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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스 프리즘] 중독, 개인에게만 맡길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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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스 프리즘] 중독, 개인에게만 맡길 수 없다

입력
2021.07.19 18:30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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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권 서울대 명예교수(서울K내과 원장)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대학병원 신장내과 입원 환자 중에는 중등도 이상의 만성콩팥병을 가진 사람이 많다. 치료법의 하나로 이들에게는 저염식 환자식이 제공된다.

그런데 이 식사를 견디지 못하고 조미 김이나 김치와 고추장을 몰래 숨겨두었다가 식사 때 먹는 환자가 있다. 이 때문에 먹겠다는 환자와 이를 막으려는 의사가 숨바꼭질을 하기도 한다. “밥을 먹어도 먹지 않은 것 같다”거나 심지어 “싱겁게 먹다 보니 구역질이 난다”고 하소연하는 환자의 소금에 대한 집착은 말 그대로 중독이다.

담배ㆍ술ㆍ마약에는 중독이란 말을 붙일 때 자연스럽다. 하지만 소금 중독ㆍ탄수화물 중독 등 최근에 생긴 신조어를 낯설어 하는 사람이 적지 않다.

중독에 대한 연구들을 살펴보면 담배ㆍ술ㆍ마약ㆍ탄수화물ㆍ게임 등 여러 중독이 소금 중독의 ‘경로’에 무임승차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소금 중독의 경과를 살펴보자. 첫째, 정말 소금이 필요한 때로 ‘요구’라고 한다. 동물들은 생명 유지를 위해 소금이 필요하면 내분비계ㆍ중추신경계 등을 동원해 소금을 찾는다. 둘째, 소금을 섭취했지만 맛을 위해 소금을 필요 이상으로 찾는 ‘취향’이다. 소금이 든 음식을 먹었을 때의 쾌락 때문이다.

셋째, 취향은 ‘탐닉’으로 발전한다. 언제 또 짠맛을 즐길 수 있을까 하는 기대감이 생긴다. 넷째, 기대감은 짠맛에 대한 ‘갈망’을 거쳐 ‘중독’으로 이어진다.

세계보건기구는 중독에 대해, 한 번 사용하기 시작하면 자꾸 사용하고 싶은 충동을 느끼고(의존성), 사용할 때마다 양을 늘리지 않으면 효과가 없고(내성), 사용을 중지하면 견디기 힘든 이상(금단 증상)을 일으키는 것으로 정의한다.

동물은 진화 과정에서 바다에서 강을 거쳐 육지로 올라왔다. 생존에 필수적인 물과 소금을 섭취하기가 어려워진 것이다. 따라서 육지 동물들은 천적의 습격을 피하기 위해 아주 짧은 시간에 소금을 감지해 섭취할 수 있도록 진화했다. 그 결과, 짠맛을 느끼는 경로를 고속도로처럼 고도로 발달시켰다.

소금을 빨리 감지하려고 만든 이 고속도로를 담배ㆍ술ㆍ마약ㆍ탄수화물ㆍ게임 등이 편승하면서 심각한 중독 현상이 나타나게 됐다.

그런데 혀에서 뇌 시상하부까지 연결하는 고속도로는 각 개인의 몸속에 있기 때문에 중독을 개인의 몫으로 치부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중독은 결코 개인의 문제만은 아니다. 짠맛을 재빨리 감지하기 위한 몸 속 고속도로는 소금이 부족하던 수십~수백만 년 전에 만들어졌는데, 사회가 풍요로워지면서 가공식품 등을 통한 소금 섭취가 급증하면서 요구, 취향, 쾌락, 탐닉, 갈망을 거쳐 중독에 빠져드는 사례들이 나타나게 된 것이다.

또한 설탕ㆍ지방 등도 값싸게 많이 공급되면서 점점 더 많은 사람이 여러 중독에 노출되고 있다. 게임 중독ㆍ스마트폰 중독 등 예전에 없던 현상까지 나타나고 있으며 앞으로 더욱 심화될 것이다.

그동안 풍요로운 세상을 만들기 위해 매진하면서 ‘풍요의 그늘’에 대해서는 제대로 대비하지 못한 면이 있는데 중독 증가 현상도 그중의 하나다. 중독의 피해는 개인 건강 문제에 그치지 않고 막대한 사회ㆍ경제적 손실로 이어진다. 최근 국내에서도 추진 중인 설탕세는 물론 소금세 도입 등 중독을 예방하기 위한 사회적 개입을 적극 추진해야 한다.

김성권 서울대 명예교수

김성권 서울대 명예교수


권대익 의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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