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시중은행, 이달 자영업자 신용평가 개시
사업자대출 12.6만 명 대상, 1인당 1.2억 원 대출
신용등급 강등 때 폐업까지 내몰릴 수 있어
금융위 "신용평가 시 코로나19 감안해달라"
은행권이 이달부터 코로나19로 가장 큰 타격을 입은 자영업자에 대한 신용평가를 시작한다. 코로나19를 반영한 첫 신용평가다. 금융당국은 은행권에 자영업자 매출이 감소했더라도 기계적으로 신용등급을 깎지 말아 달라고 요청했다. 자영업자가 금리 인상기에 신용등급도 무더기로 떨어지면 이자 부담이 커져 폐업까지 내몰릴 수 있다는 것을 우려한 조치다.
다만 일각에서는 금융위 당부가 은행권의 신용평가 공정성을 해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13만 자영업자, 신용등급 하락 '기로'
8일 금융권에 따르면 주요 시중은행은 이달부터 사업자대출(기업대출)을 받은 자영업자에 대해 신용평가를 시작한다. 대기업, 중소기업에 이은 연간 정기 신용평가의 일환이다. 금융위원회가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농협)과 기업은행으로부터 취합한 자영업자 신용평가 대상과 대출 잔액은 각각 12만6,000명, 14조9,000억 원이다. 자영업자 1인당으로 환산하면 대출 잔액은 1억1,800만 원이다.
은행권은 지난해 매출을 근거로 한 부가가치세 과세표준 증명원, 소득 금액 증명원과 대표자 연체 여부 등을 바탕으로 자영업자 신용등급을 산정한다.
올해 이 방식으로 신용평가를 하면 식당, 카페 등을 운영하는 대다수 자영업자는 신용등급이 내려갈 수밖에 없다. 지난해 1월 코로나19가 터진 이후 사회적 거리 두기로 매출이 감소한 자영업자가 많았기 때문이다.
코로나19 대응 전국자영업자비상대책위원회가 지난 3월 발표한 '코로나 1년 자영업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 중 95.6%가 코로나19 전보다 매출이 줄었다고 답했다. 또 폐업을 고려 중이라는 응답 비율은 전체의 44.6%로 절반에 가까웠다.
이에 따라 금융위는 "시중은행에 자영업자 신용등급을 매길 때 코로나19에 따른 매출 감소를 감안해달라"고 요청했다. 신용등급을 강등당한 자영업자가 갑자기 늘어날 경우 부작용이 커질 수 있어서다.
자영업자는 신용등급 하락 시 만기가 도래한 대출을 연장하거나 추가 대출을 받을 때 금리가 오른다. 이 과정에서 일부 대출금을 갚아야 할 수도 있다. 코로나19로 가뜩이나 돈줄이 막혔는데, 더 어려운 상황에 몰리는 것이다.
금리 인상·만기 연장 종료 겹치면 엎친 데 덮친 격
더구나 자영업자가 오는 9월 말까지 적용받는 대출 만기 연장, 이자상환 유예 조치가 연장되지 않는다면 신용등급 하락에 따른 타격은 더 클 수밖에 없다. 올해 안에 현실화할 가능성이 큰 기준금리 인상은 대출 금리를 올리기 때문에 자영업자들에게 또 다른 악재다.
금융권 관계자는 "자영업 차주는 금리 인상, 신용등급 하락에 더 취약하다"면서 "원리금 상환 유예가 종료하면 자영업자의 채무 상환 능력은 더 빠르게 악화해 부실 뇌관으로 작동할 수 있다"고 말했다.
금융위는 앞서 중소기업에 대한 평가에 대해서도 은행권에 같은 요청을 한 바 있다. 그 결과 전년 대비 신용등급이 떨어진 중소기업 비율은 지난해 32%에서 올해 24%로 오히려 축소됐다. 신용등급 하위 50%인 중소기업 역시 같은 기간 32%에서 30%로 낮아졌다.
금융위 관계자는 "중소기업 신용등급은 예년보다 많이 떨어지지 않았지만 자영업자는 코로나19로 가장 큰 어려움을 겪어 면밀히 살펴보려고 한다"며 "코로나19 이후 일시적으로 매출이 감소한 자영업자의 경우 회복 가능성을 신용평가에 반영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은행권을 향한 금융위 당부가 '사업자 대출'로 돈을 빌린 자영업자에 대한 특혜로 볼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자영업자 중 개인대출로 돈을 융통해 사업자금을 쓰는 경우도 있는데, 이 사람들과의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것이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기업대출을 활용한 자영업자 신용평가만 코로나19를 반영해달라는 요청은, 형평성 논란을 야기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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