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폐색증 때문 추정... 긴급수술 가능성
탄핵 위기에 내몰린 자이르 보우소나루 브라질 대통령이 또 다른 악재를 만났다. 이번엔 건강 문제다. 열흘 넘도록 딸꾹질이 멈추지 않고 있어 긴급 수술을 받을 수도 있는 처지에 놓인 것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사태 책임론에다 각종 비리 스캔들도 불거지면서 ‘당장 대통령 자리에서 내쫓아야 한다’는 여론이 거세지는 현 상황을 감안하면, 그야말로 엎친 데 덮친 격이다.
브라질 대통령실은 14일(현지시간) 보우소나루 대통령이 심한 복통을 호소해 이날 오전 수도 브라질리아 공군병원에 입원한 뒤, 추가 검사를 위해 상파울루의 한 병원으로 이송됐다고 밝혔다. 언제, 어느 병원으로 옮겨졌는지 구체적으로 공개하진 않았으나, 이날 상파울루 빌라노바스타병원에 그를 실은 구급차가 도착하는 모습이 포착됐다고 로이터통신은 전했다.
이달 초 치과치료를 받은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그 이후부터 열흘 이상 딸꾹질이 그치지 않는 증상을 보이고 있다. 대화가 쉽지 않아 일상생활에도 어려움을 겪을 정도다. 지난 7일 라디오방송 인터뷰에선 “24시간 내내 딸꾹질을 하고 있다. 내 말이 듣기에 불편할 수 있다”며 청취자들에게 사과하기도 했다. 미국 일간 워싱턴포스트(WP)는 “8일 페이스북 담화에서도 보우소나루는 1분 동안 딸꾹질을 14번이나 하는 등 힘겨워하는 모습을 보였다”고 보도했다.
보우소나루 대통령의 딸꾹질은 장의 일부가 막히는 ‘장폐색증’ 때문일 수 있다는 게 의료진의 추정이다. 2018년 9월 그는 대통령 선거 유세 도중 괴한이 휘두른 흉기에 복부를 찔려 장기가 손상됐고, 이 때문에 수술까지 받았다. 당시의 부상 여파로 딸꾹질 원인인 횡격막 수축이 지금까지도 계속되고 있다고 볼 만하다는 얘기다.
보우소나루 대통령도 각종 검사 장비를 부착하고 병원 침대에 누워 있는 본인 사진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리면서 “2018년 피습 탓에 종종 이런 상황을 겪는다”고 언급했다. 의료진은 일단 24~48시간가량 그의 상태를 지켜본 뒤, 수술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AFP 통신은 “만일 이번에 수술을 받으면 피습사건 이후 7번째”라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보우소나루 대통령의 증세가 흔한 것은 아니라며 우려를 표하고 있다. 미국 의료연구기관 마요 클리닉의 내과 전문의 마크 라르슨 박사는 WP에 “하루 이상 지속되는 딸꾹질은 매우 드물다”며 “장기간 이어지면 심각한 문제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정치권의 탄핵 움직임이 가시화하는 데다 건강도 악화함에 따라 내년 대선에서 재선을 노리는 보우소나루 대통령의 앞길은 첩첩산중이 됐다. 코로나19 대응에 실패한 그에 대해 민심은 완전히 등을 돌린 상태다. 의회엔 방역 실패 책임을 묻는 탄핵 요구서가 제출됐고, 정부 관료들의 코로나19 백신 구매 비리 파문은 보우소나루 대통령의 ‘묵인 의혹’으로도 이어졌다. 급기야 그가 국회의원 시절 보좌관 임금을 횡령했다는 폭로마저 터져 나왔다. ‘정치적 무능’ 논란에다 ‘부패 스캔들’에까지 휘말린 보우소나루 대통령에 대한 국민들의 분노가 극에 달하면서 브라질 도시 곳곳에선 탄핵 촉구 시위가 잇따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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