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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년 기다린 우주 비행의 꿈...모험 좋아했던 소녀는 우주를 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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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년 기다린 우주 비행의 꿈...모험 좋아했던 소녀는 우주를 날 수 있을까

입력
2021.07.11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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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2세 월리펑크 '뉴 셰퍼드호' 명예 승객에 뽑혀
1960년대 20대에 우주비행사 시험 통과
여성이라는 이유로 번번이 기회 얻지 못해
제프 베이조스와 함께 뉴 셰퍼드호 탑승 예정

미국의 전자상거래 업체 아마존의 최고경영자(CEO)이자 우주탐사 기업 블루오리진 창업자인 제프 베이조스(왼쪽)가 1일 우주여행 '명예 승객'으로 뽑힌 82세의 월리 펑크와 함께 어깨동무하며 환하게 미소 짓고 있는 모습이 베이조스의 인스타그램을 통해 공개됐다. 펑크는 20일 서부 텍사스에서 발사될 블루오리진의 우주관광 로켓 '뉴 셰퍼드'를 타고 11분 동안 지구 대기권과 우주의 경계로 여겨지는 고도 100㎞ 상공의 '카르만 라인'까지 갔다 오는 우주여행을 하게 된다. 연합뉴스

미국의 전자상거래 업체 아마존의 최고경영자(CEO)이자 우주탐사 기업 블루오리진 창업자인 제프 베이조스(왼쪽)가 1일 우주여행 '명예 승객'으로 뽑힌 82세의 월리 펑크와 함께 어깨동무하며 환하게 미소 짓고 있는 모습이 베이조스의 인스타그램을 통해 공개됐다. 펑크는 20일 서부 텍사스에서 발사될 블루오리진의 우주관광 로켓 '뉴 셰퍼드'를 타고 11분 동안 지구 대기권과 우주의 경계로 여겨지는 고도 100㎞ 상공의 '카르만 라인'까지 갔다 오는 우주여행을 하게 된다. 연합뉴스

"우주선이 돌아오고 사막에 착륙합니다. 출입문이 열리고 밖으로 나가죠. 제일 먼저 뭐라고 하시겠어요?"

"내 생에 일어난 최고의 일이야!"

1일(현지시간) 제프 베이조스(57)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인스타그램 속 영상에서 월리 펑크(82)는 그를 힘껏 안으며 이렇게 외쳤다.

미국 우주탐사 기업 블루오리진월리 펑크가 제프 베이조스와 우주 비행을 함께 할 '명예 승객'에 뽑혔다고 밝혔다. 펑크는 블루오리진이 개발한 첫 민간 우주여행용 로켓 '뉴 셰퍼드'를 타고 지구 밖을 여행하게 된다.

미국 일간 워싱턴포스트(WP) 등 외신에 따르면 펑크는 오랜 경력의 베테랑 조종사로 60년 동안 우주 비행을 염원해왔다. 1960년대 초, 펑크는 우주비행사 시험을 통과했지만 여자라는 이유로 꿈을 이룰 수 없었다.

인스타그램 영상에서 펑크는 뉴 셰퍼드의 일원이 됐다는 연락을 받자 "마침내!"라고 소리치며 크게 기뻐했다. 베이조스는 "펑크보다 더 오래 기다린 사람은 없다"며 "때가 됐다. 승무원이 된 것을 환영합니다. 펑크"라고 썼다.

뉴 셰퍼드호가 비행에 성공하면 펑크는 82세 최고령 우주인이라는 새로운 역사를 쓰게 된다. 여행엔 제프 베이조스와 그의 남동생 마크 베이조스, 그리고 우주여행 티켓을 낙찰받은 익명의 경매 참가자 3명이 동행한다.

펑크는 우주에 가게 된 기분을 두고 '환상적'이라고 표현했다. 그는 "여행의 모든 순간을 사랑할 것"이라며 "벌써부터 기다리기 힘들다"고 기대를 감추지 못했다.

뉴 셰퍼드호가 출발하는 7월 20일은 1969년 닐 암스트롱과 버즈 올드린이 아폴로 11호를 타고 달에 착륙한 지 52주년이 되는 날이기도 하다.


