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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창룡 경찰청장 "누구든 같은 잣대로… 수산업자 사건도 마찬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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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창룡 경찰청장 "누구든 같은 잣대로… 수산업자 사건도 마찬가지"

입력
2021.07.19 04:00
수정
2021.07.19 11:21
12면
0 0

<김창룡 경찰청장 취임 1년 인터뷰>
민주노총 사건도 엄정하게 대응
방역법 위반 등 엄격하게 수사 중
경찰 수사권 독립으로 경험 쌓이면
"검찰이 주도한 인지수사도 잘할 것"
'선제적 범죄 예방' 제도로 정착해야
"주민친화적 자치경찰제 실감할 것"

김창룡 경찰청장이 15일 경찰청 집무실에서 한국일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왕태석 선임기자

김창룡 경찰청장이 15일 경찰청 집무실에서 한국일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왕태석 선임기자

지난해 7월 경찰 총수 자리에 오른 김창룡(57) 경찰청장은 취임 1년 동안 역대 어느 경찰청장보다 변화의 물결을 목도하고 있다. 67년 만에 형사사법체계가 뿌리째 바뀌면서, 올해는 수사권 조정의 원년으로 기록됐다. 이달부터 자치경찰제가 전면 시행되면서 '주민 친화적인' 경찰의 모습을 보여줘야 하는 시험대에도 올랐다. 경찰의 권한과 책임이 커지면서 감시의 눈도 많아졌고, 이로 인해 김창룡 청장의 어깨는 더욱 무거워졌다.

김 청장은 지난 15일 한국일보와 만나 1년간의 변화를 언급하면서 '동일한 기준'과 '법 집행의 공정성'을 10차례 이상 강조했다. 그는 경찰이 수사 중인 '가짜 수산업자' 로비 의혹 사건을 예로 들며 "수사 대상자에 검사와 경찰서장이 있고 언론인 다수가 포함됐다. 대상이 누구든 동일한 기준으로 수사할 때 경찰의 엄정한 법 집행 의지를 인정받을 것"이라고 밝혔다.

김 청장은 자치경찰제가 지역별 치안 격차를 확대시킬 수 있다는 우려에 대해 "일정 수준 이상의 치안 서비스가 지역 특성에 맞게 제공되기 때문에, 시간이 흐를수록 '주민 친화적' 경찰에 대한 체감도가 높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취임 후 1년 동안 경찰 조직에 큰 변화가 있었다.

"지난해 7월 23일 취임하고 같은 달 30일 당정청 회의를 통해 4대 권력기관 개혁에 대한 공식 입장이 나왔다. 수사권 개혁 작업을 수행하며 경찰에 부여된 책무를 제대로 완수해야 한다는 소명의식이 컸다. 고비 때마다 심사숙고해 결정했고, 국민들께 성원도 부탁드려야 했다. 경찰 조직을 하나로 결속하고, 국회 및 각 부처와 협의해 국민께 약속했던 취지대로 수사구조 개혁법을 개정하고 시스템을 만들었다.”

-그럼에도 경찰이 여전히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는 비판이 적지 않다.

“국민들이 경찰을 필요로 할 때는 인생에서 한 번 있을까 말까 할 정도의 위급 상황이다. 피해를 봤거나 피의자로 조사를 받을 때 경찰이 응대하는 태도와 자세가 미치는 영향이 크다. 우리 가족의 일처럼 국민들 어려움을 해소하는데 최선의 모습을 보이자고 직원들에게 강조하고 있다. 그렇다고 완전히 만족시킬 수는 없겠지만 진정성을 갖고 대하다 보면 국민들도 공감하지 않을까 싶다.”

-우리 경찰의 범인 검거율이 외국보다 높고, 수사기법도 첨단화돼 있지 않나.

“5대 범죄 발생률과 교통사고 발생률 등 객관적 지표만 놓고 보면 대한민국 치안과 경찰 수준은 세계 최고 수준까지 와 있다. 국제 기구에서 인정하는 평가 결과라서 경찰 스스로도 자부심을 갖고 있다."

