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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상 10m 운행 중 멈추고, 문열리고...위험천만 모노레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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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상 10m 운행 중 멈추고, 문열리고...위험천만 모노레일

입력
2021.07.18 15:00
수정
2021.07.18 17:16
14면
0 0

경북 울진 죽변 스카이레일 안전 '부적합'
전동차 시스템 오류·레일도 문제 발견?
문경 단산 모노레일은 수리 후에도 사고
함양 대봉산 모노레일은 정상 부분서 멈춰 서
환경단체 "관광객 유치에 급급해 안전 뒷전"

경북 울진군 죽변면 죽변항 일대에 설치된 모노레일인 '죽변 해안스카이레일'이 바다 위를 달리고 있다. 울진군은 지난 8일 스카이레일을 정식 운행할 예정이었지만 안전도 검사에서 문제가 발견돼 연기했다. 울진군 제공

경북 울진군 죽변면 죽변항 일대에 설치된 모노레일인 '죽변 해안스카이레일'이 바다 위를 달리고 있다. 울진군은 지난 8일 스카이레일을 정식 운행할 예정이었지만 안전도 검사에서 문제가 발견돼 연기했다. 울진군 제공

인기 TV드라마 ‘폭풍 속으로’ 촬영지로 유명한 경북 울진군 죽변면 죽변항. 이곳에선 지난 8일부터 ‘스카이레일’이 2.4㎞ 구간의 해안을 달리기로 했지만, 여태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다. 거창하고도 요란한 이 모노레일 개장식은 보름 전인 지난 2일에 있었다.

스카이레일이 약속한 '하늘 속 질주'를 하지 못하고 있는 것은 위험천만한 일들이 계속 이어지고 있기 때문. 일부 전동차는 내부에 누수가 감지됐고, 비상제동장치 작동 후 버튼 해제 때 차량이 저절로 출발하기까지 했다. 또 지상 10m 정도의 높이에서 운행 중 문이 열려 탑승객 추락 위험도 발견됐다. 교통안전공단 관계자는 “차량 조립상태 재확인, 차량에 전원을 공급하는 급전레일 세척 작업을 마친 뒤 재검사받을 것을 통보했다"고 말했다.

경북 울진군 관계자들이 지난 2일 죽변면 죽변 해안스카이레일 개장을 기념해 테이프 커팅을 하고 있다. 죽변 해안스카이레일은 8일 정식 운행할 예정이었지만 안전도 검사에서 문제가 발견돼 연기됐다. 울진군 제공

경북 울진군 관계자들이 지난 2일 죽변면 죽변 해안스카이레일 개장을 기념해 테이프 커팅을 하고 있다. 죽변 해안스카이레일은 8일 정식 운행할 예정이었지만 안전도 검사에서 문제가 발견돼 연기됐다. 울진군 제공

전국의 자치단체와 산림청 등이 관광객을 끌어들이기 위해 경쟁적으로 깔고 있는 모노레일이 곳곳에서 말썽이다. 케이블카에 비해 저렴한 설치비, 자연 훼손 논란에서도 비교적 자유로워 많은 지자체들이 지역경제 활성화 등을 명분으로 설치에 나서고 있지만, 안전이 등한시되고 있기 때문이다.

스카이레일 재검사 통보를 받은 울진군 등은 안전 문제를 축소한 채 개장 홍보에만 열을 올렸다. 울진군 관계자는 “교통안전공단의 지적은 지난해 갑작스러운 태풍으로 생긴 일이고, 차량 한두 대에 약간의 오류가 발견됐을 뿐”이라며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레일을 모두 세척해 전기가 기준 이상 흐르는 문제도 해결됐다”고 말했다.

하지만 본지가 단독 입수한 한국교통안전공단의 죽변 스카이레일 부적합 사항을 보면 총 60대의 차량 중 19대가 전자식 잠금장치 불량이다. 여기에 절반이 넘는 39대가 조립상태와 일부 기능이 불량인 것으로 조사됐다.

경북 울진군 죽변면 죽변항 일대에 설치된 모노레일인 '죽변 해안스카이레일'이 바다 위를 달리고 있다. 울진군은 지난 8일 스카이레일을 정식 운행할 예정이었지만 안전도 검사에서 문제가 발견돼 연기했다. 울진군 제공

경북 울진군 죽변면 죽변항 일대에 설치된 모노레일인 '죽변 해안스카이레일'이 바다 위를 달리고 있다. 울진군은 지난 8일 스카이레일을 정식 운행할 예정이었지만 안전도 검사에서 문제가 발견돼 연기했다. 울진군 제공

이런 문제점이 발견된 울진의 스카이레일은 다행이라고 해야 할까. 전국 곳곳에 설치된 모노레일들이 아찔한 운행을 이어가고 있다. 경남 함양 대봉산에서는 지난 5월 28일 승객 20여 명이 탄 모노레일이 정상부분에서 멈추는 일이 있었다. 길이 3.93㎞로, '국내 최장 산악형 모노레일' 타이틀을 가진 이 전동차는 20여 분만에 운행을 재개했지만 승객들은 공중에 갇힌 채 불안에 떨어야 했다. 이날 사고는 선로에 벼락이 떨어지면서 전기가 끊겨 운행이 멈춘 것으로 추정됐다.

잦은 사고로 수개월간 보수를 거쳐 운행을 재개하고도 또다시 말썽을 빚는 레일도 있다. 지난해 4월 개장한 경북 문경의 단산 모노레일은 운행 초기부터 지반침하와 레일균열로 같은 해 6월1일 영업을 중단했다. 같은 해 9월 운행을 재개했지만 11월 19일 또 사고가 발생했다. 문경지역 초등학생과 교사 등 30명을 태우고 내리막 코스를 달리다 갑자기 멈춰 섰던 것. 이후에도 올 1월에 구동과 제동에 중요한 기능을 하는 톱니에 균열이 생겨 멈추기도 했다.

지난 5월 28일 승객 20여 명을 태우고 운행 도중 멈춘 경남 함양 대봉산 모노레일. 출처 함양군 홈페이지

지난 5월 28일 승객 20여 명을 태우고 운행 도중 멈춘 경남 함양 대봉산 모노레일. 출처 함양군 홈페이지

한 문경시민은 “100억 원 넘게 들여 만들었고, 고쳤다고 하는데도 계속 말썽인데 불안해서 타겠느냐"며 “대형사고가 일어나지 않을지, 걱정이 많다"고 말했다.

안전을 무시하고 무리하게 운행을 추진하다 설치 업체와 책임공방으로 수년간 방치되는 경우도 있다. 2018년 7월 개장한 울산 신불산 모노레일은 운행 첫날 고장난 뒤 3년째 멈춰 있다. 지역 환경단체 등이 나서 철거를 요구했지만, 산림청과 설치업체 간 책임 떠넘기기만 계속되고 있다.

울산환경운동연합 관계자는 “관광객 유치에만 급급해 일단 만들고 보자는 식의 케이블카와 모노레일이 너무 많이 생겨나고 있다”며 “환경훼손과 예산낭비, 안전사고가 일어나지 않도록 사전에 철저히 따져보는 제도적 장치가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문경 단산 모노레일. 출처 문경시 홈페이지

문경 단산 모노레일. 출처 문경시 홈페이지


울진= 김정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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