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치코치' 김주형 PD가 함께 호흡한 이수근에 대한 고마움을 표했다. 또 함께 하고픈 방송인으로 유재석을 꼽았다.
12일 넷플릭스(Netflix)의 스탠드업 코미디 '이수근의 눈치코치' 연출을 맡은 김주형 PD는 본지와 화상 인터뷰를 진행하며 작품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이수근의 눈치코치'는 25년간 예능 정글에서 살아남을 수 있었던 노하우와 이수근의 인생 이야기를 담아낸 넷플릭스 스탠드업 코미디다. '유병재: 블랙코미디' '유병재: B의 농담' 박나래의 농염주의보'를 통해 국내 스탠드업 코미디 장르의 성장을 이끌었던 넷플릭스와 '개그콘서트' '1박 2일' '아는형님' 등 다양한 예능 프로그램에서 허를 찌르는 애드리브와 센스 넘치는 입담을 보여준 이수근의 만남으로 주목을 받았다.
"이수근만한 적임자 없다"
가장 먼저 김주형 PD는 새로운 코미디 스탠딩쇼의 주인공으로 이수근을 선택한 이유에 대해 "스탠딩쇼는 코미디언의 역량이 중요하다. 이수근만큼 적임자는 없다고 생각했다. 코미디적 화법, 호흡, 소재의 무궁무진함, 인생의 굴곡이 준비된 사람이다. 이수근에 대한 신뢰가 있었다. 코로나19 시국으로 인해 많은 관객을 모으지 못해 아쉽다. 이수근의 강점이 디테일하게 드러났다면 쇼가 더 재밌었을 것 같다. 아직 이수근에게 공개 이후 소감을 물어보지 못했다. 떨려서 확인하지 못한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어 "코미디언 이수근의 강점은 몸개그도 되고 말개그도 된다. 소재적으로 다양한 코미디를 할 수 있다. 즉각적으로 표현을 할 수 있다. 관찰을 표현하는데 강하다. 버라이어티에서 주도적으로 진행을 하지 않지만 적재적소의 타이밍을 안다. 인간 이수근의 매력은 말로 웃기지만 조심한다는 점이다. 말을 조심하는 태도에서 상대방을 존중하고 있다는 게 느껴진다. 막내 작가에게도 쉽게 말을 안 놓는다. 항상 존대를 쓴다. 당연함 속에서 관계를 유지하는 것 같다. 항상 존중한다는 걸 보여준다. 굉장히 친한 후배 눈치에게는 아버지처럼 조언하고 도움을 주려 한다. 또 선배들을 대할 때는 수발을 잘 든다"고 애정을 드러냈다.
작품은 이수근이 한평생 눈치를 봐야 했던 인생사를 편안하게 전달한다. 애드리브나 현장의 재치를 내세운 이수근인 만큼 관객과의 소통을 부각시켜 새로운 재미를 자아낸다. 기획 배경에 대해 김주형 PD는 "이수근과 소재적 접근을 고민하다가 '눈치'라는 키워드가 나왔다. 눈치를 소재 삼는다면 그의 인생 라이프를 담아낼 수 있을 것 같았다. 이수근이라는 사람에 대한 이야기는 여러 방송을 통해 알려졌지만 한 데 모아 키워드로 버무리는 것은 우리 콘텐츠가 처음이다. 본인의 일대기를 재밌게 푼다면 대중이 관심을 가질 것이라 생각했다"고 밝혔다.
앞서 이수근은 '눈치코치' 제작발표회를 통해 홀로 극을 이끄는 부담감을 토로하기도 했다. 이에 김주형 PD는 본인 역시 부담이 컸다면서 "배테랑이고 최고의 코미디언인데도 부담된다고 이야기하는 게 이상해 보일 수 있겠지만 그만큼 스탠드업 코미디쇼가 힘들다. 1시간 이상을 온전히 마이크에 의지하는 게 어렵다. 부담감은 당연하다. 저 역시 부담이 컸다. 눈치로 시작되는 이수근과 주변 이야기가 시청자들의 공감을 얼마나 자아낼 수 있을까 부담이 있었다"고 솔직하게 답했다.
초반 박성광의 깜짝 등장과 김농밀의 오프닝 무대는 관객들의 가라앉은 분위기를 고조시키는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김주형 PD는 두 사람의 출연에 감사한 마음을 드러내면서 "두 분 다 짧은 시간이지만 쇼를 진행했다. 이수근이 넷플릭스라는 이름에 기인해 '넷, 플렉스'라는 콘셉트를 내놓았다. 그래서 쇼 내내 금색 의상을 입는다. 스태프로 후배 연예인이 나오면 어떨까 했는데 정작 이수근은 부끄러워서 섭외를 못했고 제가 직접 했다. 친한 코미디언이 박성광이 시간이 돼 코로나19 검사를 받고 출연하게 됐다. 박성광이 오는지도 몰랐다"고 비하인드를 밝혔다.