-그럼에도 경찰에 대한 신뢰도는 여전히 낮은 편이다.

“과거 많은 분들 덕분으로 가장 안전한 대한민국이라는 목표는 달성됐다. 하지만 경찰 조직에 대한 신뢰도는 국내 공공기관 가운데 최하의 수준을 맴돌고 있다. 아마도 경찰의 잘못된 과거 때문에 쉽사리 높은 점수를 못 주는 것 같다. 해방 이후 반민특위 활동이나 민주화 과정에서 경찰의 부적절한 법 집행 등이 국민들 마음 속에서 완전히 사라지지 않았다. 많은 국민이 여전히 일제 순사와 해방 이후 이어진 경찰의 과오를 기억하고 있다. 국민들 마음을 얻는 노력을 계속하다 보면, 경찰 활동의 진정성을 인정하고 공감해줄 것으로 믿는다.”

김창룡 경찰청장이 16일 오후 서울 마포구 홍대 클럽거리에서 방역수칙 준수 실태 점검을 하고 있다. 경찰청 제공

김창룡 경찰청장이 16일 오후 서울 마포구 홍대 클럽거리에서 방역수칙 준수 실태 점검을 하고 있다. 경찰청 제공

-경찰의 사건 처리 과정에 대한 만족도도 높다고 말할 수 없다.

-대한민국 경찰의 강력 범죄 검거율은 거의 100% 수준이다. 살인 사건은 검거까지 일주일을 넘기지 않는다. 경찰의 강력 사건 처리에는 큰 불만이 없지만, 사기·배임·횡령 등의 경제사건 처리 과정이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는 지적이 있다. 그런데 고소·고발이 접수돼 기소까지 가는 경우가 20% 수준이다. 대부분 민사적 사안으로, 범죄가 되지 않는 경우를 고소하는 경우가 많다는 의미다. 범죄에 해당하지 않는 고소·고발 사건을 신속하게 처리할 수 있는 방법을 국회 및 관계 부처와 논의 중이다.”

-수사권 조정으로 고소 고발 접수가 계속 늘어날 텐데.

“형사소송법에 따르면 고소·고발이 들어오면 경찰은 무조건 수사를 해야 한다. 상담을 통해 명백하게 범죄와 관련이 없고 공소권이 없다고 판단되면 다른 방법으로 해결하거나 진정으로 바꾸는 제도를 운영할 수 있다. 그럼에도 일단 접수를 하면 최종적으로 경찰은 불입건하는 절차를 거치게 된다. 그런 경우가 전체 사건의 80%에 달하기 때문에 사건 처리에 많은 인력과 시간이 소모될 수밖에 없다.”

-수사관 업무가 과중하다는 일선 경찰들의 불만이 높다.

“경찰청장으로서 직원들에게 늘 미안하고 감사한 마음이다. 지속 가능한 제도가 되기 위해선 업무량이나 사건 수에 비례하는 인력과 예산이 뒷받침돼야 한다. 행정안전부 장관을 뵐 때마다 말씀드리고, 국회에서도 필요한 노력을 하고 있다.”

김창룡 경찰청장이 15일 집무실에서 한국일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왕태석 선임기자

김창룡 경찰청장이 15일 집무실에서 한국일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왕태석 선임기자

-집회 시위 대응에 있어서 경찰이 원칙을 갖고 공정하게 하고 있나.

“경찰의 공정한 법 집행을 평가할 때 기준이 되는 지점이 집회 시위 대응이다. 법과 원칙에 따라 일관성 있게 동일한 기준으로 해야 한다. 불법 행위에 대해선 예외가 없다. 지난해 광복절 집회 때 대규모 집회 시위가 예고됐고 엄정하게 대응했다. 지난 3일 민주노총 주최 노동자대회 역시 집회 장소와 행사에 대해 전원 금지 통보를 했지만 주최 측에서 집회를 강행했다. 그에 따라 차벽과 폴리스라인으로 집결 자체를 차단하고, 특별수사본부를 구성해 불법 집회와 방역법 위반 등에 대해 엄격하게 수사하고 있다.”