모험 좋아했던 소녀...우주비행사 시험 1등 했지만

미국의 우주탐사 기업 블루오리진은 1일 월리 펑크(82)가 20일 억만장자 제프 베이조스와 함께 할 우주여행의 '명예 승객'으로 발탁됐다고 밝혔다. 펑크는 1960년대 초 미 항공우주국(NASA)의 우주비행사 시험을 1등으로 통과했지만 여자라는 이유로 우주에 가진 못했다. 사진은 펑크의 젊은 시절 모습. 연합뉴스

미국의 우주탐사 기업 블루오리진은 1일 월리 펑크(82)가 20일 억만장자 제프 베이조스와 함께 할 우주여행의 '명예 승객'으로 발탁됐다고 밝혔다. 펑크는 1960년대 초 미 항공우주국(NASA)의 우주비행사 시험을 1등으로 통과했지만 여자라는 이유로 우주에 가진 못했다. 사진은 펑크의 젊은 시절 모습. 연합뉴스

"더 높이, 빠르게, 길게. 제 인생의 모토입니다."

우주 비행이란 오랜 숙원을 간직한 펑크는 어릴 적부터 모험을 좋아하던 소녀였다.

1939년 미국 뉴멕시코주에서 태어난 그는 승마, 스키, 사냥 등을 즐기며 자랐다. 펑크는 영국 일간 가디언과 인터뷰에서 "(자신이) 여자들에게는 보통 기대하지 않는 일들을 했다"고 말했다. 스포츠에서 두루 탁월했던 그는 14세에 놀라운 사격 실력이 알려져 드와이트 아이젠하워 대통령으로부터 편지를 받기도 했다.

그런 펑크의 소원은 언제나 하늘을 나는 것이었다.

펑크의 부모님은 뉴멕시코 근처 공항에 딸을 데리고 갔다. 공항에는 맥도넬 더글러스사의 여객기 DC-3이 있었다. 펑크는 그 어린 나이에도 여객기를 보자마자 "(자신이) 바로 운전대를 잡았다"고 회고했다.

일곱 살 땐 모형 비행기 만들기에 푹 빠졌고, 아홉 살엔 처음 비행 수업을 들었다. 펑크는 "고작 15분이 전부였지만 비행기를 타며 느낀 공기가 얼마나 아름다웠는지, 그곳에서 바라본 땅은 어떤 모습이었는지 여전히 생생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의 꿈은 성인이 되면서 점차 '여자'라는 완고한 벽에 부딪혔다.

고등학생 시절엔 기계 드로잉과 자동차 기계공학 수업을 듣고 싶었지만 여자라는 이유로 가정 과목밖에 들을 수 없었다. 한계를 느낀 펑크는 고등학교를 중퇴했고 미주리주 콜롬비아의 스티븐스 대학에 입학해 조종사 면허증을 땄다.

졸업 후엔 오클라호마 주립대학에 입학해 조종사로 훈련받았다. 펑크는 "항공대에 있는 다른 남학생들과 똑같이 모든 훈련을 소화해냈다"고 기억한다. 그는 이후 미군 기지에서 유일한 여성 비행 교관이 됐다.

펑크는 1960년대 초 미 항공우주국(NASA)의 우주비행사 시험을 1등으로 통과했지만 여자라는 이유로 우주에 가진 못했다. 그녀는 수년 전 20만 달러(약 2억2,700만 원)를 내고 또 다른 우주탐사 회사 버진갤럭틱 우주선에도 좌석을 하나 예약해뒀다. 사진은 펑크가 자신의 젊은 시절 사진을 들고 포즈를 취한 모습. 연합뉴스

펑크는 1960년대 초 미 항공우주국(NASA)의 우주비행사 시험을 1등으로 통과했지만 여자라는 이유로 우주에 가진 못했다. 그녀는 수년 전 20만 달러(약 2억2,700만 원)를 내고 또 다른 우주탐사 회사 버진갤럭틱 우주선에도 좌석을 하나 예약해뒀다. 사진은 펑크가 자신의 젊은 시절 사진을 들고 포즈를 취한 모습. 연합뉴스

그런 펑크가 자신의 꿈을 우주로까지 확장한 건 '우먼 인 스페이스' 프로그램에 대한 한 기사 때문이었다.

