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누적 상승률 10.82%로 인천 다음
외지인 투자수요 쏠림이 원인
도 차원의 '부동산 규제 정책' 예고
제주 부동산 시장이 달아올랐다. 수도권에 집중된 규제를 피해 저렴한 매물을 찾는 투자수요가 쏠리며 올해 제주 아파트 매매가격 누적 상승률은 이미 두 자릿수를 찍었다. 분양가격이 9억 원을 넘는 아파트까지 나오자 도 차원에서도 분양가 상한제 시행과 규제지역 지정을 중앙정부에 건의하고 나섰다.
17개 시·도 중 두 번째로 급상승한 '제주'
14일 한국부동산원 주간 아파트가격 동향 조사에 따르면 제주 아파트 매매가격은 올해 들어 이달 첫째 주까지 10.82% 상승했다. 전국 평균(6.93%)을 크게 웃도는 변동률이다. 17개 시·도 중에서는 인천(12.35%) 다음으로 오름폭이 컸다.
신고가 계약도 속출하고 있다. 제주시 아라1동 아라스위첸 전용면적 102㎡는 지난달 8억7,000만 원에 거래되며 한 달 만에 실거래가가 9,000만 원이나 올랐다. 재건축 호재가 있는 이도2동 주공1단지 전용 59.3㎡는 반년 새 5억7,000만 원에서 8억3,000만 원으로 급등했다.
주택가격 상승 기대감을 드러내는 '매매가격 전망지수'도 제주가 전국에서 가장 높았다. KB국민은행 리브부동산 통계에 따르면 지난달 제주 주택의 매매가격 전망지수는 133.3으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 지수는 100을 초과할수록 가격이 상승할 것이라고 응답한 비중이 높다는 의미다.
중국계 자본 빠진 자리에 내국인 투자 수요가
전문가들은 수년 전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 방어체계) 배치 갈등으로 중국계 자본이 빠진 자리를 내국인 투자수요가 채운 것으로 분석한다. 최근 강화된 수도권 부동산 규제로 한동안 냉각됐던 제주에 투자수요가 쏠렸다는 것이다.
김제경 투미부동산컨설팅 소장은 "제주는 수도권과 기타 지방의 부동산 가격이 오를 때도 2017년 이후 하락세가 지속되던 지역"이라며 "지금 와서는 전국적으로 드문 저렴한 매물이 제주에 포진해 있는 탓에 투자수요가 쏠린 셈"이라고 말했다.
잠시 코로나19 확산세가 둔화해 관광산업 활성화 기대감이 번졌던 것도 이유다. KB국민은행 리브부동산 관계자는 "(백신 접종 본격화 등으로) 관광 수요가 증가할 것으로 기대되면서 투자수요가 더욱 몰린 경향이 있다"고 설명했다.
제주 제2공항 건설과 제주영어교육도시 사업 추진도 상승 호재로 인식된다. 강창주 제주부동산협동조합 이사장은 "(주요한 원인은 아니지만) 제2공항과 영어교육도시도 외지인 매수세를 불러일으킨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실수요 도민만 피해...규제 요구 목소리
도민들은 이 같은 열기가 달갑지 않다. 강창주 이사장은 "제주는 시장 규모가 작아 투자자본에 의해 가격이 급변하는 특수한 지역"이라며 "부동산 규제 정책의 바깥에 있다 보니 집값이 급등해 안 그래도 코로나19 확산에 어려운 도내 서민들만 죽어나고 있다"고 전했다.
도 차원에서도 시장 변화를 예의 주시하고 있다. 지난 4월 청약 신청을 접수한 연동 센트럴파크의 공급평형 다수가 분양가 9억 원 이상으로 책정되자 제주도청은 "주택 시장 교란행위를 원청 봉쇄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도 관계자는 "규제지역 지정은 국토교통부와 수차례 협의 중이고 분양가 상한제 도입은 하반기 내로 건의해 절차를 밟을 예정"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규제가 현실화될 경우 가격 조정이 빠르게 이뤄질 수 있다고 예상한다. 김제경 소장은 "지방장의 특징은 수도권과 달리 가격 변동 폭이 짧다는 것"이라며 "당분간 키 맞추기식 가격 상승이 이어질 것으로 보이지만 규제 정책이 시행되면 부동산 열기가 확 꺾일 수 있다"고 말했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