-자치경찰제가 이달부터 시행됐는데, 무엇이 바뀌었는지 체감하기가 쉽지 않다.

“자치경찰제는 지역 주민들이 자율적으로 경찰 기관을 구성해 지역 특성에 맞는 경찰 활동을 하는 제도다. 다양한 주체들이 함께 정책을 만들고, 지자체와 합동으로 안전을 확보하고 행정 지원을 하게 된다. 앞으로 주민들의 요구사항이 신속하게 반영되면 국민들도 체감도가 높아질 것이라고 본다.”

-자치경찰제 시행으로 치안 약화나 공백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전국 모든 지역에서 이미 일정 수준 이상의 경찰력을 갖추고 있다. 그 바탕 위에서 지역 특성에 맞는 자치활동이 이뤄지는 것이다. 시간이 흐르면 지역별로 자치경찰 활동이 비교가 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서로 경쟁하면서 상향 평준화될 것으로 기대한다.”

-수사권 독립 원년이지만 수사 역량은 검찰이 경찰보다 낫다는 시각이 여전하다.

“경찰과 검찰 수사는 동일한 기준으로 평가할 수 없다. 검찰 수사는 첩보를 수집하고 충분히 범죄 행위 여부를 평가한 다음 본격적으로 수사하는 방식이다. 반면 경찰은 발생 사건이 기본이다. 사건 실체를 빨리 파악하고 검거해야 하기 때문에 대응 방식과 수사 기법이 검찰과는 다르다. 검찰이 전담했던 대형 사건에 대한 수사 경험이 쌓여가고 있기 때문에 앞으로 발생 사건뿐 아니라 인지 사건에 대한 수사도 잘할 것으로 본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 부동산 투기 수사에서 경찰은 빅데이터 분석으로 범죄를 파악하고 핵심 주동자를 찾아 대규모 조직을 적발했다.”

-‘가짜 수산업자’ 사건과 관련해, 경찰 입장에선 부담스러운 대상들을 수사하고 있다. 이번 수사 결과에 따라 경찰에 대한 평가가 달라질 것 같다.

“취임 때부터 여러 차례 강조한 원칙은 수사 대상이 누구든 동일한 기준으로 일관성 있게 수사한다는 것이다. 동일한 기준을 적용해 수사할 때 국민들은 경찰의 공정하고 엄정한 법 집행 의지를 인정해줄 것이다. 수사 대상 중에 검사와 경찰서장이 있고 언론인 다수가 포함됐다고 해도 마찬가지다.”

김창룡 경찰청장이 15일 집무실에서 한국일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왕태석 선임기자

김창룡 경찰청장이 15일 집무실에서 한국일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왕태석 선임기자

-남은 임기 1년 동안 중점을 두는 부분이 있다면.

“취임 후 첫 6개월은 (수사권 관련) 법 개정이 숨 가쁘게 이뤄졌고 다음 6개월은 시행을 하는 단계였다. 고비가 있었지만 안정적으로 정착되고 있다. 다만 업무 부담이 늘어나서 인력과 예산 조정이 필요한 상황이다. 이달부터 시행된 자치경찰제가 취지에 맞게 시행되도록 하는 것도 과제다. 특히 선제적 예방에 경찰 활동을 집중하고 이를 실질적 제도로 정착시키는데 중점을 두려고 한다."

-경찰 수장으로서 궁극적 목표가 있나.

"국민 신뢰를 받기 위해선 경찰 법 집행에 대한 공정성과 수용 가능성을 높여야 한다. 국민들 사이에서 우리 아이의 안전을 맡겨도 되겠다, 경찰을 믿어도 되겠다는 공감대가 생겨야 한다. 그래야지 경찰이 국민 존경과 사랑을 받는 직업군이 될 수 있다. 경찰에 대한 신뢰가 곧 국가에 대한 신뢰라고 본다.”

진행= 강철원 사회부장
정리= 손효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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