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 참겠다"며 양성평등연구원 위원 사임
유로뉴스 "유럽 내 혐오·차별 문화가 배경"
히잡(아랍권 무슬림 여성이 머리에 쓰는 수건)을 쓰고 벨기에 공공기관에서 일하던 무슬림 여성이 끝내 공직을 내던졌다. 이슬람 혐오 정서에서 비롯된 인신공격을 더는 견디지 못하겠다면서다. 관행적인 히잡 착용 금지가 차별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12일(현지시간) 유럽 뉴스전문 채널인 유로뉴스에 따르면, 벨기에 정부 산하 기관인 양성평등연구원(IEF) 정부 위원으로 일해 온 모로코계 벨기에인 여성 이샨 하와시가 최근 사임했다. 그는 무슬림 여성이라는 이유로 자신에게 가해져 온 무차별적인 인신공격을 감내해 왔다며 “온라인 스토킹과 성차별로부터 이제는 보호받고 싶다”고 호소했다.
공격의 빌미는 히잡이었다. 임용 초기부터 임명을 철회하라고 요구하는 단체들이 등장해 그녀 자질을 의심하며 끊임없이 괴롭혀 왔다는 게 하와시 설명이다. 사라 슐리츠 양성평등부 장관은 “그녀가 이런 (인신공격 같은) 일로 사임하게 돼 유감이지만 공포로부터 벗어나고 싶은 그녀의 심정을 이해한다”고 말했다.
히잡 착용은 벨기에 내 대부분 조직에서 규정 위반이다. 2010년 테러 행위로부터의 안전을 위해 공공 장소에서 히잡, 부르카(머리에서 발목까지 전신을 가리는 겉옷) 등 신원 확인을 어렵게 하는 옷과 두건 착용을 금지해야 한다는 주장이 하원에서 제기됐고, 입법이 이뤄지지는 않았지만 사기업 대다수가 히잡 등 이슬람 복장의 착용을 금지해 왔다. 정부도 공직자 중립 의무를 명분으로 공무원의 종교적 복장을 허용하지 않고 있다. 하지만 알렉산더르 더크로 총리는 그녀가 연방 정부 소속 공무원이 아니기 때문에 히잡 착용이 규정 위반은 아니라는 입장을 줄곧 고수해 왔다. 그녀는 임용될 만한 실력을 갖췄다고 옹호하기도 했다.
그러나 논란거리는 이런 관행이 정당하냐 여부다. 유로뉴스는 “하와시의 사임 배경에 유럽 내 무슬림 차별 문화가 있다”고 분석했다. 공직을 유지하기 위해 하와시가 현실과 타협한 정황도 있다. 현지 일간 르수아르에 직장 내 히잡 착용 금지는 차별이라고 비난했다가 얼마 뒤 “서툰 논평이었다”며 사과한 일이 대표적이다. 벨기에의 경우 전체 국민의 5~7%가 이슬람 신도다.
공직을 맡기에는 그녀의 종교 색채가 지나치게 짙다는 주장도 일각에서는 제기된다. 벨기에 국가보안국의 기밀 메모에 그녀가 이집트의 이슬람 근본주의 운동 단체 ‘무슬림형제단’과 무관하지 않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는 의혹 보도가 근거다. 이날 하원의 해명 요청에 정부는 의혹을 전면 부인하고 해당 보도 내용과 그녀의 사임은 전혀 상관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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