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리두기 상향된 휴가지 음식점 예약 취소 급증
숙박업도 성수기 지나면 수요 뚝 끊겨
중기중앙회 "소상공인 손실 보상 확대해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전에 비하면 매출이 절반은 줄었어요. 4인 이상 예약을 못 받는 게 가장 큰 타격입니다."
제주 서귀포에서 돼지고기 전문점을 운영 중인 A씨의 주름은 성수기를 앞두고 더 깊어졌다. 대표적 여름 휴가지인 제주도 역시 코로나19의 4차 대유행 여파로 19일부터 사회적 거리두기가 3단계로 격상됐기 때문이다. 기존 6명까지 허용됐던 사적 모임이 4명까지로 줄면서 단체손님을 받지 못하는 게 뼈아프다. 고씨는 "제주공항은 발 디딜 틈이 없다지만, 숙소에서 식사를 해결하려고 계획한 탓인지 3단계 격상을 발표한 어제 이후 예약 취소가 급증했다"며 "평소 성수기 때 하루 300만 원 정도 매출을 올렸는데, 올해는 200만 원에도 턱없이 못 미칠 것 같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숙박업소 역시 예외는 아니다. 제주에서 가장 인기 있는 관광지 중 하나인 함덕 지역에서 펜션을 운영하는 B씨는 "예년에 비해 예약이 50% 수준"이라며 "그나마 성수기는 버틸 수 있겠지만, 성수기를 피해 실속 휴가를 즐기던 수요가 거의 없어져, 8월 중순 이후가 더 걱정"이라고 푸념했다.
본격적인 여름 휴가철이 다가왔지만 휴가지 소상공인들의 마음은 여전히 한겨울이다. 전국적으로 초고강도 사회적 거리두기가 시행되면서 매출 급감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심지어 전국 소상공인 10곳 중 6곳은 휴·폐업까지 고민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18일 중소기업중앙회가 전국의 숙박업, 음식점업 각 150곳씩 300곳을 대상으로 실시한 긴급 실태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57.3%는 최근 사회적 거리두기 격상에 따른 영업난에 휴·폐업을 고려하고 있다고 답했다.
당초, 코로나19 4차 대유행 이전까지 방역 수칙 완화 움직임으로 수도권은 올해 7, 8월 매출이 지난해보다 약 16.4% 증가한 4,594만 원, 지방은 12.5% 증가한 5,143만 원에 이를 것으로 기대됐다. 하지만 수도권 내 소상공인 10명 중 7명이, 지방은 10명 중 3명이 기대치보다 40% 이상 매출이 감소할 것으로 예상했다.
더 심각한 문제는 대부분의 소상공인들의 여름철 매출 의존도가 매우 높다는 점이다. 중기중앙회에 따르면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 소상공인의 7, 8월 합산 매출은 평균 7,919만 원으로 연매출의 약 30%를 차지한다. 지난해 같은 기간 매출은 4,234만 원으로 46.5% 감소했고, 올해는 사회적 거리두기 여파로 지난해보다 더 줄어들 가능성이 높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손실보상 소급적용을 두고 탁상공론만 벌이고 있는 정치권에 대한 비판 수위도 높아지고 있다. 종로에서 한식집을 운영하는 C씨는 "거리두기 4단계가 적용된 지난주엔 아예 저녁 장사를 접었다"며 "기존 월 200만 원 수준이던 적자가 이젠 500만 원에 육박할 지경"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수술대에 오른 사람 빨리 고칠 생각은 안 하고 서로 싸우고 있는 정치권과 정부를 보면 속이 부글부글 끓는다"고 꼬집었다.
영세한 중소 소상공인업계에선 당장 실질적인 지원이 절실하다고 입을 모은다. 추문갑 중기중앙회 경제정책본부장은 "사회적 거리두기 강화로 소상공인들의 매출 급락은 불가피하다"며 "매출 절벽에 직면해 하루하루 생존을 걱정하는 이들의 피해 지원을 위한 손실 보상을 확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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