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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태계까지 죽이는 북미 폭염… "인간이 부른 재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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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태계까지 죽이는 북미 폭염… "인간이 부른 재앙"

입력
2021.07.11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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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 해안서 홍합 등 조개류 집단 폐사
서식하는 미생물·먹이 삼는 철새에 영향

이달 초 37.8도가 넘는 폭염을 이기지 못한 홍합이 캐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주 웨스트밴쿠버의 한 해안에서 집단 폐사했다. 크리스토퍼 할리 캐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대 교수 제공

이달 초 37.8도가 넘는 폭염을 이기지 못한 홍합이 캐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주 웨스트밴쿠버의 한 해안에서 집단 폐사했다. 크리스토퍼 할리 캐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대 교수 제공

폭염으로 사람만 죽는 게 아니다. 생태계가 입는 피해도 심각하다. 북미의 이례적 폭염이 무더기로 죽이고 있는 홍합 등 조개류의 경우 생태계에서 맡고 있는 역할이 막대하다는 게 전문가들 우려다.

10일(현지시간) 미국 CNN방송은 37.8도를 상회하는 폭염이 2주 넘게 이례적으로 지속되고 있는 북미 지역에서 사람뿐 아니라 홍합 등 갯벌 생물들의 피해도 극심하다고 전했다. 방송에 따르면 태평양과 접한 캐나다 서부 해안에서는 이달 초부터 계속되는 폭염을 견디지 못한 홍합 같은 조개류들이 입을 벌린 채 집단 폐사하고 있다. 현장을 찾은 크리스토퍼 할리 캐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대 동물학 교수는 “홍합 등 조개류가 썰물 때 햇빛에 노출되는 건 익숙한 일이지만 37.8도 넘는 폭염이 이어졌다는 사실이 문제”라며 “이번 폭염으로 최소 10억 마리의 해양생물이 사망했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조개류 폐사의 영향 범위는 개별 종(種)의 생사 여부 차원이 아니다. 브라이언 제임스 미 노스이스턴대 해양생물학 교수는 “조개류는 숲의 나무처럼 다른 종에 서식지를 제공한다”며 “생태계 구조에서 핵심적 역할”이라고 설명했다. 나무가 숲에 사는 다른 생명체의 서식지가 돼 주는 것처럼 홍합도 플랑크톤 등 갯벌 미생물들의 서식 기반이 된다는 것이다. 홍합이 북극과 북미 대륙 서쪽 해안을 오가는 철새 바다오리의 주요 먹이이기도 한 만큼 이번 폭염이 철새의 이동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게 미 일간 뉴욕타임스의 전망이다.

미래는 더 암담하다. 비영리단체 ‘우려하는 과학자 모임’ 소속 기후전문가 크리스티나 달은 “기후변화로 인해 이번 폭염처럼 유례없는 사건들이 앞으로는 더욱더 빈번하게 일어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기후분석 연구단체 세계기후특성(WWA) 소속 과학자 24명도 “이번 폭염은 인간이 초래한 기후변화가 없었다면 일어나지 않았을 재앙”이라고 말했다.

박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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