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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폐·동전 사라지나… 中·유럽 앞서가자 美 추격 나선 '디지털화폐 경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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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폐·동전 사라지나… 中·유럽 앞서가자 美 추격 나선 '디지털화폐 경쟁'

입력
2021.07.15 16:30
수정
2021.07.15 22:56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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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연준의장 "디지털달러 연구 결과 9월 공개"
검토 끝낸 유럽은 디지털유로 도입 준비 착수
이미 실험 들어간 中, 디지털위안 대도시 유통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이 지난달 22일 하원 청문회에 출석해 의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워싱턴=로이터 연합뉴스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이 지난달 22일 하원 청문회에 출석해 의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워싱턴=로이터 연합뉴스

신용카드의 등장으로 가뜩이나 존재감이 희미해진 지폐나 동전이 머지않아 아예 사라질지도 모르겠다. 허황된 이야기가 아니다. ‘디지털 화폐’ 도입을 둘러싼 세계 각국의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과 유럽이 한발 앞서가는 상황에서 그간 ‘관망 모드’를 유지했던 미국도 추격에 나섰다.

미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제롬 파월 의장은 14일(현지시간) 하원 금융서비스위원회 청문회에서 현재 연준이 도입 가능성을 타진 중인 중앙은행 디지털 화폐(CBDC) 관련 연구보고서가 9월 초쯤 공개될 듯하다고 밝혔다. 국가 중앙은행이 발행하는 CBDC는 실물 없이 디지털 코드만으로 존재하고 정부가 가치를 담보하는 법정 가상화폐다.

미국보다 한발 앞선 쪽은 유럽이다. 이날 유럽중앙은행(ECB) 이사회는 디지털 유로 도입 준비 작업에 공식 착수했다는 사실을 알린 뒤, 앞으로 2년간 CBDC의 설계를 위한 사전 조사 작업을 진행하겠다고 예고했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ECB 총재는 “9개월 전 디지털 유로 관련 보고서를 발표한 이후, 시민·전문가들과 함께 연구를 이어 왔다”고 말했다.

첨병은 역시 중국이다. 2014년 일찌감치 시작한 디지털 위안 연구·개발이 얼추 마무리 단계다. 내년 2월 열릴 베이징 동계올림픽을 자국 법정 디지털 화폐의 선전장으로 활용한다는 게 중국의 구상이다. 이미 사용 실험에도 들어갔다. 여러 대도시를 시범 지역으로 정해 상당 규모의 디지털 위안화를 유통 중이다. 기반 시설(인프라)도 빠르게 갖춰 가고 있다.

12일 유럽연합(EU) 정상회의가 열린 벨기에 브뤼셀에서 EU 회원국 재무장관들과 만난 크리스틴 라가르드(가운데) 유럽중앙은행(ECB) 총재. 브뤼셀=EPA 연합뉴스

12일 유럽연합(EU) 정상회의가 열린 벨기에 브뤼셀에서 EU 회원국 재무장관들과 만난 크리스틴 라가르드(가운데) 유럽중앙은행(ECB) 총재. 브뤼셀=EPA 연합뉴스

추진 명분은 민간 가상화폐의 축출 필요성이다. 가상화폐가 탈세 등 불법 행위에 동원될 뿐 아니라 국가 금융 시스템의 신뢰도 저해한다는 게 CBDC 도입을 추진 중인 각국 정부의 공통 인식이다. 특히 중국이 적극적이었다. 통제권 밖의 가상화폐가 자국의 경제 주권을 흔들 수 있다고 공산당은 판단했다.

유럽은 환경 문제에도 주목했다. 가상화폐 채굴(거래를 위한 복잡한 연산 수행 대가로 가상화폐를 수령하는 행위) 작업엔 많은 전력이 소모된다. 디지털 유로 인프라를 친환경적으로 설계하겠다는 ECB의 약속은 가상화폐를 겨냥하고 있다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공교롭게도 디지털 화폐 도입 추진의 동력은 지난해 전 세계를 휩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 사태가 제공했다. 파비오 파네타 ECB 이사는 이날 블로그에 “점점 더 많은 것이 온라인에서 디지털로 구매되고, 그에 따라 결제 수단으로서 현금의 역할이 축소되고 있다”며 “디지털화가 얼마나 빠르게 진전될 수 있는지 보여준 게 코로나19 팬데믹”이라고 썼다.

미중 간 각축 구도의 영향도 없지 않다. 당초 연준은 디지털 달러를 급하게 도입하지 않는다는 방침이었다. 실제 파월 의장도 미국이 기축통화 보유국인 만큼 서두르기보단 ‘올바르게’ 하는 게 더 중요하다고 했다. 그러나 기축통화 지위를 침식할 수 있는 중국 CBDC의 급부상엔 미국도 신경을 쓸 수밖에 없다는 게 전문가들 이야기다. 라이벌 의식은 중국 역시 마찬가지다. 애초 CBDC를 도입한다는 발상의 배경이 달러 중심 금융시스템 의존도를 줄여 미국의 제재를 피하려는 의도였다는 보도도 나왔었다.

다만 실물 화폐 체제가 당장 대체되긴 어렵다. 디지털의 한계 때문이다. 파네타 이사는 “디지털 결제는 안전성과 개인정보 보호, 접근성 등에서 위험성을 내포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디지털 화폐가 도입되면 사용 기록이 전산망에 축적되기 때문에 당국이 마음만 먹으면 추적에 나설 수 있다. 중국의 CBDC 도입 추진 이유이기도 하다.

권경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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