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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사노동까지 파고든 인터파크·카카오... '가사근로자법' 플랫폼 배만 불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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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사노동까지 파고든 인터파크·카카오... '가사근로자법' 플랫폼 배만 불리나

입력
2021.07.14 04:30
수정
2021.07.14 08:38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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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 견제 장치 없는 '가사근로자법'
일방적 리뷰·플랫폼사 방관 문제 못 막아?
"노동 착취, 가사서비스로 번질라" 우려

지난 5월 이수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가사노동자들과 '가사근로자의 고용 개선 등에 관한 법률' 통과 소식을 전하며 가사노동자들과 기쁨을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5월 이수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가사노동자들과 '가사근로자의 고용 개선 등에 관한 법률' 통과 소식을 전하며 가사노동자들과 기쁨을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

방마다 돌며 창문부터 열고 환기를 시킨다. 빨랫감들을 모아 색깔과 옷감 따라 분류한 뒤 세탁기에 넣고 돌리면 20분은 금방이다. 주방 설거지에 가스레인지 기름때를 지우고 싱크대 물기까지 닦는다. 그 뒤 욕실 변기와 세면대, 바닥 물때를 없앤다. 그다음 방과 거실, 현관 청소까지 싹 끝내고서야 쓰레기봉투를 내다버린다.

바삐 움직여도 이 정도 일을 끝내려면 4시간 정도 걸린다. 5년 넘게 이 일을 해 온 가사도우미 A씨는 좀 황당한 일을 겪었다. 일을 알선해주는 소개소에 떼주는 수수료라도 좀 아껴볼까 하는 생각에 한 가사서비스 플랫폼에 가입했는데, 여기서 연결해준 일감을 보니 시간제한이 고작 '2시간'인 곳이었기 때문. A씨는 "화장실이 지저분하면 거기 청소하는 데만 1시간도 더 걸리는데 어떻게 2시간 안에 끝내겠냐"며 "그 집은 진짜 화장실만 치우고 끝났다"고 했다.

최근 서울시여성가족재단이 공개한 '플랫폼 가사노동 실태조사'에 실린 실제 사례다. A씨뿐만이 아니다. 또 다른 가사도우미 B씨는 "집과 집 사이 이동시간에, 단가까지 생각하면 2시간에 일을 끝낼 수 없어 그런 일감은 망설이게 된다"고 말했다.

2시간 안에 할 수 있는 만큼만 하면 된다고, 혹은 2시간짜리 일을 받지 않으면 된다고 끝날 일이 아니다. 일을 의뢰한 집주인이 약속했던 것과 다르다며 행여 안 좋은 후기를 남기거나, 일을 가려서 한다는 이유로 가사서비스 플랫폼 회사가 일감을 줄일 경우 손해를 보는 건 가사도우미들이다. 어딘지 모르게 배달의민족, 쿠팡이츠 후기에 맘 졸이는 음식집 사장님들의 속마음과 닮아 있다.

가사노동, 양지로 나왔지만…

5월 21일 '가사근로자법' 통과 환영 기자회견에 참석한 가사노동자들과 관련 법안을 발의했던 이수진(왼쪽에서 네 번째) 더불어민주당 의원. 연합뉴스

5월 21일 '가사근로자법' 통과 환영 기자회견에 참석한 가사노동자들과 관련 법안을 발의했던 이수진(왼쪽에서 네 번째) 더불어민주당 의원. 연합뉴스

13일 고용노동부 등에 따르면 가사도우미를 법적인 노동자로 인정하는 '가사근로자법'(가사근로자의 고용 개선 등에 관한 법률)이 내년 6월 시행된다. 정부 인증을 받은 플랫폼 등 가사서비스 제공기관에 고용된 가사노동자는 퇴직금, 4대보험 등을 보장받는다. 그간 사각지대에 놓였던 가사노동자의 권익 보호라는 차원에서 박수를 받았던 법안이다.

하지만 가사서비스 제공기관에 공익적 단체를 넣어 정부가 지원토록 한 내용은 빠졌다. 이 때문에 여성계 등에서는 사회적 협동조합 같은 공공성 강한 단체들이 빠지고 민간 플랫폼 회사들만 진출할 경우, 그간 배달 등 플랫폼 기업에서 제기됐던 논란이 가사노동 부분에서도 고스란히 재연될 것이라는 우려를 쏟아내고 있다.

플랫폼 경쟁은 결국 가사노동 착취로

참여연대 민생희망본부와 경제민주화실현전국네트워크, 전국가맹점주협의회 등 회원들이 6월 22일 서울 송파구 쿠팡 본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쿠팡이츠 등 음식 배달앱의 리뷰·별점 제도가 블랙컨슈머(악의적 소비자)를 양산하고 있다며 이를 규탄하고 있다. 연합뉴스

참여연대 민생희망본부와 경제민주화실현전국네트워크, 전국가맹점주협의회 등 회원들이 6월 22일 서울 송파구 쿠팡 본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쿠팡이츠 등 음식 배달앱의 리뷰·별점 제도가 블랙컨슈머(악의적 소비자)를 양산하고 있다며 이를 규탄하고 있다. 연합뉴스

가사노동 플랫폼 시장에는 이미 굵직한 기업들이 발을 들여놨다. 인터파크가 '대리주부' 앱을 운영 중이고, 카카오는 '청소연구소' 창업 자본을 투자해 우회 진출해 있다. 배달앱처럼 소비자가 이용 후기를 보고 가사노동자를 고를 수 있도록 해놨다. 중고거래로 유명한 당근마켓도 가사노동자 연결 기능을 추가할 예정이다.

하지만 가사노동자들은 이런 상황이 마냥 반갑지만은 않다. 대기업 간 경쟁이 벌어지면 결국 가격 후려치기와 속도전으로 나갈 수밖에 없어서다. 다른 플랫폼 업계만 봐도 배송기사 과로사 의혹은 끊이지 않고, 최근에는 손님의 지나친 요구에 점주가 쓰러져도 플랫폼사는 점주에게만 주의를 주는 '새우튀김 갑질 사건'도 있었다.

김재순 전국가정관리사협회장은 "플랫폼 기업들 간 경쟁이 심해지면 가격이 저렴한 단시간 상품을 팔게 되고 결국 노동 강도가 올라가게 된다"고 말했다. 지금의 가사근로자법으론 빨래와 청소 서비스에도 과로사나 갑질 문제가 생기지 말라는 법이 없다는 얘기다.

가사노동 협동조합 '앱' 지원해야

정부도 대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기껏 가사노동을 보호한다 해놓고 착취를 부추기는 형태가 될 위험이 있어서다. 여성가족부는 공공적 성격이 강한 '가사노동 협동조합'에 대한 지원 계획을 모색 중이다. 하지만 구체적 안은 없다. 내년에나 예산이 확보되면 연구용역부터 시작해야 한다.

배진경 한국여성노동자회 대표는 "가사서비스가 점차 앱 시장으로 전환되고 있지만, 영세한 협동조합은 책임감과 품질면에선 앞서더라도 앱을 잘 만들고 운영할 돈이 없다"며 "대기업에 대항하는 힘의 균형을 맞추기 위해서라도 재정적, 행정적 지원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말했다.

맹하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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