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독립잡지 만들던 직장인들은 왜 헌옷 교환 파티를 열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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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독립잡지 만들던 직장인들은 왜 헌옷 교환 파티를 열었을까

입력
2021.07.19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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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 비영리 스타트업 '다시입다연구소' 인터뷰

다시입다연구소 최윤희(왼쪽부터),정주연, 정소현씨가 13일 서울 중구 남대문로 한국일보 본사 건물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이들은 의류 교환 행사를 열어 헌 옷 입기에 대한 관심을 촉구한다. 홍인기 기자

'193만 톤.'

2018년 한 해 동안 국내에 버려진 의류 폐기물의 양이다(환경부 환경통계포털 기준). 버려진 옷들은 썩지 않는다. 옷의 절반 이상은 플라스틱 원료인 폴리에스테르로 만들어진다. 결과적으로 헌 옷 무더기에서는 엄청난 양의 미세플라스틱이 방출되고 있다. 환경은 물론 인간의 건강까지 위협한다는 점에서 의류 폐기물은 간과할 수 없는 문제다.

이런 현실을 보다 못한 이들이 지난해 비영리 스타트업을 만들었다. '헌 옷 교환 캠페인'을 벌이고 있는 '다시입다연구소'가 그 주인공이다. 지난 13일 한국일보 사옥에서 만난 정주연 다시입다연구소 대표는 "헌 옷으로 생기는 환경오염이 심각한데도 국내에서는 논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사람들이 간편히 옷을 바꿔 입는 문화가 정착된다면 버려지는 옷의 양을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다시입다연구소'는 정 대표와 최윤희, 정소현씨 3인방이 이끌고 있다. 이들은 6년 전 여성의 일상을 소개하는 독립잡지 '언니네마당'을 함께 만들면서 인연을 이어 왔다. 잡지를 만들기 전까지는 각자 통·번역, 에디터, 디자인 등 패션과는 거리가 먼 분야에 몸담았다. 그럼에도 의기투합할 수 있었던 이유는 셋 다 환경에 관심이 많았기 때문이다.

'다시입다연구소'를 처음 기획한 정 대표는 '의류 교환'에 주목한 이유를 두고 "의류 소비의 창피함에 대해 이야기해보고 싶었다"고 밝혔다. 이른바 값싼 옷을 쉽게 입고 버리는 '패스트 패션' 시장이 갈수록 거대해지고 있지만, 자신의 소비 행위가 환경에 어떤 부정적 영향을 미치는지 제대로 인식 하는 사람은 드물다는 문제의식 때문이었다.

다시입다연구소 '21%파티'에 시민들이 참여하고 있다. 다시입다연구소 제공

이들은 온라인에서 의생활과 환경 보호에 대한 정보를 공유하는 한편, 오프라인으로는 헌 옷 교환 행사 '21%파티'를 개최하며 현실 참여를 유도하고 있다. 행사 이름인 '21%'는 우리가 사놓고 입지 않는 옷의 비율을 말한다. 5벌 중 1벌은 옷장에서 잠자고 있다는 뜻이다.

'21%파티' 참가자들은 5벌 이하의 범위에서 자신이 가져온 옷을 다른 옷으로 바꿔갈 수 있는 티켓을 받는다. 행사를 '파티'라고 부르는 이유에 대해 최씨는 "즐겁고 재밌게 환경 이야기를 해보자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이 때문에 행사는 단지 의류 교환의 장으로만 머물지 않는다. 환경 관련 전시회나 핸드 페인팅 등 행사도 진행되고, 참여자들에게 어울리는 옷을 추천하는 패션 스타일 전문가 초청 워크숍도 열린다.

정 대표는 '21%파티'를 통해 "헌 옷에 대한 인식을 바꾸고 싶다"는 포부도 세웠다. 그는 "헌 옷은 남이 입던 옷이라 더러울 것이라고 생각해 거부감을 가질 수 있지만 실제로 들어오는 옷들은 상태가 매우 좋다"고 설명했다. 정소현씨는 "참여자들은 누가 자기 옷을 가져가는지 관찰하면서 다른 사람에게 관심을 갖게 되는데, 그러면서 새로운 관계가 형성되기도 한다"면서 "행사에 참여하는 것만으로도 헌 옷에 대한 편견을 상당히 없앨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의생활의 '제로 웨이스트(Zero Waste)'를 대중화하는 것이 이들의 궁극적인 목표다. 일상에서 친구나 지인끼리, 혹은 직장 내에서 자발적으로 옷을 바꿔 입는 문화가 정착되길 기대하고 있다. 정 대표는 "단 두 사람만 있어도 할 수 있는 게 옷 교환"이라며 "정기 모임이 있다면 '다음에 만날 때 안 입는 옷을 서로 들고 오자'고 제안하는 것만으로도 간단히 옷 교환이 이뤄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규리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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