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청 "원치 않는 임신·성병서 학생들 보호"
학부모 "기막혀" 반발... 시민단체 '지지' 의견도
미국 시카고 교육청(CPS)이 초등학교 5학년 이상 학생들에게 피임 기구인 콘돔을 무상 제공하기로 해 찬반 논란이 일고 있다. 어릴 때부터 스스로 책임질 수 있는 행동을 하도록 올바른 성교육을 하겠다는 취지지만, 10~12세의 초등학생들도 쉽게 콘돔을 접하는 환경을 만드는 건 호기심만 자극하는 부작용이 오히려 클 것이라는 반론이 만만치 않다.
7일(현지시간) 미 시사주간지 뉴스위크 등에 따르면, 미국에서 세 번째로 큰 교육구인 CPS는 새로운 성 교육·성 건강 지침에 따라 다음 달부터 관내 거의 모든 초·중·고등학교에 무상 콘돔을 비치하도록 했다. CPS 산하 학교 630여 곳 가운데 10곳을 제외한 모든 학교에서 콘돔이 공급되며, 5학년(10세) 이상의 학생이면 누구든 이를 이용할 수 있다. 시카고 보건국은 CPS의 이번 조치에 따라, 초·중학교에 각 250개씩, 고등학교엔 각 1,000개씩 지급할 예정이다.
CPS는 “학생들을 원치 않는 임신, 성병 감염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콘돔을 지급하는 것”이라며 "피임 도구가 필요하다고 여길 때, 학생들이 이를 사용하게 하는 게 목적”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배포된 콘돔은 학생 누구나 쉽게 가져갈 수 있으면서도 사생활 보장이 가능한 장소에 비치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일종의 ‘예방책’이며, 그에 대한 접근가능성을 높이겠다는 의미다.
CPS는 조만간 서면으로 학부모들에게 프로그램 내용을 설명하고, 각 학교장에게 콘돔 보관장소·운영 지침을 전달할 계획이다. 교육청 소속 케네스 폭스 보건담당관은 “처음부터 모두의 동의를 얻기 어려울 것임은 알지만, 이런 지침은 세상이 변화하고 있다는 걸 의미한다”며 “아이들도 올바른 결정을 내리는 데 필요한, 그리고 정확한 정보를 가질 권리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 결정에 기반한 행동을 하면서, 자신과 타인의 건강을 보호하는 물적 자원에 접근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학부모들의 반발이 거세다. 올바른 피임방법 등 성교육을 하는 것도 매우 중요하지만, 자칫 아이들의 호기심을 자극해 무책임한 성관계를 유발할 수도 있다는 우려다. 특히 논란의 핵심은 10~12세에 불과한 학생들도 ‘지급 대상’에 포함시켰다는 점이다. 어린 자녀를 둔 학부모들은 “어떻게 교육청이 (초등학교 5학년 같은) 아직 어린 아이들한테까지 콘돔을 나눠줄 생각을 한 것인지, 기가 막힌다”라는 반응이다. 고교생 딸을 둔 학부모 마리아 세라노마저 “고교생 이상에겐 도움이 될 수 있겠지만, 아이들한테 건강한 성교육을 하는 게 먼저”라며 “(성 문제에) 충분히 준비된 시기에 책임 있는 행동을 가르쳐야 하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하지만 CPS 결정이 일리가 있다는 옹호론도 없지는 않다. 관련 비영리단체 ‘여성건강센터(CWHC)’의 스카웃 브랏 시카고 디렉터는 “(학생들의) 콘돔 접근성 확대가 (콘돔의) 사용을 장려하진 않는다”며 이번 논란에 선을 그었다. 그러면서 “콘돔 무상 지급 결정은 학교가 학생들의 건강에 투자하고 있다는 걸 보여 주는 것”이라며 CPS의 계획을 지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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