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연구 목적으로 보인다"며 선고유예 판결
매장문화재, 발견 후 7일내 문화재청 신고해야
신고 안 하고 은닉·처분 시 '3년 이하 징역' 가능
역사 유적지를 구경하다가 땅에 묻힌 문화재처럼 보이는 돌을 보게 됐을 때 이를 집에 가져가도 될까? 정답은 ‘안 된다’이다. 자칫 법적인 처벌을 받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현행 ‘매장문화재법’은 유물, 화석 등의 매장문화재를 발견한 경우 이를 건드리지 말고, 7일 내로 문화재청에 발견 사실을 알리도록 돼 있다. 이를 위반하고 문화재를 몰래 가져가 숨기거나 처분한다면 3년 이하 징역이나 3,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을 받을 수 있다. '문화재처럼 보인다'면 일단 가져가고 싶다는 생각을 하지 않는 게 좋다는 얘기다.
14일 대법원에 따르면, 대법원 1부(주심 이기택 대법관)는 매장문화재법을 위반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경기 강화군의 한 역사박물관장 A씨에 대한 상고심에서 “원심 판단에는 잘못이 없다”며 선고유예 판결을 확정했다.
A씨는 1980년대부터 문화재 연구를 해 왔는데, 2019년 1월 인천 강화군 소재 ‘작성돈대’ 주변을 시찰하다가 성곽 축조에 사용되는 벽돌인 ‘전돌’ 5점을 발견했다. 돈대(墩臺)는 성곽이나 변방 요지에 구축해 총구를 설치한 소규모 방위시설이다.
A씨는 이 무렵 강화군의 문화재 관리·발굴조사를 총괄하면서 ‘돈대 실태조사’도 했던 터라 이들 전돌 5점을 자신의 사무실로 가져갔다. 그는 “발견한 전돌이 작성돈대 축조에 사용된 전돌과는 형태나 크기가 달라 출처 연구가 필요했다”고 했다.
하지만 A씨는 이를 문화재청에 신고를 하지 않았다. “연구 목적이었다” 혹은 “해당 전돌이 매장문화재인지 몰랐고, 발견 시 신고해야 한다는 법도 몰랐다”는 게 그의 해명이었지만, 결국은 매장문화재법 위반으로 재판을 받을 수밖에 없게 된 것이다.
1심은 A씨 학력, 경력, 지위 등을 살필 때 “해당 전돌이 매장문화재일 수도 있다는 걸 인식하고 있었다”며 유죄를 인정했다. 박물관장으로서 전돌이 문화재라는 걸 모를 리가 없다는 판단이다. 다만 "연구 목적이었던 것으로 보이고, A씨가 반성하고 있다"며 벌금 200만 원의 형을 '선고유예'하기로 했다. 선고유예는 일정 기간 형의 선고를 보류했다가, 기간이 지나면 면소(공소권이 사라져 불기소)된 것으로 간주하는 판결이다.
항소심 역시 1심의 판단을 유지했다. 재판부는 “A씨 본인 진술에 의하더라도 연구 필요성 내지 학술적 가치를 느껴 전돌을 사무실로 옮겼다는 것으로, 매장문화재란 사실을 인식했음을 충분히 인정할 수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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