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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전에도 감염자였던 호명되지 못한 '김무명'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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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전에도 감염자였던 호명되지 못한 '김무명'들

입력
2021.07.15 15:00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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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선으로 사람을 죽일 수 있다면' 저자이자 미술 작가인 이정식의 작품 '이정식11'. 글항아리 제공

'시선으로 사람을 죽일 수 있다면' 저자이자 미술 작가인 이정식의 작품 '이정식11'. 글항아리 제공

성소수자로 인간면역결핍바이러스(HIV) 감염 사실을 커밍아웃한 시각예술가 이정식이 사회의 동등한 구성원으로 인정받지 못하는 동성애자들의 내밀한 이야기를 담았다.

자신의 정체성과 혐오·낙인의 경험을 영상과 설치미술로 승화시켜 온 저자가 이번에는 활자를 통해 감염인의 삶을 드러냈다. 저자는 10대 시절 성정체성에 혼란을 느껴 집을 나와 시설에서 지냈던 가출 청소년이었고, 병역 거부로 교도소 생활도 했다. 2013년에는 HIV 양성 판정을 받았다.

저자는 먼저 떠나간 친구들의 이야기를 덧붙여 외로움과 고통을 잇는 '연대의 글쓰기'도 시도한다. 친구 '하나'는 성전환 수술비를 마련하기 위해 일본의 한 업소에서 일하다 살해됐다. 하지만 친구의 죽음은 사회면 부고 한 줄로 남았을 뿐 범인 검거 여부는 알 길이 없었다. 부모가 HIV 감염인인 자식의 모든 이야기 경로를 차단했기 때문이다.

이정식의 '김무명 전' 설치 전경. 글항아리 제공

이정식의 '김무명 전' 설치 전경. 글항아리 제공

책에는 1964년생부터 1993년생까지 나이도, 성별도 각기 다른 HIV 감염인 8명의 이야기도 함께 수록됐다. 사회적 지위나 처한 상황이 모두 다른 이들은 얼굴을 드러낼 수 없는 공통점을 지녔다. 저자는 "그들은 모두 같은 검은 얼굴이었다"며 "존재하면서도 존재하지 않는 사회의 유령들"이라고 적었다.

시선으로 사람을 죽일 수 있다면·이정식 지음·글항아리 발행·176쪽·1만5,000원

시선으로 사람을 죽일 수 있다면·이정식 지음·글항아리 발행·176쪽·1만5,000원


김소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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