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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무원의 공무원 활용법

입력
2021.07.15 04:30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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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36.5℃는 한국일보 중견 기자들이 너무 뜨겁지도 너무 차갑지도 않게, 사람의 온기로 써 내려가는 세상 이야기입니다.


2, 3년 전 동남아 근무 때의 일이다. 여러 계기로 도움을 주고받으며 가까워진 말레이시아 현지 매체 기자 K는 한국에 대한 나의 ‘썰’에 여러 차례 놀라움을 표시했다. 그중 하나는 한국의 공무원 시험 열풍에 대한 것이었다. ‘한국엔 자신의 전공과 무관하게 공무원 시험에 매달리는 젊은이 그룹 ‘공시족’이 있고, 이들을 상대로 한 기업형 학원들이 성업 중이며, 또 그 학원을 중심으로 ‘고시촌’이 형성돼 있다. 청년들은 공무원이 되기 위해 재수, 삼수도 불사한다.’ 놀라는 K에게 ‘말레이시아는 그렇지 않냐’고 묻자 돌아온 답은 ‘그 정도는 아니다’였다.

물론 그곳도 공무원은 인기 있는 직업이라고 했다. 안정적인 고용, 공무원 신분을 바탕으로 한 사회적 지위, 용이한 은행 대출로 자동차와 집도 쉽게 살 수 있는 점, 공무원을 위한 1등급 의료서비스 등을 그는 매력으로 꼽았다. 그러나 K는 ‘안정적인 삶’을 원하는 이들이나 공무원을 선호하지 ‘공무원이 아니면 안 된다’는 수준의 한국과는 분위기가 사뭇 다르다고 했다. 그는 또 공무원이라는 직업이 양질의 일자리가 많지 않은 개발도상국에서나 인기가 있지, 한국에선 인기가 없을 줄 알았다고 했다. 삼성, 현대차, SK, LG 같은 굴지의 기업을 가진 경제 규모(GDP) 세계 10위권의 한국에서라면 더 도전적이고 더 신나는 일이 많을 것이라면서.

코로나19와 폭염 속에서, 이 순간에도 공무원이 되기 위해 수험서와 씨름하고 있는 한국의 젊은이들이 덜 도전적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또 공직에 발을 들여놓고 있는 공무원들이 편안함만 좇는 이들이라고도 생각하지 않는다. 각자의 사정과 성향이 있을 수 있고, 이 시대의 복잡다단한 사회 문제와도 엮여 있을 수 있다. 또 무엇보다 우리에겐 직업 선택의 자유가 있다.

치열한 경쟁을 뚫고 공무원증을 목에 건 이들은 유능한 인재다. 이는 선진국, 후진국을 불문하고 외국에서 지내다 온 이들의 내놓는 평가에서 공통적으로 확인된다. 한국만큼 빠르고, 정확한 행정서비스를 제공하는 곳이 없다며 공무원들에게 찬사를 아끼지 않는다. 민원기관에 아는 사람 하나 없어도 일이 돌아가고, 심지어 ‘기름칠’을 하지 않아도 민원이 처리되는 대목에선 감탄을 쏟아내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모두가 그처럼 높은 만족감을 표시하는 것은 아니다. 공무원들이 조금 더 친절했으면, 조금 더 전문적이었으면, 조금 더 적극적이었으면, 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안으로 들기 위한 경쟁이 치열했을 뿐, 공직에 든 뒤 복지부동하는 이들을 접할 땐 세금 내기가 싫어진다고 하는 이들도 있다. 공무원 숫자가 늘었다는 소식이 들릴 때마다 분노를 표시하는 이들도 대부분 공무원답지 않은 공무원의 모습을 목격한 이들이다.

공무원들의 채용과 상벌, 교육을 맡고 있는 인사혁신처가 공무원이 공무원다울 수 있도록 하는 여러 장치들을 만들어 운용하고 있다. 그중에서도 단연 눈에 띄는 것은 적극행정 지원제도다. 법이나 규정 틀 안에서만 움직이는 공무원들이 그 범위 밖의 일에 대해서도 자신의 일처럼 달려들어 처리할 수 있도록 하는 장치다. 공직 사회 내에서도 도전과제들은 수두룩하며, 처벌을 두려워하지 않고 일하는, 모험을 거는 공무원들이 점점 많아지고 있다는 사실은 내가 K를 다시 만나면 해줄 이야기다.


정민승 전국팀장 ms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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