앤더슨 "더는 브래지어를 착용하지 않겠다"?
코로나 '집콕생활'...여성들 '노 브라' 편한 차림
정작 외출 시 브래지어 착용 거부 못 해
"앤더슨, '가슴 해방' 외치고픈 현대 여성들 대변"
패션계는 이미 '노 브라' 권장 의류 디자인 선봬
넷플릭스 드라마 '더 크라운'에서 마거릿 대처 영국 총리를 연기하며 근엄하고 강단 있는 모습을 보여준 배우 질리언 앤더슨(53)이 "더는 브래지어를 착용하지 않겠다"며 '노 브라'를 선언해 화제가 되고 있다.
해외 언론들은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인한 '집콕생활'로 편안한 차림을 선호하는 경향이 나타나면서 앤더슨이 '가슴 해방'을 외치고 싶은 여성들의 마음을 대변하고 있다는 것에 주목했다.
14일(현지시간) 미국 CNN방송 등에 따르면 앤더슨은 전날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실시간 방송을 통해 팬들과 소통의 시간을 가졌다. 약 30분 동안 팬들과 이야기를 주고받던 앤더슨은 코로나19 기간에 어떤 의상을 입었는지 묻는 질문을 받았다.
이때 앤더슨은 브래지어에 대한 솔직한 심정을 꺼내들었다. 그는 "(코로나19로 인한) 봉쇄 기간에는 검은색 운동복과 후드티를 자주 입는다"면서 "코로나19가 나를 게으르게 만들었고 더는 브래지어 착용을 하지 않는다"고 털어놓았다.
그러면서 앤더슨은 "브래지어를 입을 수 없다. 죄송하지만 못 입겠다"며 "내 가슴이 배꼽에 닿아도 상관없다"고 말할 정도였다. 이어 "다시는 브래지어를 입지 않을 거다. 그것은 너무 불편하다"고 토로했다.
이 영상은 50만 이상 조회수를 올리며 여성들 사이에서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사회적 규율을 어길 것 같지 않은 50대 여성이, 그것도 인기 드라마에 출연하는 스타가 브래지어를 앞으로도 착용하지 않겠다는 '깜짝' 선언은 팬들을 넘어 여성들의 지지를 얻고 있다.
CNN은 앤더슨이 브래지어가 너무 불편하다는 말에 "이 여배우는 속옷에 대해 비판적인 의견으로 결론을 내렸다"고 평가했다.
그러자 팬들도 앤더슨의 발언을 환영하고 나섰다. 한 팬은 SNS 댓글로 "정말 감사하다. 브래지어는 매우 과대평가됐고 솔직히 말도 안 된다"고 썼고, 또 다른 팬도 "네, 가슴을 풀어주시라. 저는 1년 넘게 브래지어를 착용하지 않고 있다"고 고백하며 앤더슨에게 지지의 뜻을 보냈다. 미국뿐만 아니라 영국, 독일 등 전 세계 팬들은 댓글을 통해 그에게 응원의 메시지를 보냈다.
패션계 '노 브라' 운동이 널리 퍼져 있지만...
앤더슨의 '노 브라' 선언에 많은 여성이 박수를 보내는 건 브래지어 착용이 불편하다는 것을 알면서도 정작 실천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패션지 보그는 앤더슨의 고백이 수많은 여성들의 엄청난 댓글을 촉발한 것도 이 같은 이유라고 언급했다. 앤더슨이 "모든 여성들의 마음을 대변했다"는 것이다.
코로나19로 인해 집에 머무르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여성들 중에는 자연스럽게 '노 브라'로 생활한 이들이 적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외출이라도 하게 되면 불편한 브래지어 착용을 거부하지 못한다.
2021년 패션계는 '노 브라' 운동이 장악하고 있지만 정작 여성들은 이에 동참하지 못하고 있다고 패션지들은 지적한다.
SPA 브랜드 자라, H&M 등의 의류 매장에선 브래지어를 추방한 듯한 디자인을 선보이고 있다. 이를 테면 등이 파인 드레스는 물론 가슴을 받쳐 주는 와이어를 없앤 브라렛 같은 '크롭톱' 등은 브래지어 착용을 옵션으로 두지 않는다. 아예 착용할 필요가 없는 디자인으로 무장해 '브래지어를 탈의하라'고 권한다.
패션계가 앞장서 '노 브라' 패션을 유행시키며 자연스럽게 여성들의 합류를 시도하고 있다. 그러나 여성들의 삶에서 브래지어는 쉽게 폐기 처분할 수 없는 존재다. 1900년대 초 처음 등장해 무려 한 세기 동안 여성들과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를 맺어왔다.
그렇다고 '노 브라' 시대를 시도하지 않은 건 아니다. 지난 세월 많은 여성들은 브래지어 착용을 불편해 하며 탈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것은 과거 여성의 인권과 연결돼 일종의 페미니스트 운동으로 발전했다. 브래지어에 대한 반감은 1960년대 여성 인권 운동 및 여성 해방 운동이 일어나면서 빠르게 확산했다.
당시 미국에서 브래지어 탈의 운동은 정점에 달했다. 1968년 미스 아메리카 선발대회에 항의하던 페미니스트들은 브래지어를 벗어 던졌다. 이듬해 샌프란시스코에서도 페미니스트 그룹의 시위 속에 여성이 브래지어를 벗어 흔들기도 했다.
이제는 사회적 통념에 맞서는 의미로 변화한 듯 보인다. 코로나19 확산을 계기로 여성들은 불편한 브래지어 착용에 대해 되돌아 보는 기회를 가졌다. 단지 사회적 통념이 아닌 오로지 자신의 몸과 정신이 편안하도록 속옷도 그에 맞추려는 경향이 뚜렷해졌다.
그래서 일까. 지난해 전 세계 속옷시장은 변화의 길을 걸었다. 국내에서는 브라렛이나 사각팬티가 출시돼 여성들에게 인기를 끌면서 높은 판매고를 올렸다.
미국에서도 비슷한 경향을 보였다. 미 일간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미국의 시장조사업체 NPD그룹이 지난해 하반기 6개월 동안 브래지어 판매를 조사한 결과, 매출이 전년 같은 기간 대비 1% 증가했다. 특히 유명 미 속옷브랜드 '코사벨라'의 경우 브라렛 매출 증가로 지난해 30% 성장했다.
이는 다양한 종류의 속옷을 원하는 여성들이 많아진 결과다. NYT는 "미국 여성들이 코로나19로 집에 더 머물렀지만 작게나마 브래지어 판매가 늘어난 것은, 매우 다른 옷을 입고 생활했기 때문"이라며 편안한 옷차림에 맞는 브래지어를 찾는 사례가 증가해서라고 보도했다.
아예 브래지어를 탈의할 순 없지만 불편함을 제거한 속옷을 찾고 있는 것이다. 속옷조차 사회적 기준에 맞추는 것을 거부하기 시작한 셈이다. 지난해 전 세계적으로 '노브라 챌린지'가 벌어진 것도 이러한 영향과 무관하지 않다.
세계 3대 패션 스쿨인 미국의 FIT(Fashion Institute of Technology) 박물관 큐레이터인 콜린 힐은 "여성들이 그 옛날 코르셋에 대해 이야기하는 방식과 지금 브래지어에 대해 이야기하는 방식이 많이 겹친다"며 '탈(脫) 브래지어'를 선언할 날이 멀지 않았음을 시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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