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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젝 "코로나19 이면의 속성을 고민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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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젝 "코로나19 이면의 속성을 고민합시다"

입력
2021.07.08 14:16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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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 서울 강남구 보건소에 설치된 선별검사소를 찾은 시민들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검사를 위해 줄을 서서 대기하고 있다. 연합뉴스

8일 서울 강남구 보건소에 설치된 선별검사소를 찾은 시민들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검사를 위해 줄을 서서 대기하고 있다. 연합뉴스


프루스트의 소설을 연상하게 만드는 책의 표제는 철학자 슬라보예 지젝이 바라본 현 시대의 속성을 담고 있다. 그는 코로나19 발생 이후 지금에 이르는 날들을 소실된 시간으로 규정하고, 정리했다. 우리는 무엇을 잃어버린 걸까?

팬데믹때문에 직장이 사라졌다거나, 가족이 숨졌다거나 하는 공공연한 비극을 되새기자는 게 아니다. 그보다는 팬데믹이 '어떤 사회를 지향하는가'라는 가치를 둘러싼 전 지구적인 전망들을 충돌시키고 있다는 사실에 주목해야 한다는 것. 생존만이 최우선 가치가 되면서 뒷전으로 밀려난 사유의 시간을 갖고, 사회 현상 이면에 대한 통찰력을 되찾자고 저자는 말한다.

잃어버린 시간의 연대기ㆍ슬라보예 지젝 지음ㆍ강우성 옮김ㆍ북하우스 발행ㆍ268쪽ㆍ1만6,000원

잃어버린 시간의 연대기ㆍ슬라보예 지젝 지음ㆍ강우성 옮김ㆍ북하우스 발행ㆍ268쪽ㆍ1만6,000원

일례로 팬데믹 이후 세계의 농장 곳곳에서는 수확하지 못한 작물들이 썩어가고 있다. 농장 일꾼들이 집단감염됐기 때문이다. 당장 식자재 조달에 비상이 걸렸다는 표면적 사실 한편으로 '불합리한 자본주의'의 민낯이 드러났다. 농장 노동자들이 형편없는 임금을 받으며 머물렀던 비좁은 막사는 바이러스의 이상적인 배양소였다.

그래서 저자는 주장한다. '낡은 일상으로의 복귀를 꿈꾸는 대신 우리는 새 일상을 건설하는 힘들고 고통스러운 길로 나서야 한다. 이 작업은 의학적이거나 경제적인 문제가 아니라 속속들이 정치적 문제다.'

장재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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