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달 16일 서울 성북구 장위9구역에서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이 공공재개발 사업에 대해 브리핑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가 공공재개발 후보지로 경기 지역 4곳을 추가 선정했다. 지지부진한 민간재개발 사업에 지친 주민들이 공공 주도 사업으로 눈을 돌렸다. 공공재개발이 서울을 넘어 경기 지역에서도 확산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국토교통부와 경기도는 16일 공공재개발 후보지로 광명시 광명7R구역(2,560가구)과 고양시 원당6·7구역(4,500가구), 화성시 진안1-2구역(320가구)을 선정했다고 밝혔다. 서울 외 지역에서 공공재개발 후보지가 나온 건 처음이다. 앞서 1·2차 발표 때는 서울에서만 31곳의 후보지가 선정됐다. 경기 지역 4곳이 추가돼 공공재개발 공급 규모는 총 3만2,000가구로 늘어났다. 국토부 목표(4만 가구)의 80% 수준이다.
공공재개발이 공공재건축 등 정부의 다른 주택 공급정책보다 상대적으로 속도가 빠른 배경에는 그간의 재개발 추진 과정에서 번번이 고배를 마셨던 지역 주민들의 '간절함'이 자리 잡고 있다.
경기도의 경우 도심 역세권은 지어진 지 수십 년이 흘러 심각한 노후화가 진행 중이다. 지난 10여 년간 주민들의 개발 요구가 잇따랐지만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등으로 인한 사업성 악화, 투자 유치의 어려움 등으로 정비구역 지정과 해제만 반복해왔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가 공공재개발 시 법정 상한 용적률의 120%까지 인센티브를 제공하고 분양가상한제를 적용하지 않는 등 각종 공적 지원을 강화하자 주민들의 시선이 바뀐 것이다.
경기 지역 후보지 4곳 중 가장 규모가 큰 원당6·7구역은 2007년 재정비촉진지구로 지정돼 재개발을 추진해 왔다. 하지만 추진 동력이 부족해 2018년 도시재생활성화지역으로 전환됐다. 주민들 입장에선 계획 변경이 가능한 2024년까지 또 기다리느니 공공재개발로 방향을 트는 게 효율적이었다는 분석이다. 원당역 인근의 한 공인중개사는 "주민들은 15년 가까이 재개발을 원했지만 계속 제자리였다"며 "주민 동의도 없이 도시재생지역으로 지정돼 답답함이 컸다"고 전했다.
공공재개발은 늘어나는 용적률의 20~50%를 공공임대주택으로 공급해야 하는 등 제약이 있지만 주민들은 "재개발만 된다면 충분히 감수할 수 있다"는 분위기다. 고양시 덕양구 성사동에서 10년 가까이 거주한 50대 주민은 "얼마 전까지 도시재생구역으로 지정된지도 몰랐다"며 "도시재생구역이라 해도 구체적인 계획이 없었는데, 빨리 재개발돼서 동네가 좋아지길 바랄 뿐"이라고 말했다.
국토부 관계자는 경기 지역 후보지에 대해 "정비의 시급성, 주민 및 지자체의 사업의지, 주택공급 효과를 종합적으로 심사했다"며 "지자체, 경기주택도시공사(GH) 등과 협의를 통해 주민들 의견을 수렴, 속도감 있게 사업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공공재개발과 달리 공공재건축은 현재까지 2,000가구 규모의 후보지를 선정, 목표의 4%에 그치고 있다. 공공기관이 민간 소유 땅을 거둬들여 추진하는 '공공 직접시행 정비사업' 후보지는 아직 한 곳도 없다.
다만 공공재개발에 대한 호응이 높아도 사업 추진 과정에서 찬성하는 주민과 반대하는 주민 간 '민민 갈등'이 벌어질 가능성을 배제하기는 어렵다. 서울 동작구 흑석2구역의 경우 공공재개발 시 영업손실 등 불이익을 받을 수 있는 상가 소유주들이 반발하면서 진통이 계속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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