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물류창고도 일부 피해
수도권 약탈 심화…군부대 긴급 배치?
주마 전 대통령 구금 반대 시위서 시작돼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제이콥 주마(79) 전 대통령의 구금에 항의하며 시작된 시위가 대규모 폭동과 약탈로 번져 최소 32명이 숨지고 군부대까지 긴급 배치됐다. 이 과정에서 동남부 항구도시 더반에 있는 LG전자 공장이 전소되는 등 교민 피해도 발생했다.
12일(현지시간) AFP 통신 등에 따르면 주마 전 대통령이 지난 7일 수감된 뒤 그의 출신지역인 콰줄루나탈주(州)에서 시작된 '친(親)주마 시위'가 최대 도시인 요하네스버그 등으로 확산하면서 500명 가까이가 경찰에 체포됐다. 사망자가 발생하는 등 폭동이 악화하자 정부는 이들 지역에 2,500명 규모의 병력 배치 계획을 밝혔다. 요하네스버그에서는 버스와 철도 서비스가 끊기고 도심에 바리케이드까지 등장해 통근자 수만 명의 발이 묶였고 남서부 휴양도시 케이프타운 외곽은 약탈 행위로 은행과 상점 등이 영업을 중단했다.
교민 피해 소식도 전해졌다. 더반 산업단지 내 LG 공장은 이날 새벽 무장 폭도들에게 제품을 약탈 당했고 오후에는 방화까지 일어나 시설이 모두 불 탔다. 인적 피해는 발생하지 않았으나 시위대 탓에 소방대 투입이 어려웠던 것으로 알려졌다. 콰줄루나탈주에 있는 삼성전자 물류창고 일부도 피해를 입었다. 남아공 내 판매를 위해 보관 중이던 제품들이 약탈당했으나 불안정한 치안으로 피해 규모조차 파악하기 힘든 것으로 알려졌다. 가발공장 등 다른 더반 한인 업체들의 피해도 잇달아 보고됐다. 주남아공 한국대사관은 이번 사건 해결을 위해 현지 당국과 협업하고 있다며 더반 지역 등에서 이동을 자제하고 가급적 영업을 중단해달라고 교민들에게 당부했다. 현재 3,300여명의 교민이 남아공에 체류 중이다.
대규모 폭동과 약탈 사태는 경제난의 영향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봉쇄령이 장기화하면서 생활고를 겪는 이들이 적지 않다. 남아공의 실업률은 32.6%에 달한다. 경찰 역시 약탈 범죄가 모두 주마 전 대통령의 지지자와 연관된 것은 아니라고 보고 있다.
남아공 헌법재판소는 12일 주마 전 대통령 측에서 건강 상태 악화 등을 이유로 요구한 형량 재검토의 심리를 시작했다. 주마 전 대통령은 지난달 29일 법정모독 혐의로 15개월의 징역형을 선고받고 경찰에 자진출석해 구금됐다. 그는 재임 기간(2009~2018년) 벌어진 광범위한 부패 연루 혐의를 조사하는 일명 '존도 위원회' 출석을 계속 거부한 혐의를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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