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등한 농식품 가격에?‘파테크’ 유행
식물재배기 웰스팜, 코로나19 이후 3배 성장
‘가치소비’도 식물재배기 렌털 확대 요인
시장 커지자 삼성전자·LG전자도 진출 고려
경기 성남시 분당구에 거주하는 김지선(43)씨는 집에서 바질과 비타민, 적상추를 기른다. 전남 완도에서 매주 채소를 직배송하고 3개월간 주말농장에도 다녀본 김씨가 ‘알맞은 양의 채소를 조금씩 제때 먹기’ 위해 찾은 방법은 식물재배기다.
김씨는 “채소를 싫어하던 아이들이 제 손으로 딴 채소를 먹고 알람이 울리면 알아서 물도 준다”며 “푸릇푸릇한 식물을 키우니 교육적 효과는 물론 정서 발달에도 도움이 돼 식품 이상의 가치가 있다”고 말했다.
‘홈 가드닝(Home Gardening)’ 시장이 커지고 있다. 코로나19 장기화로 실내에 머무는 시간이 늘자 식물을 기르는 재미와 함께 인테리어 효과와 정서 안정을 기대하는 이들이 ‘집안의 작은 텃밭’을 만드는 것이다. 여기에 직접 대파 기르기를 뜻하는 ‘파테크’가 유행할 정도로 올해 들어 급등한 농수산물 가격도 시장 확대의 요인이다.
8일 업계에 따르면 홈 가드닝 렌털 사업에 가장 먼저 뛰어든 건 교원그룹 건강가전 브랜드 웰스다. 웰스는 2018년 7월 가정용 식물재배기 ‘웰스팜’을 선보였다. 유아채, 수면채 등 6가지 기능성 채소 모종을 정기 구독하면 식물재배기는 1년 단위로 무상 대여한다. 두 달 주기로 웰스팜 엔지니어가 방문해 모종을 심고 기기를 관리해준다. 웰스팜 누적 판매량은 2019년 약 9,000대에 불과했지만 지난해 2만5,000대로 늘었고 올해는 5만 대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식물재배기 없이 홈 가드닝을 즐기는 이들도 많다. 경기 화성시에 사는 김영란(38)씨는 아보카도와 수경재배 식물인 워터코인, 산초 등을 키운다. 파테크가 유행하기 전부터 대파도 직접 길러 먹었다. 김씨는 “식물은 환경에 매우 민감하고 모든 식물이 같은 환경에서 잘 자라는 게 아니어서 빛과 온도, 실내 습도부터 화분의 종류 등 고려할 요소가 많다”며 “식탁에 자주 올라오는 초록잎식물을 유기농으로 키우면 안심이 되고 사 먹는 것보다 비용도 합리적”이라고 설명했다.
홈 가드닝의 성장은 최근 MZ세대부터 젊은 주부들로까지 확산한 ‘가치소비’ 현상과도 맞닿아 있다. 스마트폰 터치 한 번이면 문 앞까지 식재료가 배송되지만 편리함을 누리는 대신 산더미 같은 포장재를 치우며 죄책감을 느끼는 소비자도 늘어 났다. 김지선씨는 “환경에 죄를 짓는 기분이 들어 정기배송을 지양하는 편”이라며 “채소를 대량 구매하면 금세 물러져 다 못 먹고 버리기 일쑤인데, 직접 기르면 버려지는 것 없이 알맞은 때에 적당량을 먹을 수 있어 유용하다”고 했다. 홈 가드닝은 장기간 집을 비우면 식물을 돌보기 어렵다는 한계가 있지만 팬데믹으로 재택근무 인구가 늘면서 이 같은 단점도 상쇄됐다.
가정용 식물재배기뿐 아니라 비닐하우스와 스마트팜 등 확장형 식물재배기 시장도 지속적으로 성장할 것으로 보인다. 업계에서는 2018년 550억 원 수준이던 확장형 식물재배기 시장이 2023년 760억 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한다. 시장 전망이 밝자 중소기업이 장악했던 식물재배기 산업에 삼성전자와 LG전자, SK매직 등 대기업들도 진출을 고려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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