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격감정 평가서는 내용 동일 ‘사전 교감 의혹’

경기 고양시가 2012년 퍼스트이개발과 맺은 킨텍스 지원시설 부지 매매계약서. 계약 해지 시 매매대금에 법정 이자까지 얹어 돌려주는 특혜성 조항이 담겨 있다. 독자 제공
경기 고양시가 일산 최고 알짜배기 땅인 킨텍스 지원시설 부지를 특정 건설 시행사에 매각 당시 진행한 2곳의 감정평가서 대부분이 토씨 하나 틀리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헐값 매각 근거가 됐던 평가서가 사전 교감 아래 작성됐을 의혹이 더해진다. 매매계약서 곳곳에서도 건설사에 일방적으로 유리한 특혜성 조항이 다수 확인됐다.
8일 고양시에 따르면 시는 전임 최성 시장 때인 2012년 12월 퍼스트이개발에 킨텍스 업무시설용지 C2부지(4만2,718.5㎡)를 1,541억1,221만 원에 팔았다. 이는 고양시가 최근 일부 공개한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주변 시세보다 896억 원가량 낮은 가격이다.
시는 당시 매각 공고에 앞서 감정평가업체 두 곳에 C2부지의 가격감정을 맡겼다. 본지가 입수한 40여 페이지 분량의 두 평가보고서는 복사본이나 다름없었다. 가격 산출 근거가 되는 지역·경제적 요인, 지역요인 비교 등은 일부 문장의 술어만 바뀌었을 뿐 내용은 똑같았다. 이런 의혹에도 불구하고 고양시는 두 보고서를 토대로 매각가를 1,436억6,500만 원으로 확정, 매각 공고를 냈다.

890억 원대 헐값 매각 의혹이 일고 있는 고양 킨텍스 지원시설 C2부지에 대한 2개의 가격 감정평가서가 사전에 짜기라도 한 듯 똑같다. 독자 제공
특혜성 매매계약도 논란이다. 본지가 확보한 매매계약서를 보면 C2부지 개발의무기한(준공은 착공일로부터 50개월)을 별도로 정했다. 통상 이 기한은 각종 대금 결제 문제, 설계 변경, 부실 시공에 따른 보완 등으로 계획대로 준공허가를 받기 쉽지 않지만, 시가 이를 계약서상에서 보장했다.
계약해지 및 처리(9, 10조) 대목에선 상식 수준을 넘어서는 특혜성 조항도 담겼다. 9조 1항엔 ‘을’(퍼스트이개발)은 계약 체결일로부터 22개월 15일이 되는 날에서 22개월 30일이 되는 날까지 본 계약을 해지할 수 있게 했다. 10조 3항에선 매매계약이 해지된 경우 고양시는 퍼스트이개발에 계약보증금을 포함한 매매대금 전액을 반환하도록 규정했다. 여기에 매매대금 이자까지 법정이율(5%)로 계산해 돌려주도록 했다. 고양시가 업체에 계약해지 손해 배상 책임을 묻지 않는다는 조항도 들어있다. 이 같은 특혜조항은 지방계약법에서도 그 근거를 찾을 수 없는 탓에 위법성 문제도 제기된다. 고양시 관계자는 “C2부지 매각과 관련한 그간의 감사결과를 곧 공개할 것”이라고 말했다.

8일 헐값 매각 의혹을 사고 있는 킨텍스 C2부지에 고층 아파트들이 보인다. 독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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