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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탄은 모자라고, 재무제표는 질색? "ETF가 딱이네"

입력
2021.07.11 09:00
수정
2021.07.11 18:43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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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액으로 분산 투자 가능한 방법?
손실 최소화, 주린이일수록? 유리

편집자주

친절한 ‘금융+자산’ 설명입니다. 어려운 금융을 알면, 자산 쌓기도 쉬워집니다.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 대학원생 이모(28)씨는 주식 투자를 시작하려고 한다. 요새 카카오와 네이버가 잘나가니 두 종목을 우선 장바구니에 담고 싶다. 테슬라 같은 전기차나 인텔 같은 미국 반도체 기업에도 눈이 간다. 문제는 '돈'이다. 현재 투입 가능한 시드머니(종잣돈)는 300만 원 남짓. 위에 언급한 네 가지 종목을 딱 두 주씩 사면 끝이다.

#. 지난해 말 2,000만 원으로 주식 투자에 뛰어든 직장인 오모(35)씨. 7월 현재 보유한 개별 종목(해외주식 포함)만 20가지가 넘는다. "계속 오를 것 같아 사고, 남들도 많이 산다니까" 산다. 계좌를 열어보면 절반은 빨갛고(수익) 절반은 파랗다(손실). 보유한 종목의 재무제표 같은 건 본 적도, 볼 생각도 현재로선 없다. 이유는 "봐도 모를 것 같아서"다.

삼성전자 대신 반도체에 베팅하라

이씨처럼 주식 투자를 위한 실탄이 부족하거나, 오씨처럼 개별 기업을 일일이 분석하기 힘든 투자자들에게 적합한 투자법은 뭘까요. 대부분 전문가들은 'ETF(Exchanged Traded Fund·상장지수펀드)'를 꼽습니다. 삼성전자나 카카오 같은 개별 종목이 아니라 여러 종목을 묶어 '반도체'나 '미디어' '전기차' 같은 시장 자체에 투자하는 개념이지요.

비교적 소액으로도 분산 투자가 가능하고, 개별 종목을 직접 선택해 발생할 수 있는 투자 손실을 피할 수 있다는 점에서 "주머니 얇은 초보 개미일수록 유리한 투자"라는 평가를 받습니다.

이런 장점 때문인지 ETF에 돈을 묻어두는 투자자들이 갈수록 늘고 있습니다. 현재 세계 금융시장에 상장된 ETF 수는 8,000개에 가깝습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우리나라에 상장된 ETF 종목은 7월 현재 485개로, 시가총액은 60조 원 수준입니다. 2015년만 해도 종목 수는 200개가 채 안 됐고, 당시 시장 규모도 21조 원대에 불과했지만 약 5, 6년 만에 시장 사이즈가 세 배나 커진 겁니다.


그래픽=강준구 기자

그래픽=강준구 기자


주식을 한 바구니에... ETF 투자 어떻게?

투자는 어떻게 하면 될까요. ETF는 이름은 펀드지만 가입이 까다로운 일반 펀드와는 다릅니다. 주식시장에 개별 종목처럼 상장돼 있어 쉽게 사고팔 수 있지요. 다른 펀드처럼 중도환매 수수료가 발생하지도 않습니다. 내가 사고 싶을 때 사고, 팔고 싶을 때 팔면(매매 수수료는 발생) 그만입니다.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국내 2차전지(배터리) 시장에 베팅하고 싶지만 '비싼' 가격이 걸리는 투자자가 적지 않을 겁니다. 2차전지 대장주 LG화학 주가(7월 9일 기준)는 주당 83만 원이 넘고 삼성SDI나 SK이노베이션도 각각 70만 원, 20만 원대 수준입니다.

이럴 때 2차전지 테마 ETF를 사면 됩니다. 국내 2차전지 관련 기업 20여 곳으로 구성된 'KODEX 2차전지산업'이나 'TIGER 2차전지테마'를 매수하는 식이죠. 이름이 영어로 시작해 복잡해 보이지만 생각보다 단순합니다. KODEX(코덱스)나 TIGER(타이거)는 ETF 운용사의 브랜드라고 생각하면 됩니다. 코덱스는 삼성자산운용, 타이거는 미래에셋입니다.

해외로 눈을 돌리면 더 다양한 ETF가 기다립니다. 글로벌 기술 기업의 매력에 빠진 투자자라면, 미국 나스닥100 지수를 추종하는 'Invesco QQQ Trust'가 좋은 선택이 될 수 있습니다. 운용사 인베스코(Invesco)가 운용하는 ETF로 △애플 △마이크로소프트 △아마존 △알파벳 △테슬라 등 미국 증시 대표 선수들이 줄줄이 포함돼 있기 때문입니다.

이 밖에 금, 은 같은 귀금속이나 원유에 투자하는 원자재형 ETF부터, 세계 각국이 발행한 국채나 기업들의 채권에 투자하는 채권형 ETF 등 투자 대상이나 추종 대상 지수에 따라 ETF 종류는 그야말로 천차만별입니다. 자신이 생각하는 유망 산업과 시장에 대한 '나만의 기준'을 정하는 게 ETF 투자의 시작이라고도 볼 수 있겠습니다.

'클라우딩 컴퓨팅, 인프라' 테마형 ETF에도 주목

주식시장 규모가 우리나라보다 월등히 큰 미국에선 최근 테마형 ETF가 주목받고 있습니다. 지난달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뜨거운 테마형 ETF, 이 다섯 가지에 주목하라'란 기사를 내고, 종목 발굴에 지친 투자자들에게 향후 전망이 밝은 ETF 테마들을 소개했는데요.

WSJ와 현지 시장 전문가들이 뽑은 테마 다섯 가지는 △클라우딩 컴퓨팅 △대마 △인프라 △청정 기술 △인공지능(AI)·로보틱스 등입니다. 클라우딩 컴퓨팅은 지난해 코로나19 국면에서 비대면(언택트) 산업과 함께 성장세가 부각된 산업입니다. 딜로이트는 2025년까지 클라우드 컴퓨팅 분야가 30% 더 커질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대표적인 ETF로는 '퍼스트 트러스트 클라우드 컴퓨팅(종목코드 SKYY)'과 '위즈덤트리 클라우드 컴퓨팅(WCLD)을 소개했습니다.

인프라는 조 바이든 대통령의 대규모 지원책에 힘입어 수혜가 예상되는 분야로 봤는데요. 미국이 경제 회복을 위한 방안으로 인프라 투자 확대를 계획한다는 점에서 성장성을 높게 평가했습니다. 대표적인 ETF로는 '아이쉐어즈 인프라스트럭처(IFRA)'를 꼽고, 청정 기술 관련 ETF로는 '인베스코 와일더힐 클린에너지(PBW)'에 주목했습니다.

이 밖에 대마 시장은 미 민주당이 연방 의회를 장악한 후, 주별로 합법화 물결이 본격화되면서 투자자들의 관심도 높아지고 있습니다.

토드 로젠브루스 CFRA리서치 연구원은 "개인 투자자들이 개별 주식 매입에서 테마형 ETF로 옮겨가고 있다"며 "전 세계에서 가장 성장성이 높은 시장에서 일부(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하기 위한 현상"이라고 분석하기도 했습니다.

조아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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