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NA: 한국미술 어제와 오늘' 전시?
국립현대미술관 덕수궁관서 10월 10일까지
'이건희 컬렉션' 4점도 공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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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상봉의 라일락. 국립현대미술관 제공
고구려 때의 벽화 무덤인 강서대묘 속 주작(남방을 지킨다고 믿는 상징적 동물)을 보고 난 뒤 박수근이 1960년에 그린 ‘새’ 그림을 보면, 화가가 주작을 단순화해 새를 그린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스친다.
국립현대미술관 덕수궁관에서 8일부터 ‘DNA: 한국미술 어제와 오늘’ 전시가 진행 중이다. 한국 문화재와 근현대 미술을 한자리에 모아 ‘한국의 미’를 되새기게 한 자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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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 시대 청자상감 포도동자무늬 주전자. 국립현대미술관 제공
문화재를 보다가 바로 옆에 걸려 있는 그림을 유심히 보게 되는 패턴은 전시 관람 내내 이어진다. 이중섭은 고려청자 속 아이를 ‘봄의 아동(1952~1953년작)’이란 그림에 유사하게 옮겨 놓았다. 분청사기 철화어문 병에 그려진 물고기는 ‘물고기와 나뭇잎(1954년)’이라는 작품 속 물고기와 흡사하다. 전시를 기획한 배원정 국립현대미술관 학예연구사는 “이중섭은 도자기 수집에 열과 성을 다했으며, 고려청자 등에서 영감을 얻어 평면 회화에서 이를 구현했다”며 “이중섭의 작품에서 한국적 정서가 느껴지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백자 달항아리 주위에는 이를 소재로 한 한국 작가들의 그림이 놓여 있다. 달항아리에 라일락이 담긴 도상봉의 ‘라일락(1975년작)’, 받침대 위에 있는 달항아리를 그린 김환기의 ‘호월(1954년작)’, 소 앞에 서 있는 한 소녀가 한 손으로 달항아리를 머리에 인 모습을 나타낸 박영선의 ‘소와 소녀(1956년작)’ 등이다. 달항아리만큼 전통의 계승과 재해석의 측면에서 끊임없이 소환되고 활용된 사례는 드물다는 평가다. 배원정 연구사는 “조선 백자 가운데서도 달항아리는 가장 단순하면서도 인위적이지 않아 편안한 느낌을 준다”며 “넉넉한 볼륨과 둥글면서도 동글지만은 않은 부정(不定)의 형태는 편안함과 더불어 무한한 상상력을 일깨운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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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물 제339호로 지정된 서봉총 금관. 국립현대미술관 제공
보물 제399호인 서봉총 금관 곁에는 금관을 모티프로 한 작품들이 나란히 전시돼 있다. 회색 바탕에 검은색으로 왕관의 형태를 그려낸 듯한 남관의 ‘태고(1967년작)’와 금박을 이용한 윤동구의 ‘무제(1989년작)’, 이수경의 ‘달빛왕관_신라금관 그림자(2021년작)’ 등이다. 특히 이수경의 작품은 위로 뻗어 하늘과 통한다는 뜻을 가진 금관의 사슴뿔 장식에 착안해 금빛 장식이 하늘로 솟아 있는 것을 표현해 눈길을 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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겸재 정선의 박연폭. 국립현대미술관 제공
이 밖에도 한국 추상화의 거장인 김환기의 '푸른색 점화(1971년작)'는 분청사기 인화문 병의 점 무늬와 닮아 있고, 윤형근의 ‘청다색(1975~76년작)’은 겸재 정선의 18세기 작품인 ‘박연폭’의 느낌을 자아낸다.
이번 전시에는 ‘이건희 컬렉션’도 일부 공개됐다. 이중섭이 1950년대에 은박 위에 그린 손바닥 크기의 은지화를 비롯해 도상봉의 정물 2점, 박영선의 ‘소와 소녀’ 등 총 4점이다. 전시는 10월 10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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