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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하이닉스가 이달 초 양산을 시작한 10나노급 4세대(1a) D램. (사진 SK하이닉스)
SK하이닉스가 극자외선(EUV) 미세공정을 활용해 '4세대 D램(이하 1a D램)' 양산에 들어갔다. 업계 3위인 미국의 마이크론이 가장 먼저 1a D램 양산에 성공했지만 고난도 기술력이 필수인 EUV 공정으로 1a D램 양산에 들어간 곳은 SK하이닉스가 업계 최초다. 삼성전자도 연내 EUV를 적용한 1a D램 양산에 착수할 계획이다. 기술력을 바탕으로 한 'K반도체'의 초격차 전략이 가동된 모습이다.
SK "원판 하나에서 D램 생산 25% 늘렸다"
SK하이닉스는 이달 초부터 10나노급(1나노=10억분의 1m) 4세대(1a) 미세공정을 적용한 8기가비트(Gbit) LPDDR4 양산에 들어갔다고 12일 밝혔다. LPDDR4는 주로 스마트폰에 들어가는 저전력 D램이다.
현재 D램 시장의 기술 경쟁은 선폭 10나노대에 접어들었다. 10나노대부턴 워낙 미세공정이다 보니 업체들은 선폭을 공개하지 않고 세대별로 알파벳 기호를 붙여 호칭하고 있다. 10나노 후반 1x(1세대)를 시작으로 1y(2세대), 1z(3세대)로 이어지는 식이다. 1a D램은 D램 중 가장 좁은 선폭(10나노 초중반 추정)을 이용해 만든 차세대 D램으로, 마이크론이 연초 업계 최초로 알린 4세대 D램 양산 소식으로 주목을 끌었다. 현재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주력 D램은 3세대로 불리는 1z D램이다.
하지만 SK하이닉스가 이번에 EUV 공정을 적용한 1a D램 양산에 들어가기로 하면서 기술력에서 마이크론을 다시 앞섰다는 평가도 나온다. 반도체 시장은 선폭을 좁히는 이른바 '미세공정'을 얼마나 구현할 수 있느냐에 따라 승패가 갈린다. 반도체 원판(웨이퍼)에 더 미세한 회로를 그려야 작고 전력 효율성이 높은 반도체를 만들 수 있어서다.

SK하이닉스의 경기 이천 M16 공장 전경. EUV 공정이 도입된 공장이다. M16은 축구장 8개에 해당하는 5만7,000㎡(1만7,000여 평)의 건축면적에 길이 336m, 폭 163m, 높이는 아파트 37층에 달하는 105m로 조성됐다. SK하이닉스가 국내외에 보유한 생산 시설 중 최대 규모다. 사진=SK하이닉스
EUV는 극자외선으로 불리는 짧은 파장의 빛을 투사해주는 노광장비다. 기존 공정에 적용하고 있는 불화아르곤(ArF) 광원보다 파장이 훨씬 짧아 원판에 더 미세한 회로를 그릴 수 있다. SK하이닉스 관계자는 "1a D램은 이전 세대(1z) 같은 규격 제품보다 웨이퍼 한 장에서 얻을 수 있는 D램 수량이 약 25% 늘어났다"며 "그런데도 기존 제품 대비 전력 소비를 약 20% 낮췄다"고 말했다. 그만큼 원가 경쟁력을 높일 수 있게 된다는 뜻이다.
일찌감치 EUV 도입한 삼성·SK "갈수록 경쟁력 좋아진다"
지금까지 EUV 공정은 주문된 제품을 생산하는 반도체 위탁생산(파운드리) 분야에서만 이용됐다. 주로 고성능을 요구하는 모바일 응용소프트웨어(앱) 프로세서(AP)와 같은 로직칩을 만들 때 EUV 공정을 적용하는 식이다. 하지만 최근 D램 분야에서도 EUV 공정이 속속 도입되는 추세다. 기존 불화아르곤 공정으로는 D램 생산성과 성능을 높이는 데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사진은 삼성전자 화성캠퍼스 파운드리 공장 전경. 사진=삼성전자
업계 4위인 대만의 간판 메모리반도체 기업인 난야가 최근 2024년을 목표로 EUV 공정을 적용한 D램을 양산하겠다고 밝힌 데 이어 미국의 마이크론 역시 EUV 도입을 공식화했다. 지난해 업계 최초로 D램에 EUV 공정의 양산 체제를 갖춘 삼성전자도 연내 1a D램 양산에 본격 들어갈 계획이다.
업계에선 마이크론이 가장 먼저 1a D램 양산에 성공했지만 EUV 공정을 적용한 D램 기술 개발엔 상당한 어려움을 겪을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한 업계 관계자는 "EUV 공정이 적용된 1a D램을 양산하는 것과 그렇지 않은 건 기술력 측면에서 하늘과 땅 차이"라며 "D램 생산에 EUV 공정을 일찌감치 도입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시장 경쟁력은 갈수록 좋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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