은 축제처럼 현장을 즐기고 있다. 김현식·봄여름가을겨울과의 남다른 인연 때문이다. 이적은 1990년대 중반, 김진표의 생일에 압구정동에 있는 LP가게에서 봄여름가을겨울 1집을 선물했다. 1995년 패닉이 결성된 결정적 계기였다. '내 사랑 내 곁에' '비처럼 음악처럼' 등이 울려 퍼질 이 공연은 9월 말 MBC에서 방송될 예정이다.
"이 공연이 잘되면 나중에 꼭 재하와 함께 봄여름가을겨울 공연을 해보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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