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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 살아야 딱지 준다더니" 공갈로 끝난 재건축 조합원 실거주 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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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 살아야 딱지 준다더니" 공갈로 끝난 재건축 조합원 실거주 의무

입력
2021.07.12 19:10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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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6·17 대책서 엄포, 입법 과정서 무산
세입자 피해에 부담, 그간 규제 환경 변화도 감안
임대차 시장만 뒤흔들고 정책 신뢰 땅바닥에

12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토교통위원회 국토법안심사소위원회에서 조응천 소위원장이 개의선언을 하고 있다. 오대근 기자

12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토교통위원회 국토법안심사소위원회에서 조응천 소위원장이 개의선언을 하고 있다. 오대근 기자

2년을 거주해야 재건축 단지 조합원 자격을 주려던 정부의 규제 방안이 1년 만에 입법 과정에서 무산됐다. 실거주 의무를 채우기 위해 집주인이 애꿎은 세입자만 쫓아내 오히려 임대차 시장을 불안하게 만드는 요인으로 작용한 게 이유다.

강한 규제 기조를 내건 문재인 정부에서 주요 부동산 규제 방안이 허물어진 것은 처음이다. 정부 정책을 믿고 실거주를 선택한 집주인과 그로 인해 거주지를 옮긴 세입자들이 적지 않아 시장의 혼란은 불가피해졌다.

12일 국회에 따르면 국토교통위원회는 이날 국토법안소위를 열어 조응천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표발의한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도시정비법) 개정안 중 재건축 조합원에게 실거주 의무를 부여하는 내용을 빼기로 했다. 실거주 의무 방안은 자유로운 주택 거래를 막는 지나친 규제라는 지적이 이어졌고, 야당 의원들도 반대해 법 통과가 지연됐다.

정부가 지난해 '6·17 대책'을 통해 실거주 의무를 예고한 이후 시장에선 부작용이 속출했다. 주거 여건이 열악한 노후 아파트에 전·월세를 주고 다른 곳에 살았던 집주인이 2년 실거주를 위해 세입자를 내보내고 직접 들어와 사는 사례가 늘었다. 이후 시행된 임대차 2법(계약갱신청구권제·전월세상한제)도 임대차 시장의 혼란을 부추겼다. 가뜩이나 전세 매물이 줄어든 상황에서 세입자가 2+2년으로 최대 4년을 거주할 수 있고, 임대료도 최대 5%밖에 올리지 못하자 전세물량은 더 쪼그라들었다.

우병탁 신한은행 부동산투자전문센터 팀장은 “시장은 법안 통과 기준이 아닌 개정 논의 시점부터 움직인다”며 “실거주를 채우기 위해 기존 세입자를 내보낸 뒤 새로운 임차인을 받지 않고 전입신고만 한 채 공실로 두는 경우도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창무 한양대 도시공학과 교수는 “재건축 단지에 저렴한 전세 물건이 많았는데 법 개정 움직임으로 물량이 줄어 전월세 시장에 혼란을 준 측면이 있다”고 어설픈 정책을 비판했다.

당정도 이런 부작용에 대한 인식을 공유하고 2년 실거주 의무 폐지를 결정했다. 여당 측에서는 “국토부 요구로 조항을 뺐다”고 했지만 여당 내부에서도 예전부터 관련 내용에 부담을 느낀 것으로 알려졌다. 실거주 의무만큼 강력한 규제 장치인 서울 강남권 등 주요 재건축 단지들이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여 있는 점도 고려됐다.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인 지역에서는 실거주하려는 매수자만 지자체의 허가가 난다.

전문가들은 실거주 의무가 사라진 것을 긍정적으로 봤다. 윤지해 부동산114 수석연구원은 “시장 왜곡을 불러올 수 있었던 법안 개정 움직임의 정상화 수순으로 본다”며 “정부의 정책 추진 과정에서 세밀함이 부족했다”고 진단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일부 투자 수요를 차단할 수는 있더라도 자유로운 주택 매매를 저해하는 것도 맞다”며 “이번 사안을 계기로 시장 상황에 적합한 정책이 수립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실거주를 위해 낡은 집으로 들어간 집주인들은 분노하고 있다. 부동산 커뮤니티 등 온라인 공간에서는 '실거주하느라 복비와 이사비, 인테리어비에 돈을 썼는데 시뮬레이션도 없이 진짜 아마추어 아니냐' '영끌해서 전세 빼고 들어온 사람만 바보됐다' 등 정부에 대한 성토가 빗발치고 있다.

한편 국회는 도시정비법 개정안에서 재건축 안전진단 선정 주체를 시군구에서 시도로 변경하는 조항도 삭제했다. 재건축 안전진단 주체는 기초 지자체인데 선정 주체를 광역 지자체로 옮기는 것은 적절치 않다는 지적이 감안됐다. 안전진단 보고서 허위 부실 작성을 금지하면서 이를 위반할 경우 입찰을 제한하고 과태료를 부과하는 내용도 폐기됐다.

김지섭 기자
최다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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