당시 미국은 소련과 우주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 미 항공우주국 나사(NASA)의 주도하에 최초의 유인 우주계획인 '머큐리 계획'을 급히 추진 중이었다.

'우먼 인 스페이스'는 머큐리 계획에 참여했던 윌리엄 랜돌프 러브레이스 박사개인 자금을 들여 남몰래 진행한 연구였다. 남성뿐인 머큐리 계획에 불만을 느껴 여성 우주인을 길러내기 위함이었다.

펑크는 러브레이스에게 연락해 자신의 경험과 업적을 자세히 소개했다. 우먼 인 스페이스는 참가 연령대가 25~40세였음에도 불구하고 스물두 살이었던 펑크는 당당히 프로그램에 참가하게 됐다.

하지만 우주인 훈련은 무척 가혹했다.

첫날엔 아무것도 마실 수도, 먹을 수도 없었다. 갖가지 혈액 검사가 이어졌고 의자에 묶어 귀에 얼음물을 집어넣기도 했다. 아무것도 보이지도, 들리지도 않는 감각 차단 탱크 안에서 오래 버티는가 하면 피부를 바늘로 찌르는 실험도 있었다.

잔인한 실험들은 참가자들이 혹독한 상황을 얼마나 잘 버티는지 알아보기 위한 것이었다. 펑크는 이를 다 견뎌냈다. 감각 차단 탱크 실험에선 무려 10시간 35분을 버티며 신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포기하지 않았던 펑크는 드디어 합격생 13명 그룹인 '머큐리13'에 합류했다. 그들은 우주인으로서 다음 테스트를 받을 예정이었지만 프로그램은 돌연 취소됐다. 이유는 "굳이 여자들이 우주 비행에 참여해야 하는지 모르겠다"는 나사의 주장 때문이었다.

나사가 공식 허용한 머큐리7의 남성 우주비행사 존 글렌은 여성들의 우주 비행이 '바람직하지 않다'고 거들었다. 머큐리13은 결국 머큐리7과 똑같은 훈련을 했으면서도 우주엔 머큐리7만 가게 됐다.

펑크는 우주비행사가 되기 위해 노력을 멈추지 않았다. 그는 "미국 전역의 모든 테스트를 통과했다. 러시아에 가서 우주비행사 시험을 보기도 했고 모든 테스트에서 남성을 이겼다"고 말했다.

1일 머큐리13의 훈련생이었던 월리 펑크가 오하이오주 클리블랜드의 글렌 리서치 센터를 방문하고 있다. 클리블랜드=AP 연합뉴스

1일 머큐리13의 훈련생이었던 월리 펑크가 오하이오주 클리블랜드의 글렌 리서치 센터를 방문하고 있다. 클리블랜드=AP 연합뉴스

하지만 성별은 번번이 그의 장벽이 됐다.

공학 학위가 없다는 이유로 나사가 세 번 연속 펑크를 탈락시키자 그는 오하이오의 한 대학 총장에게 찾아가 "공학 학위를 따고 싶다"고 말했다. 그러자 총장은 "너는 여자야. 집에나 가"라고 말했다고 한다.

미국 연방항공국(FAA)에서 첫 여성 수사관이 됐을 땐 성추행을 당할 뻔하기도 했다. 펑크는 "한 남자가 나를 만지려 했다. 그대로 밖으로 나갔다가 돌아와서는 이를 비서에게 신고했는데 다음 날 나는 해고됐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펑크는 우주비행사의 꿈을 포기하지 않았다. 그는 지금도 매주 토요일마다 사람들에게 비행하는 법을 가르친다. 지금껏 1만 9,600시간 이상을 비행했던 펑크는 "죽을 때까지 날 것"이라고 말한다. 그는 몇 년 전 우주탐사 회사 버진갤럭틱에 20만 달러(약 2억2,700만 원)를 주고 우주선 좌석 티켓을 예매하기도 했다.

그는 "전 아무것도 걱정하지 않습니다. 어떻게든 올라가야죠"라고 말했다.

지금까지 최고령 우주여행자는 2016년 고인이 된 우주비행사 존 글렌이다. 머큐리 계획에서 펑크를 제쳤던 글렌은 1998년 77세의 나이에 우주왕복선 '디스커버리'에 탑승해 최고령자 기록을 세웠지만 이제 그 자리를 펑크에게 내줄지도 모른다.


