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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소수자 축복 '교단 재판' 넘겨진 목사…"기독교 성소수자 인권단체 추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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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소수자 축복 '교단 재판' 넘겨진 목사…"기독교 성소수자 인권단체 추진"

입력
2021.07.16 17:32
수정
2021.07.16 1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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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소수자를 축복한 혐의로 교단의 재판에 넘겨진 이동환 수원 영광제일교회 목사가 기독교 성소수자 인권단체를 설립해 기독교계에서 벌어지는 성소수자 차별을 없애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를 위해서 교회 바깥의 시민사회단체들과도 연대하기로 했다. 최종심을 진행하던 기독교대한감리회(기감) 총회 재판위원회가 재판 비용을 늦게 납부했다는 이유로 이 목사의 상소를 각하했다는 소식이 언론을 통해서 전해지자 활동 무대를 넓히기로 한 것이다.

이 목사는 16일 ‘성소수자 축복기도 이동환 목사 처벌재판 규탄과 성소수자 차별법 폐기를 위한 공동대책위원회(공대위)’ 주최로 열린 온라인 기자회견에 참석해 이처럼 밝혔다. 이 목사는 “이로써 제게 내려진 정직 2년 판결이 확정됐다”면서 “재판위원회가 교회 안의 수많은 성소수자 신도들의 존엄을 짓밟은 판결을 내리고 말았다”고 비판했다. 이 목사는 또 “재판 기탁금을 받아서 재판을 두 차례나 연 상황에서 갑자기 재판을 각하한다는 것은 누가 봐도 납득되지 않는 처사”라고 의문을 제기했다.


"재판 시작해 놓고 뒤늦게 비용을 문제삼아"

교계에 따르면 이 목사는 지난 2019년 8월 인천 부평구에서 열린 퀴어문화축제에서 꽃잎을 뿌리며 성소수자들을 축복했다가 지난해 10월 15일 경기연회 재판위원회가 진행한 1심 재판에서 정직 2년 처분을 받았다. 같은 달 29일 상소장을 냈고 그 이후에 1심 재판비용과 상소심 기탁금 1400여만원을 납부했다. 올해 들어서 총회 재판위원회가 최종심 재판을 열기로 했으나 재판위원회가 비공개 재판을 고집하는 한편, 새롭게 구성된 재판위원회의 위원장에게 제척 사유가 있어서 아직까지 본안은 다루지도 못했다. 이런 상황에서 교계 언론 뉴스앤조이의 조남일 재판위원장 인터뷰를 통해서 재판위원회가 이달 9일 전체 회의를 열어서 상소 각하를 결정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재판 비용을 상소 기한(판결 통고로부터 14일)을 넘겨서 납부했다는 것이 각하 이유였다.


지난달 21일 오전 서울 광화문 감리회 본부 빌딩 앞에서 열린 성 소수자 축복기도 이동환 목사 처벌 재판 규탄과 성 소수자 차별법 폐기를 위한 공동대책위원회 발족 기자회견에서 이동환 목사가 손팻말을 들고 있다. 이날 회견을 주최한 공대위는 기독교감리회가 진행하고 있는 이동환 목사에 대한 교단 재판의 공정한 진행을 촉구하는 천막 농성을 시작했다. 연합뉴스

지난달 21일 오전 서울 광화문 감리회 본부 빌딩 앞에서 열린 성 소수자 축복기도 이동환 목사 처벌 재판 규탄과 성 소수자 차별법 폐기를 위한 공동대책위원회 발족 기자회견에서 이동환 목사가 손팻말을 들고 있다. 이날 회견을 주최한 공대위는 기독교감리회가 진행하고 있는 이동환 목사에 대한 교단 재판의 공정한 진행을 촉구하는 천막 농성을 시작했다. 연합뉴스


"교단 헌법에도 근거 없는 각하"

이 목사 변호인단을 대표하는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의 최정규 변호사는 “이러한 결정은 부당하고 비상식적”이라면서 “설사 하자가 존재한다고 하더라도 총회 재판이 두 차례 열릴 동안 한번도 언급하지 않던 재판부가 이제서야 재판 비용 납부 기한을 문제삼는 것은 ‘괘씸죄’를 적용해 이 목사를 징계하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최 변호사는 “감리교의 교리와 장정(헌법) 재판법에는 비용 납부 기한을 준수하지 않았을 경우, 상소를 각하한다는 규정 자체가 존재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사회법에서도 비용을 끝까지 납부하지 않았을 경우에 상소를 각하하는 것이지 기한을 넘겼다는 이유만으로 각하하는 경우는 없다”라고 강조했다.


