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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부차기 실축 래시포드 “난 흑인…내 출신을 사과할 생각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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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부차기 실축 래시포드 “난 흑인…내 출신을 사과할 생각 없다”

입력
2021.07.13 15:47
수정
2021.07.13 15:49
19면
0 0

유로2020 우승 놓치자 광팬들 인종차별 공격
승부차기 실축 유색인종 선수들에 혐오 메시지
주장 케인 “당신들은 잉글랜드 팬이 아니다” 일갈

13일 영국 맨체스터 콥슨 거리의 한 카페 벽면에 있는 마커스 래시포드의 벽화에 시민들이 응원의 메시지를 종이에 적어 붙이고 있다. 맨체스터=AP 뉴시스

13일 영국 맨체스터 콥슨 거리의 한 카페 벽면에 있는 마커스 래시포드의 벽화에 시민들이 응원의 메시지를 종이에 적어 붙이고 있다. 맨체스터=AP 뉴시스

2020 유럽축구선수권대회(유로 2020) 첫 우승에 실패한 잉글랜드 축구팬들의 분노가 인종차별 공격으로 번지고 있다. 도를 넘은 공격에 잉글랜드 대표팀은 물론 각계에서 비판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영국 경찰은 인터넷상 인종차별 게시물에 대해 수사에 착수했다.

잉글랜드는 12일(한국시간) 영국 런던의 웸블리 스타디움에서 벌어진 이탈리아와 유로2020 결승에서 1-1로 비긴 뒤, 승부차기에서 2-3으로 패했다. 안방에서 유로 첫 우승이자, 53년만의 메이저대회 우승을 노렸던 잉글랜드는 선제골을 넣고도 이를 지키지 못했다. 특히 잉글랜드는 승부차기에서 마커스 래시포드(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제이든 산초(도르트문트), 부카요 사카(아스날)가 연이어 골을 넣지 못했다. 이들은 공교롭게도 모두 유색인종이다.

경기 후 웸블리 일대에서 난동을 부리기도 했던 잉글랜드 축구 극성팬들은 온라인에서 대표팀에 대한 공격을 이어갔다. 특히 래시포드, 산초, 사카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혐오와 인종차별적 발언을 퍼부으며 비하했다. 맨체스터 콥슨 거리의 한 카페 벽면에 있는 래시포드를 그린 벽화가 인종차별적 발언으로 훼손되기도 했다.

하지만 래시포드를 지지하는 팬들은 훼손된 벽화를 찾아가 응원의 메시지를 종이에 적어 붙였다. 래시포드는 “모두를 실망하게 한 기분이다. 내가 할 수 있는 말은 ‘미안하다'는 것이다’면서도 “내 출신에 대해선 절대 사과하지 않을 것이다. 나는 사우스 맨체스터에서 태어난 흑인 마커스 래시포드, 23세다”고 당당하게 밝혔다. 잉글랜드의 주장 해리 케인(토트넘)은 “SNS에서 누군가를 혐오한다면 당신은 잉글랜드 팬이 아니다. 우리는 당신을 원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정부 차원의 대응도 이어지고 있다. 영국 정부는 소셜미디어 회사들에 인종차별 게시물 작성자의 신원 정보를 넘겨달라고 요구했다. 보리스 존슨 잉글랜드 총리는 “인종차별은 끔찍한 행동이다. 이런 행동을 하는 사람들은 스스로 부끄러워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잉글랜드축구협회도 “끔찍하고 역겨운 행동이다. 가장 강력한 처벌을 요구하겠다”고 힘을 보탰다.

한편 트위터는 선수들에 대한 인종차별적 트윗를 삭제하고 다수의 계정을 영구 정지시켰다. 페이스북도 인종차별적 게시물에 대해 즉각 삭제 조치했다고 밝혔다.

최동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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