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송회사 대표, 경영난에 차주 몰래?
지입차량 담보로 1억여 원 대출받아
엇갈린 1·2심… 대법 "배임 처벌 가능”
명의만 회사 앞으로 등록돼 있고 사실상 개인 소유인 지입차량을 운송회사 대표가 차주들 몰래 담보로 잡히고 대출을 받았다면 배임죄로 처벌해야 한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2부(주심 조재연 대법관)는 업무상 배임 혐의로 기소된 운송회사 대표 A씨에 대해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유죄 취지로 서울동부지법으로 돌려보냈다고 11일 밝혔다.
여객버스 회사를 운영하던 A씨는 2015년 회사 사정이 어려워지자 회사에 등록된 차량을 차주인 운전기사들 몰래 담보로 삼아 1억800만 원을 대출받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지입차량은 차량을 운전하는 기사가 실질적 소유주지만, 업체 명의로 등록한 차량을 말한다. 현행법상 개인이 여객운송사업을 할 수 없어, 전세버스 기사들은 차량 명의를 운송회사로 등록하고 회사에 지입료를 내고 독자적으로 영업을 한다.
운송회사 대표에 대해 1심은 유죄, 2심은 무죄로 판단이 엇갈렸다. A씨와 차주들 간 계약 관계를 어떻게 볼 것인지, 지입차량 소유주는 차주인지 회사인지 판단에 따라 판결이 달랐다.
1심 재판부는 차량의 실질적 소유주가 기사들이라고 봤다. 이들이 차량 구입대금부터 세금·보험료 등 유지관리비를 전부 부담하고, 차량 운행 방식도 독자적으로 결정하는 등 운송회사는 차량 관리 외엔 관여한 바가 없다는 이유였다. 1심 재판부는 "A씨는 피해자인 차주들과의 신임관계를 근거로 피해자 재산인 지입차량에 대한 권리를 보호·관리할 의무가 있음에도 이를 위반했다"며 징역 4개월을 선고했다.
반면 2심에선 “여객자동차와 관련해 지입회사에 각종 의무를 부과하고 있는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에 비춰볼 때 차량의 대내적·대외적 소유권은 지입회사에 있다”고 판단했다. 운송회사와 차주들 사이에 지입 계약서를 따로 작성하지 않아 지입차량에 대한 매매나 근저당권 설정을 하지 않기로 약정했다고 인정할 증거가 부족하다고 본 것이다.
대법원은 A씨가 지입료 명목으로 차량 1대당 매달 20만 원을 받은 점 등에 비춰 “차주들은 A씨 회사에 소유권 등록 명의를 신탁하고 운송사업용 자동차로서 등록·유지 사무 대행을 위임하는 내용의 계약을 체결한 사실이 인정된다"며 “A씨가 차주들 동의 없이 임의로 저당권을 설정해 재산상 손해를 가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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