"사회법으로 소송 검토"

공대위는 재판위원회와 기감이 재판을 공정하게 관리하지 않았다고 판단하고 사회법의 판단을 받는 방법을 검토하고 있다. 재판이 석연치 않은 이유로 지연되면서 이 목사가 오랜 기간 목회에 나서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목사를 잃은 영광제일교회 신자들 역시 신앙생활에 어려움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최 변호사는 “극심한 고통을 겪고 있는 이 목사의 피해 회복을 위해서 (변호인단은) 징계 무효 확인, 나아가 손해배상 청구 등 필요한 소송에 적극적으로 협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날 기자회견에 참석한 영광제일교회 교인은 자신을 성소수자라고 소개하면서 "(판결로) 나한테 안전한 교회, 청소년을 위한 교회가 와르르 무너졌다"면서 "돈을 늦게 냈다고 각하시켜 버리다니 억울하다"라고 하소연했다. 이 교인은 "교인이 10명 남짓한 작은 교회에 돈이 어디 있겠는가, 돈이 많은 교회였다면 덜 억울했을까, 목사가 나쁜 짓을 하거나 횡령이라도 했다면 덜 억울했을까"라면서 "예수님은 모두를 사랑한다고 믿는다"라고 말을 맺었다.


"교단 헌법 개정 운동 벌일 것"

공대위는 또 이 목사를 재판에 넘긴 근거인 교리와 장정을 개정하는 운동도 펼치기로 했다. 교리와 장정의 일반 재판법 3조 8항은 ‘마약법을 위반하거나 도박 및 동성애를 찬성하거나 동조하는 행위’를 범과(犯過ㆍ잘못을 저지름)로 규정하고 있다.

이 목사 사건을 계기로 감리교 신자와 목회자들 사이에서도 해당 규정을 두고 다양한 의견이 오가고 있다. 목사는 동성애 행위를 비판해야 한다는 강경론부터 동성애를 죄로 규정하는 주류 해석을 따르더라도 목사는 죄인마저 축복할 수 있다는 온건론은 물론, 성경이 동성애를 죄로 규정하지 않았다는 기독교계에서는 급진적인 주장까지 나온다. 류승건 전국 목회자 정의평화협의회 총무(목사)는 “가난하고 소외된 약자들을 돌보라는 명령을 따라서 관대한 목회를 실천한 이 목사를 징계한 감리회는 부당한 권리와 장전 조항을 폐지해야 하며 축복은 죄가 될 수 없다”라고 주장했다.


성소수자를 축복했다가 감리회 재판에 넘겨진 이동환 목사를 지지하는 공동대책위원회 관계자들이 지난달 21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세종대로 사거리 앞 감리회 본부 정면에 천막을 치고 농성을 시작하고 있다. 공대위는 천막을 계단 아래로 옯겨서 농성을 진행하다가 이달 16일 천막을 철거했다. 김민호 기자

성소수자를 축복했다가 감리회 재판에 넘겨진 이동환 목사를 지지하는 공동대책위원회 관계자들이 지난달 21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세종대로 사거리 앞 감리회 본부 정면에 천막을 치고 농성을 시작하고 있다. 공대위는 천막을 계단 아래로 옯겨서 농성을 진행하다가 이달 16일 천막을 철거했다. 김민호 기자


기감 본부 "각하 통보 못 받았다"

다만 재판위원회가 상소를 각하했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기감 본부의 부장급 관계자는 “조남일 위원장이 각하 결정을 했다고 언론에 개인적으로 말한 것 같다”면서 “공식적으로 결정돼 총회에 통보된 사실은 없다”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재판위원들이 모여서 의논을 한 것은 사실이지만 정상적으로 상소가 각하되려면 재판이 열리고 변호인들이 참석한 상태에서 판결이 나와야 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기감 본부는 재판위원회는 기감 본부와 독립적으로 운영된다고 강조해왔다.

조 위원장은 이날 본보와의 통화에서 "뉴스앤조이와 통화했으나 보도는 사실과 다르다"라고 답했다. 조 위원장은 “행정절차를 거쳐서 결정문이 나온 다음에야 이런저런 이야기가 오가는 것”이라면서 구체적 답변을 하지 않았다. 어떤 부분이 사실과 다른지, 각하를 결정한 것은 맞는지 묻는 질문에 조 위원장은 “그것 또한 지금으로서는 답변하기가 곤란하다”라면서 “교단 안에서 문제를 논의해야지 (이 목사 측이) 언론을 상대로 (재판위원회를) 매도하면 안 된다”라는 입장을 밝혔다.

김민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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