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수도권을 중심으로 역대 최다 확진자를 발생시키며 대유행기에 접어든 가운데, 오랜 기다림 끝 잠시 숨통을 틔웠던 공연계 역시 직격탄을 맞았다. 특히 정부가 수도권 내 코로나19 확산세를 빠르게 잡기 위해 '사회적 거리두기' 4단계라는 강력한 카드를 꺼내들면서, 서울 및 경기권에서 최근 예정됐던 콘서트 대부분이 일정 취소 혹은 연기를 결정했다.
거리두기 4단계에서도 대규모 콘서트의 경우 공연장 수칙을 적용해 원칙적으로는 방역 수칙을 추가로 적용하는 하에서 개최가 가능하지만, 각 지자체들이 집단 감염을 막기 위해 대규모 집합제한 행정명령을 내리며 공연이 어려워진 경우가 상당수다. 이러한 경우가 아니더라도 각 공연사들은 시국을 고려해 자체적으로 공연 일정 변경을 결정하고 나서는 중이다.
하지만 우려는 '거리두기 4단계'나 지자체의 대규모 집합제한 행정 명령이 아직 내려지지 않은 비수도권 지역들에서 나온다.
나훈아는 지난 16일부터 18일까지 대구 엑스코(EXCO) 동관에서 '나훈아 어게인 테스형 대구 콘서트'를 개최했다. 해당 콘서트는 하루 2회씩 모두 6회 진행됐으며, 1회당 4,000명이 관람하는 대규모 공연으로 진행됐다.
당초 코로나19 확산세가 전국을 다시금 강타하며 나훈아 콘서트 역시 취소 요청과 환불 문의 등이 빗발쳤으나, 현재 정부 방역지침 상 대구에 적용된 거리두기 2단계에서는 회당 최대 관객 수 5,000명까지 공연장에 참석할 수 있다는 이유로 이번 공연은 취소 없이 강행됐다. 코로나19 시국을 고려한 예매 취소, 환불 조치 등도 없었다. 확산의 우려로 인해 예매 좌석의 취소를 원할 경우 관객이 직접 환불 수수료 등의 손해를 감수하고 티켓을 취소해야 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콘서트 강행과 관련해 나훈아의 콘서트 기획사 측 관계자는 "공연장 거리두기 지침에 따라 조치를 취했기 때문에 관람객들이 마스크만 잘 써주면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본다"라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대구시 역시 철저한 방역 수칙 준수 감독을 통해 코로나19 확산 방지에 힘쓰겠다고 알렸다.
대구시 확진자 수는 지난 14일 52명, 15일 51명, 18일 42명을 기록했다. 수도권에 비해서는 상대적으로 적은 수이지만, 안정세를 보였던 지난달에 비해 폭발적으로 확진자 수가 증가했다는 점에서 이 역시 간과할 상황은 아니다.
'싱어게인 TOP10' 전국투어 콘서트 역시 코로나19 밀접 접촉자로 분류돼 2주간 자가격리에 들어간 이소정을 제외한 TOP9 출연자들과 함께 지난 17일 오후 2시와 7시 30분 2회 공연을 진행했다. 다만 '싱어게인' 콘서트의 경우 출연진 변경으로 취소 및 환불을 원하는 경우 환불 수수료 없이 100% 환불 처리가 가능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비수도권 지역 가운데 대전 충북 충남 광주 대구 부산 울산 경남 강원 제주 등 10개 지역은 거리두기 2단계가, 비교적 확진자가 많이 증가하지 않은 세종 전북 전남 경북 등 4개 시도에는 1단계가 적용되고 있다. 하지만 일부 지역들의 거리두기 단계 격상 방침에 따라 이른바 '원정 유흥'을 즐기러 가는 사람들이 늘어나는 등 다양한 확산 경로가 확대되며 전국적 확산이 연쇄적으로 일어나고 있다. 이는 곧 '완전한 안전지대'는 없다는 것을 뜻한다.
물론 좌석간 거리두기, 공연장 내 비말 차단을 위한 마스크 착용, 함성 및 구호 금지 등 보다 구체적인 방역 규칙 준수 및 감독을 통해 관객들의 확산을 어느 정도 보장할 수 있을지 모른다. 그러나 코로나19 시국 속 대규모 공연에 대한 비판 여론과, 공연장을 찾은 관객들의 불안감을 감수하면서까지 콘서트 일정 변경 없이 무리한 강행을 고집해야 하는 이유는 무엇일지 생각해보게 된다. 더 빨리, 더 나은 미래로 나아가기 위해 지금은 모두가 잠시 쉼표를 찍고 '다음'을 기약해야 할 때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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