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반도체 위탁생산(파운드리) 업체 대만 TSMC가 지난 2분기에도 호실적 행진을 지속했다. 특히 최첨단 기술인 5나노미터(1나노=10억분의 1m) 칩 매출 비중이 20%에 육박했다. 삼성전자의 5나노 공정이 수율 문제로 주춤한 사이, TSMC는 미국 애플 등 대형 고객사를 싹쓸이하며 격차를 더 벌린 것이다.
TSMC, 2분기 사상 최대 실적
TSMC는 지난 15일 2분기(4~6월) 실적 발표에서 매출은 1년 전보다 28% 뛴 132억9,000만 달러(15조1,600억 원), 영업이익은 18.9%(미국 달러 기준) 늘어난 52억100만 달러(5조9,369억 원)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매출은 분기 기준 사상 최대치다.
TSMC는 3분기 실적도 21~23% 뛴 최대 149억 달러에 이를 것이라며 자신감을 내비쳤다. 이날 로이터가 "TSMC의 최첨단 공정인 5나노와 올해 말 시험생산에 들어가는 3나노 공정에 대한 고객 수요가 강하다"고 분석한 것처럼 시장에선 TSMC의 실적 추가 상승을 점치는 분위기다.
이런 전망은 TSMC의 전체 매출에서 첨단공정 수익 비중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2분기 전체 매출에서 7나노 이하 첨단공정 비중은 49%였다. 이는 전 분기와 같지만, 5나노 비중은 14%에서 18%로 4%포인트 늘었다. TSMC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5나노 칩 양산에 들어갔는데, 1년도 안 돼 5나노 칩을 완전 상용화 수준으로 끌어올린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5나노 수율 문제로 고객사 확보에 어려움을 겪는 삼성전자와 달리, TSMC는 안정적으로 첨단 칩 주문을 쓸어담고 있다는 얘기다.
앞서 웨이저자 TSMC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4월 1분기 실적 발표 후 1,000억 달러에 이르는 역대급 투자계획을 공개하면서 그 배경으로 "3개월 전보다 5나노와 3나노 고객이 더 늘었다"고 밝힌 바 있다. TSMC가 투자액의 80%를 미세 공정인 5나노와 3나노 공정에 쏟아붓기로 한 배경이다.
"삼성전자, 인수합병 등 반전 계기 마련해야"
TSMC는 이날 미국 애리조나주에 짓기로 한 반도체 공장 규모를 더 키우고 일본에 신규 공장을 짓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그간 시장에서 돌던 일본 진출설을 처음 공식화한 셈이다. 첨단공정 경쟁에서 앞서나간 TSMC는 막대한 추가 투자로 삼성전자와의 격차를 더 벌리는 모습이다.
삼성전자는 올 2분기 반도체 부문에서 1분기보다 2배 이상 높은 7조 원가량의 영업이익을 거뒀지만, 이익의 내용은 TSMC와 딴판이다. 주력인 메모리반도체 이익 비중이 95%(6조4,000억 원)에 달한 반면, 정작 파운드리 등 비메모리 분야 이익은 4,000억 원 수준에 불과하다.
더구나 총수 부재로 비메모리 분야에서도 1위를 달성하겠다는 '비전 2030' 계획도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이날 미국 간판 반도체 회사인 인텔이 세계 3위 파운드리 업체 글로벌파운드리스 인수를 추진하고 있다는 외신이 나오는 등 파운드리 시장이 요동칠 조짐도 보이고 있다. 하지만 삼성전자는 미국에 20조 원 규모 반도체 공장을 짓는 방안을 계획하고도 아직 후보지도 확정하지 못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가 압도적 메모리 1위 회사지만, 투자계획 등이 차질을 빚다 보니 시장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는 것"이라며 "삼성전자의 약점을 보강할 회사를 사들이는 등 반전의 계기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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