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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 이어 미국까지... 탄소발 무역전쟁에 위협받는 '수출 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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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 이어 미국까지... 탄소발 무역전쟁에 위협받는 '수출 코리아'

입력
2021.07.16 04:30
수정
2021.07.16 07:15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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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진규 산업통상자원부 차관이 15일 오후 정부서울청사에서 철강·알루미늄 기업 임원들과 화상간담회를 갖고 EU의 탄소국경조정제도 도입에 대한 대응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연합뉴스

박진규 산업통상자원부 차관이 15일 오후 정부서울청사에서 철강·알루미늄 기업 임원들과 화상간담회를 갖고 EU의 탄소국경조정제도 도입에 대한 대응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연합뉴스

2026년부터 유럽연합(EU) 역내로 수입된 제품에 탄소국경세가 부과되고 2035년엔 내연기관 차량 판매가 금지된다. 2050년까지 탄소 중립(이산화탄소 배출 제로) 달성을 목표로 정한 EU가 회원국들에 제시한 초강력 탄소 배출 감축 패키지다. 미국 민주당도 '탄소조정세' 부과에 합의하면서 기후 위기에서 비롯된 '친환경' 흐름에 동참하고 나섰다. 사실상 탄소발(發) 글로벌 무역전쟁이 발발한 모양새다. 수출 의존도가 높은 한국에는 발등에 불이 떨어진 셈이다.

14일(현지시간) EU 집행위원회가 발표한 탄소 배출 감축 방안의 골자는 이른바 탄소국경세로 알려진 '탄소국경조정제도(CBAM)' 시행과 내연기관 차량 퇴출이다. 탄소 중립을 위해 도입된 탄소국경세는 유럽으로 수입된 제품과 서비스 가운데 현지에서 생산한 것보다 탄소 배출량이 많은 제품에 물리겠다는 추가 관세다. 우선 적용 대상은 탄소 배출량이 많은 철강과 시멘트, 비료, 알루미늄, 전기 등이다.

'탈(脫)탄소' 분위기엔 미국도 동참했다. 이날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미국 민주당은 3조5,000억 달러(약 4,007조5,000억 원)의 천문학적인 친환경 투자 계획 발표와 함께 기후 변화 정책이 없는 국가로부터 수입된 물품에 '탄소조정세'를 부과키로 의견을 모았다.

철강업계 직격탄… 산업부, 긴급 점검회의

EU의 강경한 방침에 직격탄이 떨어질 것으로 예상된 분야는 철강업계다. EU가 탄소국경세 대상으로 정한 5개 품목 가운데 수출 비중이 가장 높기 때문이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대(對)EU 철강 수출 규모는 15억2,300만 달러에 달한다. 두 번째로 수출 비중이 높은 알루미늄(1억8,600만 달러)보다 월등한 규모다.

분주해진 산업통상자원부는 15일 철강·알루미늄 기업 임원들과 긴급 간담회를 갖고 EU의 탄소국경세 대응 방안에 대해 논의했다. 산업부는 "EU 및 주요 관계국들과 지속 협의하고, 특히 우리의 배출권거래제 및 탄소중립 정책 등을 충분히 설명해 동등성을 인정받을 수 있도록 할 계획"이라며 "철강 분야에 대해서는 정책연구용역을 거쳐 상세한 영향 분석과 대응방안을 수립하는 한편, '그린철강위원회' 등 산·관·학 협의채널을 통해 긴밀히 소통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해당 업계는 보다 현실적인 대책을 요구했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이번 조치로 철강회사들의 대EU 수출에 상당한 영향이 미칠 것"이라며 "개별 기업이 대응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닌 만큼 정부와 업계가 공동 대응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학동 포스코 사장은 7일 전국경제인연합회가 개최한 국회 포용국가 ESG포럼에서 "철강업계의 경우 탄소중립을 포함한 친환경 경영에 드는 비용이 약 68조5,000억 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며 "새로운 무역장벽으로 자리 잡은 탄소 배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국가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실제 탄소국경세가 본격화될 경우, 철강업계 부담은 상당한 것으로 분석됐다. 그린피스의 의뢰로 보고서를 작성한 EY한영회계법인에 따르면, 국제통화기금(IMF)의 제안대로 2030년 이산화탄소 1톤당 75달러의 탄소국경세가 부과될 경우 2030년에 국내 철강업계에만 약 3억4,770만 달러(약 4,000억 원) 추가 관세가 부과될 전망이다.


자동차 "친환경차 전환 가속"… 항공·해운 "연료비 부담 늘어"

자동차 업계에도 적신호가 켜진 건 마찬가지다. EU가 2035년까지 내연기관 차량 퇴출을 선언하면서다.

당장 2040년까지 유럽, 미국, 중국 등 핵심 시장에 출시 예정인 신차를 전면 수소·전기차로 전환하겠다고 공언한 현대자동차의 경우, 계획을 수정해야 할 판이다. 그렇지 않을 경우, 5년 동안 유럽에서 내연기관차 판매 금지에 따른 손해를 감수할 수밖에 없다. 현대차 관계자는 "이번 EU의 발표 이후 회사 차원의 전략 수정이 불가피해 보인다"고 말했다. 한편 기아는 2030년까지 선진 시장의 전동화 전환을 목표로 설정하고 있어, 기존 전략을 차질 없이 이행한다는 입장이다.

해운업계에도 악재다. 친환경 연료 전환에 따른 비용을 부담해야 할 형편이어서다. EU의 탄소 배출 감축 계획엔 선박 등의 연료에도 세금 부과 방안이 포함됐기 때문이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최근 액화천연가스(LNG) 추진선 발주가 늘어나고 있지만, 아직도 대부분의 원양 선박들은 온실가스 배출을 줄여주는 장비를 장착하고 벙커C유를 사용하고 있다"며 "EU의 탄소 배출 감축 방안 등에 따라 도입해야 할 친환경 연료 개발 비용 등은 추가로 들어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경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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