특히 쇼 후반부 관객의 고민에 이수근이 해결 방안을 내놓는 장면은 또 다른 재미를 자아낸다. 가족부터 회사까지 일상적인 고민과 그에 대한 모범 답안은 시청자들로 하여금 공감할 수 있는 대목이다. 김주형 PD는 "관객 사연에 대한 대답은 이수근의 즉석 애드리브였다. 그 부분에 대한 확신이 컸다. 소통을 확장해서 만들어도 좋은 쇼가 될 것 같다. 원래 그런 특이점을 키우려 했는데 코로나19로 인해 정제된 쇼로 가게 됐다"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유능한 연출자와 센스 있는 코미디언이 만나 완성도 높은 '쇼'가 완성됐다. 이에 김주형 PD는 코미디 쇼에 대한 가치 변화를 촉구하기도 했다. 넷플릭스와 논의하는 과정에서 스탠드업 코미디 연출에 국한된다는 이야기가 언급되기도 했지만 여전히 스탠드업 코미디쇼에 대한 애정을 놓지 않은 김주형 PD다. 그는 "코미디언에게 한 번쯤 도전해볼 장르다. 아직 도전 영역이다. 본인의 이야기를 재밌게 코미디화 하는 게 어렵지만 매력이 있다. 다만 관객과 호흡하면서 현장성이 부각돼야 하는데 이번에는 그렇지 못해 아쉽다. 이수근도 아쉬워한다. 다시 그때가 돌아온다면 정말 재밌는 코미디쇼가 될 것 같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그렇다면 김주형 PD가 다음 스탠드업 코미디 쇼를 부탁하고 싶은 이는 누굴까. 잠시 고민에 빠진 김주형 PD는 "너무 유능한 코미디언이 많다. 당연히 유재석 신동엽과 해보고 싶다. 개인적으로는 제가 '웃찾사' 조연출을 했을 때 활약했던 '웅이 아버지' 코너 이용진 이진호 양세형 양세찬이 있다. 양세형 양세찬의 코미디쇼도 재밌을 것 같다. 젊은 친구들과 같이 할 기회가 온다면 좋겠다"고 소망을 드러냈다.
방송국에서 코미디 프로그램이 사라지는 것에 대한 소신도 함께 전해졌다. 코미디 프로그램이 시청자들에게 외면 받는 이유를 두고 김주형 PD는 "기존 코미디 주 소재였던 것들이 조심스럽게 다뤄야 할 것들로 바뀌었다. 코미디에 대한 어려움을 야기했다고 본다. 두 번째는 코미디 프로그램은 정교해야 하기 때문에 그만큼 시간 투자가 돼야 한다. 이에 비해 구조적으로 효율이 좋지 않았다. 냉정하게 시간 투자를 많이 했는지도 바라봐야 한다. 또 현실에서 벌어진 일들이 코미디가 따라잡을 수 없었다. 복합적으로 코미디 프로그램의 부진이 이어졌다"면서 "저는 상황이 순환되리라 본다. 코미디는 생활에 꼭 필요하기 때문에 다시 일어날 것이다. 인터넷 플랫폼을 통해 신진 코미디언들이 새로운 길을 찾고 있다. 턴은 다시 돌아오고 저도 노력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피력했다.
코미디언이 오롯이 혼자서 이끌어가야 하는 스탠드업 코미디는 미국에서는 대중적인 장르이지만, 국내 시청자들에게는 생소한 장르로 인식됐다. 자니 윤 등 원로 코미디언들 이후로 명맥이 끊어지고, 그 빈자리를 채웠던 공개 코미디가 침체되었을 때 넷플릭스의 스탠드업 코미디 등장은 큰 이목을 모았다. 작품에 대한 의미도 남다를 터다. 김주형 PD는 "저는 거들기만 했다"면서 "(장르적 도전에)개인적인 욕심이나 관심이 크다. 여러 코미디언과 계속 코미디의 이름 안에서 계속해보고 싶다. 잘 버틴 연출자로 남고 싶다. 버티는 게 강한 자"라 말했다.
김주형 PD는 천생 예능 프로그램의 연출자다운 면모를 보였다. 그는 예능의 순기능으로 '언제 틀어도 편하게 웃을 수 있는 점'이라 꼽으면서 예능의 다각화를 꾀했다.
"2003년, PD를 시작했다. 그 당시만 해도 예능이라는 울타리 안에 여러 장르가 공존했는데 최근에는 장르가 편중됐다. 그런 부분에 있어서 예능 PD로서 아쉬움을 느꼈다. 사명감이라기보단 '재밌는데 왜 안 해'라는 질문이 들었다. 장르들이 존재해야 새로운 얼굴도 나오고 연출자도 나온다. 또 각 장르들이 다 매력이 있다. 매력 있는 장르에 대한 기억 때문에 더욱 도전하고 싶다. 직업병이다. 관찰 예능이 아닌 다른 장르가 활성화됐으면 좋겠다. 다른 장르를 내놓을 수 있고 유지할 수 있는 PD는 그것을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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