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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외노동자 생명을 위협하는 폭염

입력
2021.07.13 20:00
2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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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제우
홍제우한국환경연구원 부연구위원

편집자주

인류의 지속 가능성을 위협하는 기후 위기보다 더 큰 위협은 없습니다. 기후변화 전문가 홍제우 박사가 관련된 이슈와 쟁점들을 알기 쉽게 정리해드립니다.


기상 관측 자료 속 지난 100여 년의 한반도 온난화 경향. 각 관측지점 연평균기온 편차가 최대 4℃ 정도 변화를 보이고 있다.

기상 관측 자료 속 지난 100여 년의 한반도 온난화 경향. 각 관측지점 연평균기온 편차가 최대 4℃ 정도 변화를 보이고 있다.


100년 이상의 관측자료가 존재하는 전국 6곳의 연평균 기온 데이터를 살펴보면, 어느 한 곳 예외 없이 온난화가 진행되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우리는 기후변화로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점점 더 따뜻한 열적 환경에 살아가고 있다. 국립기상과학원의 분석에 따르면, 지난 109년간 여름의 길이는 20일이나 길어졌다고 한다. 온난화와 동시에 길어진 여름에는 폭염에 따른 피해가 더 심각해질 수 있다.

폭염은 인명 피해를 비롯하여 사회 전 부문에 걸친 피해를 유발하기에, 국가에서 정한 기후변화 리스크 목록 84개 중 절반이 넘는 49개 항목과 직간접적으로 연결되어 있다. 다만 아직까지 우리가 폭염에 의한 피해 발생 과정에 대해서 과학적으로 ‘모른다는 사실을 아는 것(known unknown)’이 정말 많다. 환경부와 김해시는 무계동 일원에 폭염을 저감하는 다양한 장치(지붕·벽·도로·보도블록의 포장, 벽면 녹화, 물안개 분사장치 등)를 설치했다. 이번 여름 김해시와 부산지방기상청의 협조로 무계동 일원에 대한 상세한 모니터링 연구가 계획되어 있는데, 다양한 폭염 기술들이 어떤 효과가 있는지 살펴볼 계획이다. 빅데이터 시대에 다양한 사회·경제 데이터들이 쏟아지고 있는데, 반경 50m 이내의 유동인구를 바탕으로 그늘막과 쉼터가 부족한 공간을 분석해서 정책 의사결정을 돕는 연구도 시도되고 있다.


드론으로 쿨루프 설치 마을(왼쪽 위)의 열화상을 촬영한 사진(왼쪽아래·KEI 폭염 저감기술 연구단 제공). 여름철 한낮에도 쿨루프 설치 주택의 온도는 최대 20도까지 시원하게 나타난다.

드론으로 쿨루프 설치 마을(왼쪽 위)의 열화상을 촬영한 사진(왼쪽아래·KEI 폭염 저감기술 연구단 제공). 여름철 한낮에도 쿨루프 설치 주택의 온도는 최대 20도까지 시원하게 나타난다.


지난 10년간(´11~´20)의 국가통계를 살펴보면, 연평균 약 1,500명의 온열질환자와 10명 이상의 사망자가 발생하고 있다. 특히 전국적으로 31.4일간 폭염이 지속되었던 2018년에는 4,526명의 온열질환자와 48건의 사망 사건이 발생했다. 폭염 인명피해는 야외 노동자, 영·유아(5세 미만)와 고령층(65세 이상)에게 집중되는데, 작년에도 작업장에서 발생한 온열질환자가 전체의 35%로 가장 많았고, 고령층의 사망률이 가장 높았다. 지난 4월 발생한 고 이선호씨의 평택항 컨테이너 사고에 국민들은 너나 할 것 없이 분노했고, 그 결과 중대재해처벌법이 통과되고 시행령 제정이 논의되고 있다. 야외작업장을 운영하는 사업주나 관리자는 여름철 폭염도 노동자의 생명을 위협하는 중대한 원인임을 인식해야 한다. 폭염 때 작업자들의 작업 중지 시행을 돕는 법적 장치의 마련도 시급하다. 영·유아와 고령층의 폭염 피해를 줄이기 위한 적응대책은 상대적으로 튼튼하게 만들어져왔다. 국가와 지자체에서 전기세 지원, 폭염 물품 지원, 그늘막과 무더위 쉼터 확보 등을 추진하고 있다. 지역의 예방·관리 서비스를 책임질 거점 설립과 대국민 교육·홍보·체험을 추진할 국가 대책도 수립되어 추진 중이다.

어떠한 폭염 적응대책보다 중요한 장치는 사람들의 따뜻한 관심이라고 생각한다. 야외활동의 자제를 당부하고 충분한 수분·영양의 섭취를 권하는 따뜻한 말 한마디를 부모님께, 또 주변의 어르신께, 함께 일하는 동료들에게 전하면 좋겠다. 시시각각 바뀔 수 있는 여름철 기상예보에 주의하면서, 주변 사람들을 배려하는 따뜻한 마음으로 뜨거운 폭염 기간을 안전하게 보내셨으면 좋겠다. 올해엔 폭염으로 고통받는 국민이 발생하지 않길 기원해본다.

홍제우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KEI) 부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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