블루오리진의 '뉴 셰퍼드' 프로젝트는 무엇?

미국의 전자상거래 업체 아마존의 최고경영자(CEO) 제프 베이조스가 설립한 우주탐사 기업 블루 오리진의 우주 관광 로켓 '뉴 셰퍼드 유인 캡슐'의 탑승권 응찰가가 240만 달러(약 27억1,920만 원)까지 올랐다고 로이터통신 등이 19일 보도했다. 블루 오리진은 유인 캡슐 좌석 1석에 대한 1차 입찰에 136개국에서 5,200여 명이 참여했다고 밝혔다. 뉴 셰퍼드는 7월 20일 발사된다. 사진은 유인 캡슐 내부의 모습. 연합뉴스

미국의 전자상거래 업체 아마존의 최고경영자(CEO) 제프 베이조스가 설립한 우주탐사 기업 블루 오리진의 우주 관광 로켓 '뉴 셰퍼드 유인 캡슐'의 탑승권 응찰가가 240만 달러(약 27억1,920만 원)까지 올랐다고 로이터통신 등이 19일 보도했다. 블루 오리진은 유인 캡슐 좌석 1석에 대한 1차 입찰에 136개국에서 5,200여 명이 참여했다고 밝혔다. 뉴 셰퍼드는 7월 20일 발사된다. 사진은 유인 캡슐 내부의 모습. 연합뉴스

월리 펑크의 우주비행 프로젝트를 주관하는 블루오리진은 아마존닷컴 창업주 제프 베이조스가 2000년에 설립한 민간 우주기업이다. 베이조스는 아마존의 주식을 팔아 회사 운영 자금을 대왔다.

베이조스는 '인류의 우주 생활을 가능케 한다'는 자신의 꿈을 이루기 위해 '블루 오리진'을 만들었다. 인류의 우주 생활이 목표인 만큼 우주 관광의 비용을 획기적으로 낮추기 위해 블루오리진은 로켓 발사체를 재활용한다.

월리 펑크와 베이조스 형제가 타게 될 첫 우주선의 이름은 '뉴 셰퍼드'다. 카론, 고다드·PM2 등 실험용 발사체를 거쳐 새롭게 개발된 것으로 첫 민간 우주 여행을 위한 준비를 마쳤다.

뉴 셰퍼드란 이름은 미국 최초의 우주비행사 앨런 셰퍼드의 업적을 기려 이름 지었다. 앨런 셰퍼드는 1971년 아폴로 14호를 타고 달에 도착해 6번 아이언으로 골프공을 친 사람으로도 유명하다.

뉴 셰퍼드는 자율조종 로켓으로 이번 여행에선 지구 대기권과 우주 경계선인 '카르마 라인'(고도 100㎞)까지 비행할 예정이다. 우주여행에 걸리는 시간은 약 10분으로 승객들은 3분 동안 무중력 상태에서 캡슐 너머의 지구를 바라본 후 낙하산을 통해 돌아온다.

이번 우주비행의 경매는 159개 나라에서 진행됐으며 약 7,600명의 입찰자들이 경매에 뛰어들었다. 480만 달러(약 55억원)로 시작한 티켓 가격은 4분 만에 2,000만 달러(약 230억원)를 넘어섰고 낙찰가는 2,800만 달러(약 312억원)에 달했다.

블루오리진은 탑승객들이 이륙 시 2분 동안 3배의 중력과 착륙 시 5분의 1의 중력을 견딜 수 있어야 하며 참가자의 키는 약 152~195㎝, 몸무게는 약 50~101㎏여야 한다고 공지했다.

블루오리진은 지난 6년 동안 15번의 무인 자율 시험비행에 성공했지만 유인 비행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번 우주여행은 '일반인의 유료 우주여행 시대'란 문을 열 전망이다. 블루오리진은 아직 우주여행 티켓의 가격이나 언제부터 일반인 승객을 받을지 등은 밝히지 않았다.

뉴 셰퍼드 로켓과 캡슐은 모두 회수돼 재활용된다.



홍승주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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